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충격적인 결핵 실태…北당국 이제 변해야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캠브리지에서는 “한반도의 결핵과 국제 건강”이라는 주제로 북한의 결핵 퇴치를 모색하는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 하바드 대학 한국학회의 김구포럼에서 주관하고 유진벨 재단과 브리햄 여성병원, 하바드 의과대학이 공동으로 주최한 자리다.

이날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당국의 허술한 보건의료 정책 때문에 아직까지도 북한내 전염성 결핵환자의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북한의 전염성 결핵 실태는 가히 충격적인 내용들이었다.

한양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의 신영전 교수는 이날 “북한에서 발간되는 보건의료 잡지 ‘인민보건’과 관련 있는 북한의 전문가는 북한내 결핵환자 규모를 최소 8백만 명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북한내 결핵환자 추정규모와 관련해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치, 북한 당국자의 추정치, 국제NGO들의 추정치가 모두 다르다며 이같이 밝힌 것이다.

현재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북한의 결핵환자는 총 42,591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신뢰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매년 외부에서 북한에 지원된 항결핵제만 놓고 추산해도 7만 명이 넘는 규모이며, 북한 당국은 최근 매년 10만 명분의 결핵약 지원을 국제사회에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탈북자부터 얻은 자료에 기초해서 보면, 그 수가 39만명으로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서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1990년대 중반 이래에 늘어나고 있다”며 “결핵은 경제가 무너지고 공중보건이 작동하지 않는 지역에 일반적으로 퍼져있는 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유진벨 재단의 스티븐 린튼 대표는 “북한보건시스템은 전적으로 정권에 의해 운영 되고 있다”고 있다며 결핵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실태를 소개했다.

린튼 대표는 자신이 북한을 방문했던 경험을 거론하며 “북한의사들이 환자의 폐에 직접 결핵약을 주사하는데 녹슨 주사바늘을 사용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주사하는 동안에도 환자들이 전혀 움찔하지 않는 것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린튼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는 X레이 필름이 부족해 어두운 방에서 환자에게 방사선을 직접 투시하는 동안 의사가 투시결과를 직접 관찰하는 방식으로 결핵을 진단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사들은 항상 엄청난 양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더구나 이런 진단이 환자들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핵으로 판명된 환자들은 북한의 각 시군별로 마련된 ‘결핵환자 요양소’에 수용되는데, 린튼 대표는 무려 15년간 요양소에서 치료받던 남자를 만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현재 북한 당국은 국가차원의 보건체계를 바로 세우는데 속수무책이다. 북한의 지역단위 병원들은 중앙으로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숫자파악조차 안되는 많은 북한 주민들이 결핵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의 결핵 상황은 1990년대 중반부터 악화되기 시작했다”며 “더욱 안정적으로 북한에 항결핵제가 공급되기 위해 다양한 국제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올해 한국의 보건복지부와 통일부만 하더라도 100억원 규모의 대북 의료지원을 추진하려 했지만, 북한 당국의 호응이 없어 아무것도 진척시키지 못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이 먼저 자국민의 생명과 건강문제를 ‘인도적’으로 다뤄야 한다. 모든 문제를 ‘체제 유지’ 우선으로 해석하는 북한당국의 태도는 이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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