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추석물가 급등…”차례상 준비도 어려워”

# 함경북도 OO기업소에 다니는 김철복 씨.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면서 아내에게 “추석 상은 좋은 걸로 놔라”고 한마디 던졌다. 그러자 아내가 “장마당에 한번 가보라. 생선이고 과일이고 기막히게 올랐다”고 대꾸했다. 평상시엔 자신의 의견을 조용히 듣기만 하던 아내의 갑작스런 모습에 김 씨도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출근길 계속 아내의 얼굴이 떠올라 기분이 언짢았다.


김 씨 네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빼놓고는 매회 추석 상차림을 잘 준비해 왔다. 먹고 살기 힘들지만 일 년에 한 번 조상을 기린다는 생각에 정성을 다해 왔다. 김 씨가 군수 관련 기업소에 다니기 때문에 배급도 나온다. 하지만 4인 가족이 먹고 살기엔 턱없이 부족해 아내가 장마당 장사를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째다. 장사에 수완이 있었던지 제법 돈도 모았지만 화폐개혁으로 모두 종이조각이 돼 버렸다. 아마 그때부터 아내의 악다구니도 커졌던 것 같다. 김 씨는 ‘지난해엔 그래도 이렇게까지 힘들어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라고 조용히 읊조리며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민속명절’ 추석을 맞은 북한 주민들의 한숨 소리가 크다. 만성적인 경제난에 연이은 시장 통제 정책으로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그나마 장사를 통해 살림살이를 꾸려왔지만 ‘폭풍군단’ 검열 등 각종 단속의 여파로 시장도 얼어붙었다.


이미 시장물가는 화폐개혁 이전으로 회귀한지 오래다. 물가의 척도 역할을 하는 쌀 가격도 8월 들어 kg당 2500~2700원 선으로 급등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500~1700원가량 오른 가격대다. 추석을 앞두고 물가는 더 오르는 추세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9일 “물가가 다 올라 이번 추석에는 간단하게 상차림을 하는 가정이 많을 것 같다”며 “갑자기 오른 물가로 술 한 병으로 산소를 찾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예전 이맘때면 추석 상차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장마당에 넘쳐났는데 지금은 예년과 비교하면 한산한 편”이라며 “물가가 너무 많이 뛰어 장사를 크게 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추석 상차림을 잘 준비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북한 내 물가는 지난해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추석을 앞두고 단속이 강화돼 시장 활동이 위축됐고, 환율도 상승하면서 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때문에 예년과 같은 추석 상차림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끼는 쌀밥을 먹고 두 끼는 국수 등으로 때우는 저소득층 주민들의 평균적인 추석 준비 상황을 보면 지난해 대비 물가변동 상황을 확연히 확인할 수 있다. 


저소득층 가정에선 추석 상차림으로 쌀밥, 술, 전, 떡(절편), 빵, 기름튀기(꽈배기), 과일, 삶은 고기, 삶은 두부, 버섯이나 콩나물반찬, 인조고기 반찬, 감자반찬을 준비한다. 이외에 사탕, 과자 같은 간식을 추석 상에 올리기도 한다.


이를 4인 기준 가정에서 준비하기 위해서는 보통 쌀 3kg, 밀가루 2kg, 콩기름 1kg, 술 한 병, 돼지고기 1kg, 물고기 한 마리, 두부 다섯모, 콩나물 500g, 계란 세 알, 고추 가루 세 컵, 마늘 세 개 등이 소요된다.


금액으로 환산해 보면 지난해엔 약 2만5000원 정도를 추석 준비에 썼다면 올해는 약 3만5000원이 드는 셈이다. 기업소 노동자의 월급을 3000원 정도로 볼 때 10개월을 넘게 모아야 준비할 수 있는 금액이다.


‘추석을 간소화하라’는 김정일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북한 주민들의 올해 추석 상차림은 예년에 비해 그 규모가 축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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