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테러지원국 재지정 가능성 부인 배경과 전망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11일 핵검증체제 구축을 위한 베이징 북핵 6자 수석대표회담 결렬과 관련,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언제든 다시 지정할 수 있다는 원칙론에서 협상이 단지 연기된 것이라며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임기를 1개월여 남겨두지 않은 부시 행정부가 현실적으로 제재가 효과가 거의 없는 테러지원국 재지정이라는 원칙론에 매달려 불필요한 긴장관계를 조성하기보다 북한 핵불능화 과정에서 얻은 성과를 유지하면서 핵검증체제 구축 과제를 오바마 차기 행정부로 넘기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법적인 절차 때문에 임기 내 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려뿐 만 아니라 북한을 자극해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나서면 영변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진전과 냉각탑 폭파 등 그동안 이룬 성과까지도 한순간에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해제이후 테러지원을 했다는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고 그동안 핵불능화에서 이룬 성과도 적지 않은데 굳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이라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그래서 백악관과 국무부가 북한이 핵검증 약속을 준수하겠다는 합의를 어기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수 있다는 기존의 원칙에서 다소 물러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게 워싱턴 북한 외교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분석이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베이징 북핵검증협상 결렬과 관련, 유감을 표시하고 대북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북한을 압박하는 발언을 했지만 앞으로 가능한 대북제재 수단과 관련해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배제하고 에너지 지원 중단 가능성만 언급했다.

이에 대한 국무부의 입장은 더욱 분명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언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이것은 그들의 행동에 달렸으며 우리는 북한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지켜볼 것”이라는 전날 발언에서 한발 물러났다.

그는 “북한은 불능화에서 상당한 양보를 했고 또 검증의정서에 대한 우리 의견에 동의를 했었다”면서 “개별적인 행동을 연계시켜 이번 과정의 초기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또 이번 회담 결렬을 “연기된 것”이라고 완곡하게 표현하면서 부시 행정부에서 6자회담이 끝난 것은 아니며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의 대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북한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워싱턴의 외교전문가들은 백악관과 국무부가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앞으로 북핵회담 일정이 아무것도 잡혀 있지 않다는 점에 비춰볼 때 부시 행정부 내에서 북한과 북핵검증을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낼 수 있는 회담을 개최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측 입장에서 보면 임기말의 부시 행정부와 협상에서 시료채취라는 유용한 카드를 굳이 쓸 이유가 없고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할 게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바쁘게 서둘러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북한은 또 오바마 행정부의 새 협상팀이 북핵협상 과정에서 있었던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현재 협상팀보다는 다루기도 훨씬 쉬울 것이라는 계산도 할 수 있다.

북한이 무엇보다 가장 바라는 것은 가능한 한 시간을 길게 끌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수 있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게리 세이모어 미 외교협회(CFR) 부회장은 이와 관련, 최근 워싱턴의 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시료 채취를 거부한 것은 부시와 협상을 현재 상태에서 중단하고 오바마와 더 나은 조건으로 협상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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