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태양절 ‘충성자금’, 마약 팔아 준비한다

요즘에는 4.15 태양절(김일성 생일)도 예전과 달라 인민들 앞으로 차려지는 ‘특별공급’이라고 해봐야 2~3kg의 식량과 달걀 3~4개, 술 1병(500g) 등이 고작이다.



노동자들이 속한 기업소의 규모나 지위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돼지고기를 구워가며 얼큰히 술에 취하던 태양절은 그야말로 ‘수령님 살아계실 적’, 한마디로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북한의 경제난이 장기화 되면서 김일성 생일에 차려지는 공급품도 하나둘씩 줄어든 탓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고위 간부들에게 내리는 태양절 ‘특별선물’은 지금도 변함없이 화려한 물품들이다. 중앙당 간부급(군당 책임비서 이상)에게는 고급 옷감, 북한제 고급술, 꿩 2마리 등이 기본으로 차려진다. 이들이 받는 특별선물은 외화벌이 기관들이 바치는 ‘충성자금’으로 마련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선군정치의 시대, 김정일에게 바치는 충성자금에 대해 군부대 산하 외화벌이 기관들의 부담은 갈 수록 늘어나고 있다. ‘총대로 장군님을 결사옹위 한다’는 군(軍)에서 당이나 사회단체에 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례로 북한 공군사령부(조선인민군 제564군부대) 산하 외화벌이부에서는 4대명절(2.16 김정일 생일, 4.15 김일성 생일, 9.9 북한정권수립일, 10.10 조선노동당 창건일) 때마다 북한 각지에 퍼져있는 9개 기지(지사)와 2개의 출장소를 통해 충성자금을 모아 김정일에게 바친다.



각 기지와 출장소는 공군사령부의 1년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본 사명이지만 김정일에게 바칠 충성자금 마련에 더 몰두하고 있다. ‘기본 계획’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공군사령부 내부문제지만, 충성자금만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김정일의 걱정거리를 제때 해결하지 못한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공군이 연료 , 비행기 타이어 및 부속, 군인들 식량 및 피복 등에서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런 외화벌이 기관들의 ‘외도’와 무관치 않다.



북한 육군 군단급에 해당하는 공군사령부의 외화벌이부가 한해 충성자금으로 모으는 돈은 총 100만 달러가 넘는다. 공군사령부만 이정도 금액이니, 북한 전체 군부가 모으는 충성자금은 연간 수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공군사령부 외화벌이부는 각 기지와 출장소 별로 1~2만 달러 정도의 충성자금을 모아간다. 각 기지의 연간 외화벌이 목표가 통상 7~10만 달러 정도 되는데, 기지마다 3~5개 정도의 무역와크(무역허가증)를 인민무력부 총참모부로부터 할당 받는다. 기지에서는 무역와크의 종류에 따라 농산물, 정광석, 목재 등을 중국에 내다 팔아 외화를 획득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기본적으로 ‘3차 가공품’을 수출하라고 지도하고 있지만, 자금난과 기술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기지들은 1차 가공만 거쳐 중국에 내다 판다. 산에 있는 나무를 목재로 만들면 ‘1차 가공’, 목재를 합판으로 만들면 ‘2차 가공’, 합판으로 가구를 만들면 ‘3차 가공 이라고 할 수 있다. 1차 가공밖에 할 수 없는 북한의 외화벌이 단위들은 통상 희망 수출가격의 30%정도의 금액만 받고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수산 기지에서는 명태, 이면수, 낙지, 문어 등의 어류와 조개, 성개, 해삼 등의 양식류를 수출해 외화를 모은다. 수산 기지에서 1년에 10만 달러정도를 벌려면 가공설비 및 냉장실, 냉동실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200마력 이상 어선 3~4척, 30마력 철선(잠수부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채취물을 담는 선박) 20척 정도를 운영해야 한다. 수산 기지의 경우 인건비는 둘째 치고, 유류비용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 은, 동 정광이나 몰리브덴을 비롯한 금속정광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북한에서 몰리브덴 1톤을 200달러 정도에 구매하면 중국 쪽 대방에게 통상 650달러 전후에 수출하게 되는데 여기서 수송 및 세관비를 제하면 1톤당 통상 200달러 전후의 이윤을 챙길 수 있다.



몰리브덴 200톤을 중국에 수출해봐야 약 4만달러 정도의 이윤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 양을 중국에 팔려면(일이 아주 순조롭게 잘된다는 가정 아래) 최소 8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때문에 충성자금으로 연간 2만 달러씩 배정받는다는 것은 각 기지 입장에서 보면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많은 기지들이 충성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얼음(북한산 마약)’ 장사와 같은 비법행위에 나서게 됐다. 국가안전보위부나 인민보안부에서도 ‘충성자금’ 마련이라는 정치적 의미 때문에 이들의 뇌물을 받고 비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관행이 생겼다.  현재 각 기지마다 절반 정도의 인원이 얼음장사에 동원되고 있다.



기지국 소속 부원 1인당 1년에 약 3500달러 정도의 외화를 벌어야 하는데 5~6명이 얼음장사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면 기지국 소속 노동자 120명에 대한 식량과 겨울 난방용 석탄 공급을 북한 4대 명절에 노동자 1가구당 돼지고기 1.5kg, 사탕과자 3kg, 식용유 2리터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된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산하 신흥무역회사에서도 북한 전역에 퍼져있는 13개 지사와 6개의 출장소를 통해 이와 같은 방법으로 충성자금을 모은다. 김정일의 명절 선물 마련 자금으로 신흥무역회사가 만들어 내는 충성자금이 연간 40만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일에 대한 경호를 담당하고 있는 호위사령부도 ‘동양회사’라는 외화벌이 단위를 두고 있다. 동양회사에서는 김정일의 명절 선물마련 자금으로 연간 30만 달러 이상의 외화를 바치며 충성경쟁에 동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