최근 북한에서 돈주 및 고위간부 등 권력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이른바 ‘벌이기차’가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도 벌이기차는 간헐적으로 운행됐지만, 이제는 민관합작사업 형태를 띠고 본격적으로 운행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벌이기차가 달리는데 북한 철도성과 돈주가 합작해 운영하는 방식”이라며 “철도성은 디젤 기관차를, 돈주는 연료를 제공하는 형식이며 각각 7대 3의 비율로 수익을 나눠 갖는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벌이기차는 일반기차와 달리 디젤연료로 추진되며 속도도 2배가량 빠르다”며 “편의 면에서도 일반기차와 크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실제 벌이기차에는 맥주, 포도주 등 다양한 주류가 구비돼 있을 뿐만 아니라 탑승객에게 신선한 과일도 제공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다만 열차표 가격은 일반기차와 비교해 수배에서 수십 배 가량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속도와 편의 등 여러 면에서 일반기차보다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열차표 가격이 비싸다는 이야기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가는 벌이기차의 표 가격은 대체로 북한돈 40~50만 원(50~60달러) 정도인데, 이는 일반기차 표 값의 10배가 넘어 일반 주민들이 엄두를 낼 수 없는 수준이다.
이밖에 소식통은 “일반기차는 열차 보안원의 검문검색이 강도 높게 이뤄지고 뇌물 강요도 흔한데, 벌이기차는 열차 보안원이 탑승객에게 성심껏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벌이기차를 탈 수 있는 사람들이 주로 돈 있는 고위급 간부 혹은 그 가족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잘못 보일 경우 피해가 올까 더욱 신경 써서 접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권력층 전용 고급열차를 연상케 하는 벌이기차에서는 일반기차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젊은 승객이 탄 경우 다른 승객들이 “너의 아버지는 무엇을 하시니”, “무엇을 했길래 이 기차를 타니”라는 질문을 하는 등 친근하게 다가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벌이기차에서 승객들이 내릴 때에도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는데, 하차장에 내린 승객들을 접대하기 위한 사람이나 짐꾼이 기다리고 있거나, 승객 자신이 열차에서 내릴 때 권력자임을 과시하듯 도도한 표정과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소식통은 “일반기차는 자주 끊기고 서는 통에 보통 9시간이면 가는 신의주까지 12시간이 걸린다. 12시간이면 그래도 빠른 편이고 어떤 때는 이틀이 걸릴 때도 있다”면서 “그런데 디젤로 가는 열차는 빠르기도 하거니와 멈추지도 않고, 제시간에 도착해 비싸다. 그래서 일반 주민들은 타지 못하고 주로 돈 많은 사람들이 탄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