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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진타오 국가 주석의 외교 브레인이라 불리는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정부는 현재 북한에 극단적 방법을 취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중국의 입장은 보다 강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왕 교수는 18일 프레스센터에서 ‘미국 글로벌 전략의 조정과 중·미관계에 미치는 영향’ 주제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강연회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중국은 정치적 문제를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왕 교수는 또 북핵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법에 대해 “(중국은)미국과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며 “중국의 입장은 오히려 한국 정부의 입장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일관된 방침을 갖고 있다”며 “미국이 직접대화를 하지 않고 금융제재 등 압력만 가한다면 북핵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정치적으로 변화를 원하고 있으며 (여기에)정권교체도 포함돼 있다”며 “그러나 북한의 정권교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북한에 대한 마지노선을 포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북한은 군사적·전략적 의도가 아니라 정치적 의도로 핵무기를 개발했다”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믿으면 핵을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질의자로 나선 박승준 조선일보 베이징(北京) 지국장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도록 중국정부는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등 강경하게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자, 왕 교수는 “중국정부는 북한 핵실험에 반대 입장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압력을 행사하는 등 장기적 문제를 고려해 대처했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까지 했지만 북한 제재 대열에 (적극적으로)동참하지는 않았다”며 “(중국이)미국이나 일본과 똑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중국의 입장이 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겠는가”라며 “그렇다면 북한의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은 우리가 압력을 행사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아니라 정상적 국가의 관계로 정상화하길 바란다. (중국은)이러한 정치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중국이 이미 정상적 국가라고 할 수 없는 북한과 정상국가 관계에 집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중국식의 접근은 강력한 제재도 할 수 없고, 핵개발을 용납할 수도 없다는 얘긴데, 북한이 그것을 알기 때문에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