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북한 내 가족들을 오지로 추방해 집단 거주시키는 ‘강제 이주 정책’이 현실화 되고 있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 입국해 생활하고 있는 탈북자들이 북한 내 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 31일 “월남자(탈북자) 가족들을 강제 격리하라는 방침이 내려졌다는 소문이 계속 있었는데 28일 저녁에 두 가족이 강제 이주 당했다”면서 “갑자기 들이닥친 보안원들은 가족들에게 간단히 짐만 챙기게 한 뒤 트럭에 실어 데려갔다”고 말했다.
NK지식인연대는 지난달 18일 “북한 당국이 최근 양강도 각 시·군의 주민 가운데 남한에 연고자가 있는 주민이나 탈북자 또는 행방불명자의 가족을 오지로 추방하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전한 바 있다.
소식통은 “강제 이주 당한 한 가족은 인심이 후해 주변에도 도움을 많이 줬는데 밤 사이에 데려가버려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작별 인사도 못했다”면서 “이 소문이 하루 사이에 삽시간에 주위로 퍼져 탈북자가 많은 혜산시 주민들의 걱정이 태산 같다”라고 말했다.
강제 이주된 가족들의 행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탈북자들을 통해 외부 소식이 퍼지고 있다는 점을 강제 이주의 가장 큰 목적으로 들고 있기 때문에 감시가 용이한 산간 오지에 집단 거주시킬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백암군에 있는 유평노동자구 림산마을에 집단 수용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이 곳은 교통이 좋고 다른 지역과 교류도 쉽기 때문에 가능성은 적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탈북 가족들이 남한의 가족에게서 돈을 송금 받기 위해 전화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외부소식, 특히 리비아 사태 같은 소식들이 흘러들고 있다고 판단해 나라에서 전격적으로 이주 정책을 단행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강제 이주에 중동 민주화 사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른 양강도 소식통도 “00동에서도 도강자 가족들을 강제로 소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며 강제이주 사실을 확인하고 “요덕 같은 집단수용소를 짓는다는 말도 있어서 아들이나 딸들이 한국으로 간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보안원에게 직접 들었다며 “이주 대상 명단에 양강도에만 1천세대가 넘는다”고 전했다. 이어 보안원에게 “‘설마 그 사람을 다 어디로 보내겠냐’고 묻자 ‘방침이 세니 집행할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직접 ‘나는 350만 핵심 당원과 핵무기만 있으면 된다. 조국을 배신한 변절자들의 가족들과 혁명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말하며, 강제 이주를 김정은이 적극 추진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이번 강제 이주가 전국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2008년 국내 입국한 탈북자 김모 씨는 “우리 가족들의 안부도 걱정이다. 그런곳에 보내지면 평생 죄진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데 돈이 준비되면 가족을 다 데려오겠다”라고 말했다. 강제 이주 작업이 본격화 되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서둘러 탈출시키기 위한 계획 탈북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현재까지 양강도 이외에는 강제 이주 소식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외부와의 전화 통화에 대한 감시와 단속, 국경 경계는 대폭 강화됐다.
2001년 함경북도 무산에서 탈북자 가족 50세대가 추방된 적이 있지만 1천 세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강제 이주 작업이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양에서는 1970년대부터 성분이 나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강제 이주 작업을 진행해왔다. 1989년 평양 축전 때도 수 백세대가 강제 이주 당한 바 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윤태 사무총장은 “탈북자 가족 1천 세대 이상을 오지에 강제 이주시키는 정책은 정치범수용소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가족들에게 연좌제를 적용해 강제 이주시키는 이번 조치는 반인권적인 행태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