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중 무역의 특수성과 제재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북한 당국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밀수나 개인 거래 등 비공식무역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북중 접경지역의 무역 형태를 고려했을 때 북한 당국과 중국 투자자들이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국면을 타개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은이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교수(사진)는 최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북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경로는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면서 “대중 무역 의존의 형태를 고려할 때 향후 변형된 혹은 비합법적인 형태의 다양한 무역이 많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제재가 강화될수록 밀수나 인도주의적 차원의 친척방문을 통한 물자의 유입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에 중국기업들이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 등을 설립하고, 북중 무역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광물 수출의 제재 등으로 기존 거래가 힘들어진다고 해도, 그 거래선을 활용해서 다른 물품 등의 거래 등으로 광물 수출의 손실분을 대체하는 북한 기관들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광물 수출 제재의 경우, 중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과는 달리 지방정부나 중소기업 등 민영회사까지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 교수는 “대금결재에 있어서 공식적인 은행보다는 ‘은하무역(경공업 담당)’ 같은 힘 있는 무역회사들이 일종의 ‘환전소’ 역할을 담당할 것 같다”면서 “또한 중국이 북한의 외화벌이 노동자들의 임금 결재 방식을 현물로 대체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 교수는 대북 제재 국면이 북한 당국에게는 ‘재앙’일지 몰라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축복’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대북제재에 막혀 각종 물자의 수출이 막히면 그 반대급부로 주민들이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대북 제재로 수출길이 막히는 것이 북한 중하층 주민들의 입장에선 호재(好材)가 된다”면서 “부족했던 물자가 보충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무연탄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그 효과를 부연했다. 그동안 수출 일변도의 정책으로 북한 내부의 무연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는데 대북제재로 수출길이 막히고 그 물자가 내부로 들어오면서 오히려 북한 주민들은 기존대비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
그는 “북한은 무연탄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많다. 인구가 2300만 명이라고 전제할 경우에 인구 모두가 무연탄을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북한 내에서 시장 활동이 활발해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무연탄에 대한 수요도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 교수는 최근에 활성화되고 있는 북한의 주택시장이 이번 제재로 인해 침체될 것이란 주장에 대해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란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면서 “(체질이 다르겠지만) 이란은 제재 국면 후 내부의 기초산업과 중소기업이 발달했다. 이렇듯이 북한에서도 만약 부동산 경기가 꺼지지 않는다면 이런 효과, 즉 내수가 발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 교수는 “제재로 인해서 중국으로부터 시멘트나 철강 등 원자재의 수입이 줄어든다면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부동산 경기가 제재에도 불구하고 침체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내부의 시멘트 공장이나 (철강을 만드는) 청진 공장 등의 자체기술력으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정은이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교수 인터뷰 전문]
-중국에 계셨던 동안 한반도에 많은 일이 있었다. 북한의 핵실험부터 유엔의 대북제재 등 일련에 사태에 대한 중국 내 반응은 어땠는가?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그리고 개성공단 중단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현재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안이 공식적으로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진핑 정부의 대북 제재에 대한 본격적인 변화를 감지하진 못했다. 최근 중국의 대북 무역 상인들과 인터뷰한 결과, 광물을 제외하고는 많은 물자가 여전히 북한과 중국 간 운송되고 있었다. 북중 무역에서 큰 동요는 느껴지지 않은 분위기다.
압록강·두만강 지역은 공식무역보다 별도로 비공식무역이 훨씬 많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북중 경제협력과 무역에서 광물분야는 타격이 있지만 그 외 분야는 상당히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물분야 같은 경우는 이미 2013년도를 정점으로 해서 국제원자재가격이 중국국내의 경기부진으로 폭락하고 있었다. 특히 국제시장에서 석탄·철강의 가격이 최고점 대비 3분의 1가격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서 북중간의 이미 올해 광물 수출을 통한 북한의 순수익은 대폭 감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대북제재가 북한에 큰 타격인건 분명하겠지만, 결정적인 타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정부에서 예상하는 것보다는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이 된다. 그러나 2009년 이후 회복국면의 북한 경제의 회복에 타격을 줄 것만을 분명하고, 인민생활, 특히 중하층이하의 계층은 상당부분 경제적 곤란을 겪을 것이다.
–올해 5월에 있을 당 대회를 앞두고 체제안정화를 위해서 김정은이 도발을 자제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김정은이 핵실험 등 도발을 강행한 까닭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내·국제적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국내적 요인으로 보면 북한 정권 입장에서 보면 군부와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해 ‘강한 나라이다, 즉 강성대국’이라는 점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핵이 있음으로써 북한이라는 체제가 보장되는 일종의 ‘신화’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국제적 요인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이다. 6.25 전쟁 경험에 따라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체제는 상시적으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 군사적 위협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전통적인 군사력의 차이를 만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핵과 장거리 운반체 개발에 몰두했고 그런 차원에서 이번에도 실험을 강행했을 것이다. 결국 실제적으로 핵과 미사일은 체제안정을 위한 목적이지만, 동시에 국제사회라는 체제위협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김정은은 미국과 대결이라는 구도와 더불어 대화를 구하는 수단으로 동시에 핵과 운반체를 이용하고 있다.
