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기념한 ‘특별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해 태양절을 앞두고 쌀을 비롯해 기름, 술 등의 공급이 있어 왔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에게만 과자와 사탕이 주어졌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회령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 당국은 해마다 술과 기름, 과자 등을 명절 특별공급을 해줬지만 이번에는 아이들 사탕과 과자를 제외한 공급은 없었다”면서 “인민반장은 ‘나라의 사정이 어려워 명절공급을 못 한다’고 말했다. 태양절 명절 공급이 없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주민들은 ‘명절 물자도 공급하지 못할 만큼 나라가 힘들어졌구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술이나 떡을 해 먹을 쌀이라도 있어야 명절 분위기를 내는데 이번에는 이것도 어렵게 됐다’며 아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식통은 “14일 오후부터 김일성 생일 경축기념보고대회를 위해 시장 상인들이 장사를 하지 못하게 시장 문을 아예 닫아 버렸다”면서 “명절 공급도 없고 장사도 못하게 하니 이번 태양절은 명절 같지 않은 분위기다”고 강조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 당국은 최근 양강도 지역에 2호미(군량미)를 풀어 교원(교사)이나 의사 등 공무원들과 노동자들에게 옥수수를 공급했다”면서 “이러한 일반 공급을 해준 만큼 특별 공급은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서 명절 공급에 대해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덤덤한 분위기”라면서 “간부들 사이에서 ‘당국이 특별 공급을 하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명절공급을 통해 김정은 일가의 배려를 선전하고 이를 충성심 유도에 활용하는 차원에서 거의 빠짐없이 실시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명절 미(未)공급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올 초부터 3개월여간 전투동원준비태세를 발령하고 대내외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켜온 북한의 내부 재정과 물자 공급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1962년 4월 15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이후 1968년 법정공휴일로 정했다. 이후 김일성의 60회 생일인 1974년에 ‘민족 최대의 명절’로 규정하고 명절 공급을 통해 분위기를 띄워왔다.
한 고위 탈북자는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에도 그나마 술 한 병의 명절 공급이라도 있었지만 김정은 세습정권 1년여 만에 태양절 공급이 중단될 정도로 내부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어 “북한이 김일성 민족이라고 하면서 명절 공급을 통해 주민들에게 김일성을 신적인 존재로 우상화해왔다”면서 “태양절 명절공급 중단은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하지 못한 것보다 더 부정적인 효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