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탈북자 포섭시도 사례도 비일비재

탈북자로 위장한 북한의 직파 여간첩 사건은 탈북자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는 헌법과 인도주의의 취약한 고리를 북한이 이용한 것으로,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북한이 직파했다가 탈북자로 위장했던 이 사건과는 다른 유형이지만 북한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간첩으로 포섭했거나 포섭하려 했던 사례들은 이미 여러 건 적발됐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정착하고도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일부가 북한을 몰래 들락거리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탈북자 관리상의 허점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 탈북자 이모씨는 국내에 정착한 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압록강을 건너 북한에 몰래 들어가려다 북한 경비병에게 붙잡히자, 북측 공안 당국의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남측의 합동신문기관인 ‘대성공사’와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의 운영상황 등을 진술했다.

이씨는 이어 신의주시 초대소에서 대남 공작지도원으로부터 약 한달동안 간첩교육을 받고 ‘○○○번’이라는 암호명을 받은 뒤 인천항을 통해 재입국, 중국내 북한 연락책에게 ‘무사도착’을 보고했으나 곧이어 불안감을 느껴 관계 당국에 자수했다.

탈북자 남수(51)씨는 국내 정착에 힘겨워 하다 2000년 7월 중국으로 출국해 다음달 입북한 뒤 남한 정보기관에 관한 정보와 탈북자들의 근황 등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알려주고 탈북방지 강연 활동을 벌이는 등의 활동을 하다 다시 탈북해 남한에 들어왔다가 관계 당국에 붙잡혀 현재 수감돼 있다.

탈북자 유태준씨의 사례는 대구에 정착한 뒤 2000년 6월 북한에 부인을 데려오겠다면서 북한에 들어갔다가 붙잡혀 북한 방송에 등장해 탈북자로 자진 귀환한 사람으로 선전되기도 했으나 재탈북한 경우다.

탈북자 이모씨도 2004∼2005년 북한에 있는 부인을 두 차례나 찾아가 8개월간 현지에 머물면서 보위부원에게 담배와 돈을 뇌물로 건네고 청진 일대에서 장사를 하거나 심지어 북한에서 딸을 낳기까지 했다. 이씨는 남한에 돌아와 관계 당국에 구속됐으나 간첩 혐의는 없었다.

탈북자 문제를 다루는 한 경찰관은 27일 “명절 등을 맞아 중국을 거치거나 밀항선을 타고 밀입북하는 탈북자가 꽤 많은 것으로 안다”며 “대부분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면 인도적 차원에서 통제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인천지방법원 형사합의13부는 밀입북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탈북자 A씨에 대해 북한 주민의 탈북을 돕고 대북 군사관련 정보수집을 위해 밀입북한 것은 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단수여권 발급 등으로 탈북자들의 해외여행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탈북자들이 복수여권을 발급받고 있는 데다 탈북자들이 1만명을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이들의 동향을 일일이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탈북자들이 툭하면 인권을 내세워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탈북자들은 국내 정착 과정에서 경찰에서 파견한 신변보호 담당관에 대해 자신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탈북자는 탈북 브로커로 나서 기획탈북을 추진하기 위해 재입북하기도 하고, 일부 탈북자는 일본 등의 언론사나 단체들의 부탁을 받거나 이들에게 팔기 위해 동영상 등을 찍으러 북한에 몰래 들어가는 일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탈북자들은 가족이 살고 있는 북한과의 끈을 놓지 못하면서 북쪽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 경우가 늘어나, 고액의 송금 비용을 받고 이를 대행하는 업자까지 생겨나는 등 신종 ‘탈북자 산업’까지 등장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들의 송금액은 암암리에 진행되면서 구체적인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가뜩이나 탈북자들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더욱 안좋아질 것 같다”며 “탈북자를 위장한 간첩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지면서도 일반 탈북자에게까지 이번 사건의 결과가 번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