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축구장 사태, 어떻게 봐야 할까?

▲ 북한 관중들이 이란 선수단이 탄 것으로 보이는 버스를 둘러 싸고 있다.<출처:연합>

30일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에서 북한 대표팀이 패하자 흥분한 평양 시민들이 김일성 경기장에서 난동을 일으킨 사건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외신 보도들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심판과 이란 대표팀에게 매우 위협적인 상황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란 선수단은 “매우 적대적인 분위기”,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이번 사태가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경기장 안에서 끝나지 않고 밖으로 몰려간 군중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밀고 당기는 몸싸움까지 벌였다는 것. 경기장 안에서 야유를 퍼붓고 항의하는 것은 경기에 대한 반응으로 어느 정도 용납될 수 있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까지 사태가 확산된 것은 북한에서 철저히 금지된 군중적 열기를 배경으로 한 집단행동으로서, 외신들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탈북자들도 이러한 모습은 북한에서 쉽게 보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 경기장 소요 종합

첫 소요가 발생한 것은 경기 종료 5분 전. 북한이 이란에게 0-2로 뒤지고 있던 상태에서 북한 선수가 이란 골 에어리어 안에서 공격을 하다가 이란 선수와 부딪혀 넘어졌는데도 심판이 휘술을 불지 않자 김영준 선수가 거칠게 항의한 것이 발단.

퇴장 명령이 내려지자 관중들이 물병과 술병, 의자 등을 집어 던지며 10분간 항의. 인민보안성 보안원들이 출동해서 소요를 진정시켰다. 이 과정에서 보안원이 한 관중을 연행하자 몸싸움이 벌어지고 주변 관중들이 거칠게 항의했다.

경기가 끝나자 관중들이 다시 경기장 진입을 시도하고 물병을 던지며 난동을 일으키자 심판들이 축구장 중앙에서 30분 정도를 대기했던 것. 일본 <닛칸스포츠>는 “관중들이 물건을 내던지는 바람에 심판 4명이 그라운드 중앙에서 라커룸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30분 만에 경찰의 호위 속에 겨우 빠져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관중들은 이란 감독의 외신 인터뷰장에도 난입해 회견이 중지되었다는 것. <닛칸스포츠>는 또 “이란 이반코비치 감독의 인터뷰장에도 수십 명의 관중이 난입해 기자회견이 중지되는 이례적인 사태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AFP 통신과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에 의하면 흥분한 평양 시민들이 이란 선수들이 타고 있는 버스를 둘러싸고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AFP는 당시 경기장 밖 상황에 대해 “폭력적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었으나, 대규모 폭력이나 싸움행위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 심판의 편파 판정에 항의하며 보안원과 몸싸움을 벌이는 관중 <출처:연합>

결국 이러한 소요는 보안원들이 출동해 밀고 당기는 충돌이 있었으나 이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 초유의 군중 소요에 대한 평가

* 통일부 정보 관계자 = 80년대 프로야구 초반기에 관중문화가 성숙되지 않았을 때 우리도 이런 과정을 겪지 않았나. 경기에 대한 불만 표출일 뿐 특별한 이상 징후로 해석하지는 않고 있다.

* 탈북자 동지회 이해영 사무국장 = 당시 현장에서 흥분하고 보안원들에게 항의한 사람들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에서는 애국심에서 흘러나오는 일은 절대 처벌하지 않는다. 다른 이유로 보안원에게 손가락질을 했다가는 큰일이 나겠지만 이번처럼 나라를 사랑해서 저지른 일이라고 평가될 때는 오히려 칭찬하는 분위기다.

* 탈북자 서영석(전 축구선수) = 북한에서 보기 드문 현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기 조국이 부당하게 당했다는 생각에 나선 행동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집단행동으로 분출된 것이기 때문에 당국이나 주민들 사이에서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될 수도 있다.

◆ 이후 전망

일부에서는 이번 소요 사태에 대해 북한 사회의 체제 이완 분위기가 반영되었다는 지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와 탈북자들은 북한과 같이 조국애를 높이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당국과 주민들도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중앙방송>은 31일 방송에서 “우리나라 축구팀과 이란 축구팀 간 경기에서 이란이 2대 0으로 이긴 것으로 되었다”며 “경기가 끝나자 관람자들이 시리아 주심과 부심들의 오심에 분노하며 크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사태를 바라보는 북한 당국의 시각도 억울한 판정에 주민들이 애국적 충정으로 일으킨 소요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번 소요사태는 외부의 시각과 다르게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나 기강 확립 조치가 따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외신들이 볼 때 굉장히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된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은 적지 않게 당황하면서도 외부에 북한 인민들의 애국심을 시위한 것으로 평가, 내부적으로 이번 소요를 당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으로 미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