-대북 제재결의안에 중국이 동참했다. 과거의 중국 정책과 비교했을 때 분명 다른 모습인데, 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보는가?
사실 중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을 봤을 때 이번 결정이 의아스러운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 이후,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는 항상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반도의 현상유지와 안정화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를 들면 마오쩌둥은 한국 전쟁 이후 김일성에게 군사력을 28만명 정도로 축소시키고 경제발전에 전념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으며, 1983년 아웅산 테러 사건 당시에도 사건직후 범인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도 덩샤오핑은 북한의 사절단을 거절하며, 국제사회의 어떠한 테러세력과도 협상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
더욱이 1, 2, 3차 핵 실험 때도 후진타오-시진핑 정권은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UN안보리의 제제안에 동의함으로써 책임대국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중국은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대북 경제협력과 원조를 단행했고, 중국기업의 북한 진출을 반대하지 않았다. 즉 책임대국과 북중동맹사이에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묘책을 강구했고, 이에 대하여 한국학자들은 중국정부의 이율배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961년 7월 마오쩌둥은 김일성은 군사동맹조약을 체결했다. 20년마다 동맹조약이 갱신되는데, 2021년 동맹조약이 갱신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은 북중군사동맹을 지렛대 삼아서 한미, 한일조맹과 주한, 중일 미군, 그리고 사드 등을 견제하고 싶어한다. 이는 고전적인 세력균형의 딜레마 상황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진핑 정권을 글로벌 정치에서 중국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신형대국관계를 설정하면서 미국과의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김정은을 자신의 세력권으로 지속적으로 결박시키는 상당한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시진핑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제재가 막 시작되었지만, 향후 추세를 보아야한다. 그러나 역사적 추세로 볼 때, 중국의 대북 제재는 일관성있게 유야무야된 경험이 적지 않다. 따라서 시진핑은 국제사회의 책임대국의 역할에 역점을 두다가, 한미연합군사훈련, 사드배치 등 논의가 본격화되면, 대북 인도주의적 협력 및 비정치적 분야의 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학자들이 이를 이율배반이라고 비판하겠지만, 나는 중국연구자로서 중국의 실용주의 세계관이 반영된 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결의안 채택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제재 이행이다. 중국의 제재 이행이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중국이 제재를 완전 이행할 경우 북한 경제는 또다시 고난의 행군을 겪을 가능성 마저 있다. 북한 주민들의 경우도 장마당에 나오는 대부분의 물건이 중국산이기 때문에 ‘중국 없이는 못산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도 이런 부분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했듯이 고난의 행군 당시 중국역시 북한 지원을 위하여 많은 고통을 감내했다. 이는 중국으로써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김정은 정권은 국산화를 더욱 더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를 건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순수한 목적도 있을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에 제재에 대비하기 위한 정치군사적 목적도 있을 것이다. 경제제재 당시의 이란과 같이 대외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적 의도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만큼 북한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북한이 내세우는 국산화의 실체를 보면 중국에서 수입 혹은 반입한 부품들을 조립해서 판매하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휴대폰을 직접 가져와서 상표를 지우고 북한산으로 둔갑해서 파는 경우도 많다. 시진핑이 김정은 제재의 전명이행을 한다고 전제했을 때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북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의 광물 수출을 일정부분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광물 수출 차단이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북한의 전체 수출에서 광물, 특히 무연탄·철광석의 비중은 6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광물 수출을 제재하면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제제 이전부터 광물 수출 가격은 바닥이었다. 예를 들어서 석탄 1톤 가격만 하더라도 2015년 1월까지만 해도 62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42~43달러 수준이다. 예전에 120~30달러까지 갔으니까 3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그래서 북한 당국 내부에서 이미 중국에 수출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 장성택도 중국에 석탄을 100달러에 팔아서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은 42달러니까 그 심각성을 알만하지 않은가. 현재는 중국에 결제해야 할 대금이 남아있는 북한 무역회사만 수출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국의 환경기준 강화에 따라 북한 무연탄 수출은 이미 제동이 걸린 상황이었다. 중국 당국이 2015년부터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북한산 무연탄에 대한 검사기준과 대응조치를 크게 강화하면서 기준에 미달한 북한 무연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바 있다. 더불어 북한의 광물을 운반하는 선박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싶다. 선박의 원 주인이 북한이 아니고 중국 혹은 제 3국인 경우가 많았고, 북한 선박 자체가 원래부터 국제항에 입항 가능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들 선박은 규제가 덜한 곳, 예를 들면 산둥(山東)항, 단둥(丹東)항 등을 이용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제재가 있다고 해서 엄청난 영향을 준다고는 말할 수 없다. 즉, 이런 상황에서 광물 수입 제한을 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점은 존재한다.
