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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해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연기된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 방문시 이용할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 일부가 유실된 알려졌다.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박정순 부국장은 20일 “평양-향산 관광도로, 평양-원산 관광도로, 평양-개성 고속도로들에서 구조물들이 파괴되고 도로노반이 파괴돼서 지금 현재 자동차 운행에 지장을 주고 있는 그런 실정이다”고 조선중앙방송에서 밝혔다.
북한이 평양-개성 고속도로가 파손됐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4일 개성에서 이뤄진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 때 북측 관계자들은 “평양에서 올 때 (평양-개성 도로를) 이용했는데 침수되지 않았으며 이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었다.
북측은 지난 18일 정상회담 연기를 요청하면서도 평양-개성간 고속도로 훼손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3일 남측의 민간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들이 개성에서 북측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부터 일부 피해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측 관계자들은 (평양-개성) 고속도로 일부가 유실돼 차량들이 특정 구간을 우회했으며 운행시간도 기존의 2배가 넘는 6시간 가량 걸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순 부국장은 방송에서 “지금 평양-원산 관광도로와 평양-개성 고속도로들에 일꾼(간부)들이 내려가서 제기된 문제들을 풀어주면서 군중들을 발동하고 지금 도로복구 사업을 다그치고 있다”고 말해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비롯한 주요 도로의 복구에 주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2∼4일로 연기된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이전까지 이 구간의 복구가 가능할 지 주목된다.
통일부 서성우 정보분석본부장은 “평양-개성 고속도로는 아스팔트가 아닌 콘크리트 도로여서 복구가 상대적으로 쉽고 북측이 인력을 총동원해 피해 복구에 나서는 만큼 정상회담 이전에는 정상 운행이 가능한 정도로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도 “교각이나 터널이 붕괴된 것이 아니라 도로 노반이 파손된 것이라면 정상회담 기간 안에 복구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며 “군대를 총 동원해 인해전술로 작업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정확하게 훼손 정도가 파악되지 않았지만 인력을 동원한 복구가 가능하다면 노 대통령의 육로 방북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도로 파손이 심각한 상태여서 육로 방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도 아직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