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테러지원국 해제 진실 공방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키로 합의했다”(북한 외무성) “아직 정해진 것 없다”(미 국무부)

제네바에서 1,2일 열린 북핵 6자회담의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 결과를 놓고 북미가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 北美, 상반된 주장과 반박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외무성 대변인 발표를 통해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다음 단계 목표들이 토의됐으며 일련의 합의들이 이뤄졌고, 북미가 연내 북한의 핵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토의,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은 테러지원국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에 따르는 제재를 전면 해제하는 등의 정치경제적 보상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4일 APEC(아태경제협력체) 각료회의 등 참석을 위해 시드니에 도착,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이미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됐다거나, 삭제키로 한 특정한 날짜와 때가 정해졌다는 것은 부정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케이시와 힐은 “북한이 이 명단에서 삭제되기 위해선 법률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북한 비핵화 과정이 더 진행돼야 그 맥락속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 美, 北 테러지원국 해제 수순 돌입했나 = 아닌게 아니라 미국은 이미 북한이 핵폐기 입장을 분명히 한 2.13 합의 이후부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문제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시드니에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제네바 실무그룹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물론 이런 기류가 대북 협상론에 무게를 싣는 국무부 등 비둘기파들의 입장에 국한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절차에 이미 착수했으며, 다만 구체적 해제 시점만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뿐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속도를 빨리 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데 일단 의견이 모아진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아태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핵문제의 임기내 해결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나는 이미 선택했다”며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결단을 촉구,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확실히 취할 경우 ‘빅 딜’에 나설 수 있음을 강력히 암시했다.

◇ KAL기 폭파사건-일본인 납북문제 막판 걸림돌 =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는 AFP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프로그램 폐기를 거듭 확약함에 따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는 게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115명의 목숨을 앗아간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개입 해명을 포함한 몇몇 현안들만 해결되면 테러지원국 삭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도 “북한이 지난 6개월간 테러활동에 관여하지 않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지난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을 아직 시인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될게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미 국무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 전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에 강력 반대하는 일본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 총리는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당혹스런 표정으로 “미측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이 아니길 고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문제에 대한 미 수뇌부의 결심은 이미 섰으며, 다만 앞으로 북한이 일본의 입장을 배려토록 촉구하면서 북한의 핵폐기 약속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게 공통된 분석이다.

◇ 다음 6자회담 본격 샅바싸움 예고 = 이에 따라 이달 중순 이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 금년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포함한 북핵 프로그램 신고 완료와 모든 핵시설 불능화 등을 놓고 본격적인 샅바싸움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도가 장밋빛 일색만은 아니다. 북핵 폐기로 접어드는 고비고비마다 폭발성 높은 민감한 뇌관들이 숨어 있는 탓이다.

결국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질 것이냐 여부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폐기를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결단에 달린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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