-언론에서 말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큰 타격은 아니라는 건가?
그럴 개연성이 높다. 2010년부터 북중 국경에 있으면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대북무역을 하는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과 관계를 맺어온 중국 사람들에 따르면 제재 국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신의주특구를 개발하려고 했던 ‘양빈’과 같이 공식무역을 통해서 대규모 투자를 하려고 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제재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북한에 투자하려고 해도 투자자 모집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은 분명 일정정도 타격을 입는 것이 맞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북중 국경은 비공식 경제가 공식무역의 수배에 이른다. 공식무역은 기본적으로 ‘신용장’ 등을 개설하는데, 북중 국경지역에서의 무역은 신용장 개설과 같은 국제무역의 일반적인 관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북중무역은 국가 간의 무역이 아니라 변경무역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북중 무역을 하고 있는 북한 사람들 역시도 “우리는 언제나 제재에서 살아왔다”면서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이들 북한 무역상들은 중국이 있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고도 말한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서 일본 사람들하고 사업을 하려고 하면 중국을 껴서 합작을 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쉽게 말해서 중국 사람의 명의를 빌려서 일본 사람들과 거래하면 된다는 것이다.
-혹시 대북제재안을 앞두고 북한 내 무역회사들이 원자재 조달을 위해 사재기 등을 하는 경향도 있었는지?
유엔안보리 제제가 논의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하여 조사를 하지 못했다. 만약 유엔안보리 제재가 통과되어 대북제재가 장기화된다면 그런 현상들이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 고난의 행군 당시, 사재기 등에 의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으로 경제파탄의 심화되었다.
그리고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의 형태를 고려할 때 향후 변형된 혹은 비합법적인 형태의 다양한 무역이 많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에 중국기업들이 페이퍼 컴퍼니 등을 설립하고, 북중 무역을 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북중 무역의 특이한 점은 ‘밀수’와 ‘친척방문을 통한 거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제재가 강화될수록 밀수나 인도주의적 차원의 친척방문을 통한 물자의 유입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즉 대북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경로는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팔레스타인처럼 땅굴을 통한 무역도 재개될 개연성도 없지는 않다.
특히 북한의 대중무역은 상당히 전문화되어 있고, 방식도 다양하다. 광물 수출의 제재로 기존 거래가 힘들어진다고 해도, 그 거래선을 활용해서 다른 물품 등의 거래 등으로 광물 수출의 손실분을 대체하는 북한 기관 및 사영기업들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광물 수출 제재와 같은 경우, 시진핑 정부의 공식적 입장과는 달리 지방정부나 중소기업 등 민영회사까지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중국말에 “위에 정책이 있고, 아래에 대책이 있다”는 표현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래의 그 밑에는 술책, 방책, 우회경로 등도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변형된 형태가 다른 부분에서도 나타날 것 같은데?
그럴 가능성이 높다. 무역 대금결재에 있어서 공식적인 은행보다는 ‘은하무역’ 같은 힘 있는 무역회사들이 일종의 ‘환전소’ 역할을 담당할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중국 투자자가 석탄 결재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면 중국에 있는 ‘은하무역’ 이라는 비공식 은행 역할을 하는 곳에 입금하고 북한에서 바로 돈을 찾을 수 있는 형식 같은 것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북한의 외화벌이 노동자들의 임금 결재 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 현재 중국 등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는 북한 노동자의 임금을 중국 위안화로 주고받고 있는데, 돈을 지급하지 않고 그 값만큼 물품을 사주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이를 테면 임금을 지불하는 대신 현물로 트럭 등을 사주는 것이다. 그래서 지적하고 싶은 것이 제재가 북핵과 발사체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 즉 키리졸브가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 기존에 수출하던 물량이 줄어들 때 그것을 처리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 수출이 안 되면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텐데, 북한 내부에서 이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가?
