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테러국 해제’ 어떤 조건 필요하나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할 지 여부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를 촉진시킬 핵심 사안으로 최근 다시 주목받으면서 북한이 테러지원국의 멍에를 벗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 지 관심이다.

테러지원국 해제 여부를 두고 북.미 간 다소간의 신경전도 느껴지지만 미국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5일 “북한이 명단에서 삭제되기 위해서는 법률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더 진행돼야 그 맥락속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시 부대변인이 말한 두 가지 조건 중에서 ‘법률적 기준’은 그리 까다롭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기술적 절차는 미 대통령이 상.하원 의장 앞으로 각각 관련 보고서를 제출해 의회의 동의를 받으면 된다.

보고서에는 ‘해당국 정책기조에 근본적 변화가 있어 최근 6개월 간 국제테러를 지원하지 않았고 향후에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보장했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북한의 경우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 이후 국제테러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북한이 향후 테러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공식입장을 표명하고 테러방지와 관련한 국제협약 등에 가입하면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법률적 기준’은 충족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케이시 부대변인이 밝혔듯 비핵화 이행 여부가 테러지원국 해제와 보다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미 국무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06 테러보고서’에서도 “북핵 2.13합의에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는 과정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적시, 테러지원국 해제와 비핵화 이행을 공식 연계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고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어느 정도 진행했을 때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이뤄질 것이냐는 데는 미국과 북한 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은 핵시설 불능화에 맞춰 명단 해제를 바라고 있지만 미 국무부는 4월 ‘테러보고서’를 발표하며 ‘리비아처럼 핵프로그램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한 뒤에야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입장이 최근 다소 유연해진 느낌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핵시설 불능화가 완료된 뒤에 해제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위해서는 일본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 ‘2006 테러보고서’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명시한 사유로 ▲1970년 일본민항기 납치에 관여한 적군파 요원 4명 보호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들고 있어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선 일본의 이해를 먼저 구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5∼6일 몽골에서 열리는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북한과 일본이 이번 회의에서 그동안 날카롭게 맞서왔던 납치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아 화해무드로 돌아선다면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도 한층 가까워질 것이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북한의 대한항공 폭파사건 시인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지는 4일 “북한이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을 아직 시인하지 않고 있어 (테러지원국 해제 과정에서) 논란이 될게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