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지난 시간에 이어 사경제로 활성화되고 있는 돼지 축산업을 알아 볼 텐데요. 이번 시간에는 모돈 실태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설 기자, 여기에서 모돈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기자 : 새끼를 낳으려는 목적으로 사육되는 어미돼지를 말하죠. 종축돼지, 모돈 돼지라는 말을 같이 쓰기도 하는데요. 얼핏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다릅니다. 두 가지 모두 북한 주민들의 돼지축산을 활성화시킨 중요한 계기라고 볼 수 있는데요. 80년대 만해도 돼지새끼는 품종에 관계없이 사육됐거든요. 이때 만해도 돼지 기르는 주민들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경쟁률이 없었던 거죠.
하지만 90년대 말, 2000년대 돼지축산이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경쟁시장으로 변했는데요. 돼지새끼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판매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고, 비싼 우량품종돼지로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중요하게는 모돈 시장이 농촌에서 도시로 옮겨졌으며 전문성을 가진 돼지 분업시장으로 된 것인데요. 이 시간에는 최근 모돈이 어떤 신종업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진행 : 흥미 있네요. 한국에서는 수의사가 직접 품종개량을 하고 있어요. 기술력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서 우량품종을 개량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기자 : 그렇죠. 돼지를 잘 먹인다고 종자가 개량되는 건 아닌데요. 모돈을 목적한 주민은 일단 수퇘지를 고르는 데 품을 들입니다. 빨리 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새끼숫자가 많아야 하거든요. 모돈 경쟁률이 없었던 90년대 만해도 보통 5~7마리정도 돼지새끼를 낳는 것이 보통이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모돈을 이 정도 하면 본전도 건지지 못하고 망하게 되는데요.
때문에 모돈업자들은 고민 끝에 좋은 수퇘지가 있을 법한 국영목장, 축산사업소에 가서 좋은 정자를 요구합니다. 최근에는 당의 지시로 외국에서 우량종 돼지를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빨리 크는 수퇘지를 수입해 정자를 인위적으로 받아 목장에 공급하는 역할이 축산정책의 목적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자체벌이를 해야 되지 않습니까. 형식은 국영이지만 시스템운영은 시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진행 : 여기에서도 계획 경제가 아닌 시장 경제가 힘을 발휘하는 거군요?
기자 : 돼지정자를 시장가격으로 판매하는 거죠. 모돈업자가 정자를 신청하면 축산대학을 졸업한 수의사가 암퇘지 있는 곳에 직접 가서 주사기로 정자를 수정해주는데요. 시간 간격을 두고 세 번 정도 해주면 배란이 된 것으로 인정하고 돈을 받습니다.
진행 : 이야기를 듣다보니 제가 지금 돼지목장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네요. 모돈업자들이 우량 돼지종자를 얻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그렇다면 몇 마리의 새끼를 낳는 게 목표인가요?
기자 : 최근 모돈업자들의 기준목표는 12~15마리입니다. 3, 4마리에서 어미암퇘지가 새끼를 잉태하면서 먹은 사료 값이 나오고, 한 마리는 젖을 떼고 난 후 어미돼지를 위한 영양사료 가격을 책임지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일곱 마리가 이윤으로 남는 거잖아요. 목돈을 쥐게 되죠. 암퇘지가 넉 달 만에 새끼를 낳기 때문에 두 마리로 모돈하면 14마리 가격의 큰돈을 쥐게 됩니다.
말하기는 이렇게 쉬워도 큰돈이 저절로 쉽게 들어오지는 않잖아요. 돼지가 새끼를 낳기 전 넉 달 기간을 업자는 임신한 딸에게 쏟아 붓는 정성보다 더 신경 쓰는데요. 돼지우리 습기를 철저히 막아주고 땀띠가 오르지 않도록 여름에는 매일 목욕을 시켜줍니다. 아침이면 귀밑을 만져보고 열이 나지 않는지 확인하고, 변을 보고 설사가 확인되면 장마당에 즉시 달려가 제일 비싼 수입약으로 치료하곤 하죠.
이렇게 정성을 들이게 되니, 새끼를 낳는 날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는가요. 한 마리, 한 마리 낳을 때마다 어미돼지가 힘들어하지 않도록 배를 쓸어주면서 밤을 샙니다.
진행 : 말 그대로 생업전쟁이네요. 김정은이 배급을 주든 말든 본인의 힘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이 저력,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까 말씀하신 인공수정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 아닙니다. 저번 시간에 말씀드린 것처럼 돼지축산은 사(私)기업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국영 가축인공수정사업소가 인공수정을 나서서 하긴 힘들죠. 신종업으로 떠오른 돼지수정업자가 인기라는 말인데요. 이들은 국영축산에서 정자구매를 하는 게 아니라 우량종 돼지새끼를 구입합니다. 수퇘지를 두 마리 길러 전문 종자수퇘지로 장사밑천을 하고 있는 것인데요. 인공정자는 보관을 잘못했거나 수정하는 과정에 배란이 안 될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돼지수정업자의 경우는 다릅니다. 암퇘지가 있는 집으로 수퇘지를 끌고 가서 직접 교부시키기 때문에 실수율도 없고, 또한 가격을 그 자리에서 받지 않습니다. 암퇘지가 새끼를 배고 낳은 다음 새끼 한 마리를 돼지수정 가격으로 받기도 하는 거죠. 모돈업자에게는 외상을 할 수 있다는, 수정업자에게는 넉 달 후에 몇 배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죠. 결과적으로는 양쪽 모두 이득입니다.
한마디 더 해드린다면 돼지새끼 가격은 최소 (북한돈) 10만 원, 쌀 20키로(kg) 살 수 있는 돈이잖아요. 인공수정이나 교부하는 가격은 쌀 다섯키로 가격, 이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북한에서 ‘걸어 다니는 돼지’라는 말이 돌고 있는데요. 이는 바로 수정돼지를 일컫는 말입니다. 돼지 수정업자의 주택 지붕에는 ‘돼지수정’이라는 간판이 광고처럼 내걸고 있는데요. 신종업에 대한 고객 신용을 쌓기 위해 외상이 가장 유용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외상도 일종의 투자이고 시장전략인 셈이죠.
진행 : 모돈업에 이어 시장에서 새롭게 나오고 있는 돼지 수정업도 한층 번창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계속해서 장마당물가 동향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평양에서는 1kg당 5120원, 신의주 5050원, 혜산은 50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2050원, 신의주 2100원, 혜산 21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100원, 신의주 8250원, 혜산은 810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은 1300원, 신의주 1290원, 혜산 1280원으로 지난주와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500원, 신의주 13000원, 혜산 12800원으로 지난주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휘발유는 1kg당 평양 10550원, 신의주 10500원, 혜산에서는 106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6450원, 신의주 6500원, 혜산은 65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