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노동신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 막말과 욕설을 늘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평가하면서 특히 우리나라에서의 국회 연설을 문제삼았는데, 개인 명의의 논평이긴 하지만 비난의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1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호전광의 대결행각” “늙다리미치광이의 망발” 정도로 비난했던 것과는 사뭇 수위가 다르다.
노동신문의 몇 가지 구절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트럼프는 … 괴이한 미치광이이고 너절한 사기협잡군이며 천하의 인간오작품으로서의 흉물스러운 정체를 다시금 낱낱이 드러내놓았다.”
“한갖 버러지 같은 늙다리가, 돈 밖에 모르는 수전노 따위가…”
“트럼프놈의 더러운 아가리를 찢어버리겠다, 구역질나는 그 상통을 무쇠마치로 후려갈겨 이글거리는 용광로에 처박겠다…”
“인간이기를 그만둔 쓰레기반역자의 나발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트럼프야말로 박테리아, 바퀴새끼라고 불러 마땅한 버러지이며…”
“트럼프 따위의 불량배, 천치, 바보에게서…”
북한이 트럼프 미 대통령을 비난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 비난이 관심을 끄는 것은 그 시점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9월 15일 ‘화성 12형’ 미사일을 3700km 날려보낸 이후 두 달 넘게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최근 들어 신발과 화장품, 트럭 공장 등 민생현장을 찾는 모습을 보여줬고, 미국에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암시하는 듯한 언급이 나온 상태였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미 간 2, 3개의 대화채널을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위한 물밑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정되는 상황이었다.
북미 물밑접촉 성과 못 내고 있나?
그런데, 북한은 대화를 타진하는 상대에게는 하지 않을 법한 격한 욕설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미국의 최고지도자를 인신비방류의 욕설로 비난한 것은 북미가 시도했던 물밑접촉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지난 두 달간의 소강상태가 대화로 갈 것이냐 다시 도발로 갈 것이냐의 갈림길에서 북한이 좋지 않은 신호를 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지켜봐야 할 일정들이 더 남아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발표한다는 북한 문제에 대해 중대성명 내용도 봐야 하고, 중국 당대회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북하는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의 북한 방문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정들이 마무리될 때까지 북미가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북한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다시 도발의 길로 나갈 수 있다. 올해 말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될지 향방을 가늠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