북한 경제가 회복국면이라서 국내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일정정도 처리능력이 있다고 본다. 무연탄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겠다. 북한에서 무연탄을 채굴하는 무역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런데 이들은 계획경제 밖에 있다. 공식경제가 아니란 말이다. 2005년 이후로 무연탄의 대중수출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원래는 대중 수출에서 무연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내외였다. 그런데 2005년 들어서 20%를 넘고, 2010년도 들어서 45%를 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이에 북한에서는 자체 탄광 개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탄광개발을 통해 무연탄을 채굴한 무역회사들은 무연탄을 우선적으로 해외로 수출하고 남은 것을 민수로 돌렸다. 수출하는 것이 더 높은 가격을 받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대북 제재로 수출길이 막히는 것이 북한 중하층 주민들의 입장에선 호재가 된다. 부족했던 물자가 보충되는 셈인 것이다. 북한은 무연탄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많다. 인구가 2300만 명이라고 전제 할 경우에 인구 모두가 무연탄을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북한 내에서 시장 활동이 활발해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무연탄에 대한 수요도 성장하고 있다. 석탄을 한 트럭 갖다가 아파트 앞에서 팔면 순식간에 팔릴 정도로 수요는 많다.
무연탄의 사례를 들어서 설명했지만,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대북제재로 인해서 북한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예상은 일정 부분은 맞지만, 일정 부분을 틀리다는 것이다. 물론 2010년대 경제회복국면에서 제약이 생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타격인 것은 맞다.
-북한 부동산 시장에 관해 많은 연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이 주택 건설에 필요한 원자재를 자체적으로 조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현재 북한이 원자재를 어떻게 조달하고 있는가?
최근에 평안북도 신의주 쪽만 가보더라도 압록강 접경 쪽에 아파트들이 굉장히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불과 2,3년 만에 이렇게 늘어났다. 현지에서 파악해 본 바로는 중국인들의 투자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건설에 필수적인 철강과 시멘트를 중국인들이 투자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건설을 완료하면 양쪽이 이윤 분배를 하는데, 7(중국):3(북한)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북한이 이윤의 3을 가져간다는 것이 정말인지 실제로 확인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중국 투자자 쪽에서는 워낙 북한사정을 모르니까 실제로 전체 이윤이 얼마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북한이 전체 이윤을 속여도 중국 투자자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투자하는가?
중국은 개인들이 투자하고, 북한은 주로 무역회사가 투자한다. 사실 북한이 자금만 충분했으면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테면 시멘트나 철강 등을 중국에서 직접 수입해서 공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자금이 부족하니까 중국으로부터 원자재를 지원·투자를 받는 것이다.
-제재 국면이 지속될 때 북한의 주택시장 자체가 침체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에는 시멘트공장도 있고 청진에서도 철강을 만들고 있다. 제재로 인해서 시멘트나 철강의 대 중국 수입이 줄어든다면 타격을 받긴 하지만, (만약 북한 부동산이 활발해질 경우) 오히려 시멘트 공장이나 청진 공장은 자체기술이 있기 때문에 이 자체기술력을 가지고 북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의 사례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란 같은 경우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하는 동안, 내부의 기초산업과 중소기업이 발달했다. 이렇듯이 북한에서도 만약 부동산 경기가 꺼지지 않는다면 이런 효과, 즉 내수가 발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전체적으로 본다면 침체지만 부분적으로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 수 있단 말이다.
-최근 경상대학교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인 박종철 교수와 공동으로 발표한 내용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대북 송유관과 관련된 주제로 알고 있는데?
일각에선 중국의 대북 송유관을 막을 수 있다고도 주장하는데, 기술적으로 힘들다고 본다. 더불어 전략적으로도 중국에 실익이 적다. 사실 송유관이 막히지 않게 하려면, 월간 4-5만 톤 정도의 원유를 공급해야 한다. 만약 송유관이 막히고, 이것을 다시 설치하려면 상당한 복구 비용이 든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언론에서 중국이 북한에 원유를 ‘보낸다’ ‘안 보낸다’를 두고 관심이 많은데, 만약 시진핑이 대북 원유 송유관을 폐쇄하면, 김정은 더욱더 시진핑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신의주 인근의 백마산에 “북중 송유관 도착지점과 봉화화학공장, 특 백마석유가공콤비나트”가 있다. 중국에서 원유를 들여와서 정제하는 곳인데, 이곳에 가면 석유가공제품을 받기 위해서 평양 등에서 온 무역회사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무역회사 사람들은 이곳에서 석유가공제품을 받아서, 북한의 서쪽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 평양뿐만 아니라 북한 곳곳에 가솔린 주유소 등이 생겼다. 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도로 변의 개인집을 사서 가솔린, 경유 등 석유가공제품의 저유소 공간을 확보한 후 장마당에 팔고 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에서 상당량의 석유가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북한이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동 등에서도 원유를 반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겠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원유를 가지고 오는 방법은 송유관뿐만 아니라 유조선을 통해서도 가지고 올 수 있으니까, 북한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고도 짐작해 볼 수 있다. 현재 세일에너지 혁명으로 석유, 석탄 등 국제에너지 가격이 폭락했고, 원유 공급에 비하여 수요가 적은 편이다. 중동 군소국가와 러시아 및 지역에 있어서 북한과의 비합법적인 거래는 매력적인 새로운 시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