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판 키워 미국과 담판 짓겠다는 것”

북한이 14일 ‘6자회담 불참’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의장성명’을 통해 ‘北로켓발사=유엔안보리 1718위반’이라고 발표한 것을 사실상 ‘미사일 개발 능력 불허’라고 해석한 것이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성명을 통해 ‘다시는’ ‘절대로’라는 수식어를 동원, 6자회담 불참의사를 강조했다. 또한 “기존 6자회담 합의에도 구속되지 않겠다”고 말해 2·13합의나 9·19공동성명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명은 불능화가 진행 중이던 영변 핵시설을 원상복구하고 폐처리봉 연료봉도 재처리하겠다고 강조해 다시 핵무기 개발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더불어 로켓 시험발사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해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미국의 강도적 논리를 그대로 받아문 것이 바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라고 말해 의장국인 중국과 우방인 러시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24일 담화를 통해 ‘로켓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하면 이는 곧 안보리가 9·19공동성명을 부정한 것’, ‘9·19공동성명이 파기되면 6자회담은 더 존재할 기초도 의의도 없어지게 된다’고 말한 것을 그대로 실행하고 있는 수순이다.

지난달 29일 노동신문도 “유엔 안보리에 상정, 토의만 되면 비핵화와 6자회담은 완전 파탄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보다 강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체제결속’과 ‘대외협상력 강화’를 위해 로켓발사를 강행, 긴장국면을 높여왔던 것에 비춰볼 때 이같은 반발은 충분히 예상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또한 6자회담 구도를 미북 양자구도로 전환시켜 협상을 이끌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다만, 성명의 수위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해 북한을 둘러싼 긴장국면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안보리 의장성명에 따른 수세적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벼랑끝 전술”이라며 “자신들의 기존 핵계획 원상복구와 6자회담 파탄을 강조해 관련국들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 교수는 “체제결속을 더욱 다지기 위해서는 긴장국면 분위기가 더 필요하고, 미국과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발판을 조성하는 연장선”이라며 “초장에 기선을 제압해 핵무장과 관계정상화를 동시에 획득하는 파키스탄식 해결을 이루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예상보다 강하게 반응했다”면서 “북한이 공을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 다시 넘긴 만큼 결국 미국이 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핵실험에 이어 로켓실험도 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텨서 판을 더 키워보겠다는 시도”라며 “새판을 짜 미국과 미사일을 포함한 핵문제에 담판을 짓는 것이 ‘6자회담을 통한 해결’보다 보상 등에서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북한이 또 다른 강경카드를 꺼내들지도 관심이다. 2006년 미사일 발사 후에도 핵실험이라는 강경카드를 통해 2·13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의장국인 중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제사회가 안보리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더 이상의 도발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윤 교수는 “북한은 위기상황을 조성하는 동시에 그것을 회피하는 방안을 찾아왔다”면서 “핵실험 강행 등 강경일변도로 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미국 여기자와 미사일이라는 카드를 확보한 만큼 미국과의 대화 모색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 교수는 “북한이 더 이상의 긴장을 조성할 경우 그것은 곧 유엔에 대한 도전이 된다”며 “특히, 우방국인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인데 긴장을 일방적으로 고조시키는 핵실험 등을 강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북, 북·중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북한이 강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의도대로 흐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북한 입장에선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어느 정도 입증시켰기 때문에 핵물질, 운반체, 핵탄두까지 보유한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했다고 자인하면서 미국과 핵군축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지금까지 보다 더 큰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