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북한 평안남도 지역에 최근 정신분열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임시 수용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대북제재 속 생활고에 주민들이 마약과 알콜에 중독돼 자택에 불을 지르고 공공건물을 훼손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이들에 대한 격리 및 치료 조치를 취한 건데요. 자세한 소식 설송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설 기자,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북한 시장 활성화로 최근 주민들의 평균 소비수준이 올랐습니다. 이른바 씀씀이가 커졌지만 상황은 계속 좋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대북 제재가 지속 강화되면서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당국의 과도한 세금징수까지 겹쳤는데요. 그만큼 주민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졌고, 이런 환경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주민들은 마약·알콜에 의존하게 됐고, 망상이나 환각 등 정신분열증 환자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겁니다.
이에 대응해 북한 당국은 평안남도 지역에 중독해소병원을 신설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시설로 강제 후송된 환자들은 전기충격 치료를 받고 있는데, 당국은 환자들에게 돈을 받고 있습니다. 병이 완치되면 ‘마약 출처 대라’는 보안서(경찰) 취조가 이어집니다. 이것도 스트레스 원인으로 작용해서 정신병이 재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시장화의 부작용으로 정신분열증이 깊어지고 있는 북한사회 이모저모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진행 : 북한에는 지역마다 정신병원이 있지 않았나요. 최근 신설된 정신병원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기자 : 북한에는 각 도마다 ‘49호 병원’이 있으며 규모가 큰 시에는 별도로 있기도 합니다. 1965년 정신병 환자를 수용하라는 내각결정 49호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49호 병원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국가에 공식 등록된 곳이며 병원이라기보다는 수용시설에 가깝습니다. 민간지역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평안남도 49호 병원은 깊은 산골로 유명한 양덕군에 있습니다.
명목상 치료는 무료입니다. 대부분 환자는 선천성이나 유전성이며, 가족의 동의하에 병원에 갑니다. 완치돼 사회로 복귀하는 확률은 10% 미만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재발하면 다시 수용됩니다.
이와 반대로 2년 전 신설된 평안남도 정신병원은 중독해소병원으로 불리고 있으며 임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각종 스트레스를 마약과 알콜로 해소하던 중독성 환자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신설된 곳입니다. 환청, 환각으로 집에 불을 놓거나 공공건물을 부수는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해당 지역 정부에서 병원과 연계해서 당사자를 강제 입원시키고 있습니다.
진행 : 특별한 사건이 발생해서 임시 병동을 신설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곳에 수용된 환자들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나요? 또한 치료기간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기자 : 기본적으로 전기충격을 통해 치료한다고 합니다.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도 한다고 하는데요. 치료기간은 한 달이며, 비용은 해당 가족이 지불한다고 합니다. 당국이 주장하는 무상의료제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껴집니다. 다만 49호 병원과는 달리 완치율이 50%를 넘는다고 평안남도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문제는 환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처럼 국가예산을 투자해 운영되는 정신보건센터나 상담소가 없기 때문에 정신병리가 예방되지 않습니다. 상담이라도 받으면 대책이라도 세우겠지만, ‘원수님(김정은)만 믿고 살면 된다’고 강요받기 때문에 울화가 터져도 참아야 합니다. 이런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주민들은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 겁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빙두(필로폰) 생산과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이어 “같은 분량의 빙두를 흡입해도 분열증세가 특별히 심한 사람이 있는데, 주민들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 : 그렇다면 이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 중 증상이 심각한 사람이 많이 있겠군요.
기자 : 병원 환자들 중 90%가 마약중독이고, 약 9%가 알콜중독이라고 합니다. 또한 중독환자가 아닌데도 필로폰을 한 번 흡입하고 분열증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갑자기 가산을 부스로 학교 유리창을 깨버리는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소식통은 “지난 7월에는 성천군에서 사는 남성이 장사가 망해 시름에 빠져 한 달 동안 얼음을 흡입했다. 그러다 자기 집에 불을 질러 옆집까지 태워버렸다”면서 “또한 공공건물이나 자기 집에 불을 놓다 불길을 피하지 못해 사망하는 하는 일도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순천시 석수동 주민 40대 박모 여성은 잘 나가던 돈주(신흥부유층)였지만 최근 장사가 막히면서 빙두를 습관적으로 흡입하며 심신을 달래고 있었다”며 “그러다가 갑자기 집에 있던 냉동기(냉장고)와 TV를 도끼로 부수고 베란다 유리창까지 깨버리는 등 소란을 피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정신이 들었는지 자살하겠다고 뛰어내리려고 하는 걸 남편이 간신히 붙들었다고 하는데요. 누군가 병원에 전화해서 후송됐고 두 달 전기충격 치료를 받고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정상적으로 활동하진 못하고 있고요. 현재까지 계속 먹기만 한다고 합니다.
진행 : 참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네요. 이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보도록 하죠. 일단 어디에 있나요?
기자 : 이 병원은 49호 병원과는 달리 도심 속에 있습니다. 평안남도 순천시 강포동에서 룡봉리로 가는 길에 있던 국영건물을 증축해 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49호 환자와는 달리 반사회적 행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속히 대처해서 파장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진행 : 성인이 아닌 청소년들도 수용되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기자 : 평성시 청소년 사례인데요. 평성시내로 들어가기 전 김정숙 제1중학교가 있습니다. 3년 전 이 학교 근처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섰는데요. 평안북도에서 금 생산기지를 운영하던 기지장이 이곳에서 자녀 1남 1녀와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17세 아들이 빙두에 중독되면서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가끔 식칼로 어머니를 위협하며 돈을 내놓으라고 하다가 끝내 상해를 입혔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심중한 고민 끝에 임시 시설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미성년자는 가족의 동의를 받아야만 병원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진행 : 처음에 정신병동에서 치료 받은 주민들을 보안서에서 심문한다고 하셨는데, 이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기자 : 보안서는 일단 치료를 받은 대상자는 마약중독자로 판단합니다. 고의적인 방화자로써 현장에서 발견해도 범인으로 취급 못하는데요. 정신병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병원에서 퇴원하면 정상인으로 바로 보안서로 넘어가 심문 받는데요. ‘마약 출처 대라’는 것이 요지입니다. 이에 스트레스가 또 쌓여 해소하지 못하는 주민들은 정신병이 재발하기도 하고, 이때 다시 시설로 옮겨진다고 소식통은 소개했습니다.
소식통은 “소비수준은 올라가는데 돈벌이는 안 되고 매일 세부담만 늘어나 항상 신경이 곤두서있는 주민들이 대다수이다. (당국이)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정신병 시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임시 시설이 다른 지역에도 있는 것인지 평안남도에만 운영되는 것인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