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추가도발 분명…냉정한 결정 필요하다

필자가 남북관계와 북한 정치를 배우기 시작한 지 약 30년이 흘렀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위험하게 보이던 때도 있었고 잠잠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1987년 KAL 폭발사건 이후에도 1994년 ‘서울을 불바다’ 발언 때도 필자는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하지 않았다. 신경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남측과 북측이 적대감이 심각하더라도 전쟁은 무섭고,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서로에게 많은 양보를 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유감스럽지만 현재의 상황을 그렇지 않게 되었다. 북한을 30년 동안 지켜보면서 최근 드는 생각은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다행이 이러한 가능성은 너무 낮다. 그러나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새로우면서 유감스러운 현상이다.


이처럼 가능성이 낮지만 전쟁이 초래할 비극과 참극의 규모가 너무 크기때문에 이렇게 낮은 가능성도 무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


물론 지금 남북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남한에게 많은 손실을 줄 수 있지만 남측의 군사적인 우월성과 한미동맹 때문에 패전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북한 정치 엘리트의 운명은 전쟁 이후  불행해질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북한 정치 엘리트의 입장에서 보면 패전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전쟁은 집단자살과 다를 바가 없다.


남한도 전쟁에 대한 공포가 심하다. 첫째로 민주국가들은 먼 나라에 파병을 하지만 국가 본토에서 국민 대부분의 생존이 위협 받는 대규모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둘째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남한이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심각한 손실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제일 위험한 약점은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수도권의 위치이다. 대규모 전쟁의 경우 수도권에서 수만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의 양민들이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또 이러한 승리가 초래할 것 같은 흡수통일은 남한 경제에 보다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민주국가의 정치 메커니즘을 감안하면 남한 결정권자들이 전쟁을 악몽처럼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양측은 전쟁을 위험하게 생각하고 원하지 않는 것은 전쟁이 결코 발생하지 못할 것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제일 유명한 전례는 제1차 대전의 기원이다.


1914년에 호전적인 군인들과 정치인들이 있었지만 유럽 정치 엘리트 대부분은 대규모 전쟁을 결코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위기는 작은 돌이 시작한 산사태와 비슷했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세자의 암살 사건은 결국 1천7백만 명이 희생되는 전쟁을 초래했다.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는 이유


지난 2010년에는 북한 도발이 야기한 비극적인 사건이 많았다.  천안함 사건도 연평도 사건이 발생해 남북 간 긴장이 크게 고조 되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천안함 사건도 연평도 사건도 남한의 압력을 가하는 방법일 뿐이다. 사실상 이것은 북측이 오래전부터 반복해온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정권은 보다 많은 양보를 필요하게 되면 가장 먼저 긴장을 고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다. 무장충돌, 핵실험, 호전적인 선언 발표 등을 이용하여 긴장을 극단까지 고조시키고 남한도 이웃 나라도 국제사회도 신경을 쓰도록 한다. 다음 단계에 북한은 회담을 재개하고  필요로 하는 양보를 그들의 희망대로 받으면 긴장을 다시 완화한다.


이것은 북한 정권이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사용한 정책이다. 대부분의 경우 북한의 이러한 정책은 성공적이었다. 1994년에 이러한 정책으로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핵개발을 냉동할 조건으로 양보를 얻었다. 2007년에도  제 1차 핵실험 때문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부시행정부는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고 적지 않은 지원 및 정치 양보를 제공하였다.


그래서 2008년부터 남한에서 출발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달리 조건이 없는 지원을 대폭 감소하고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북한 정부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위기의 본격화에 대해 남한에서, 특히 남한 보수파에서 오판이 많다. 국제 재재와 남한 단절 때문에 북한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 반대로 지난 5~10년 동안 북한 경제는 점차 좋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추산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북한 경제 성장률은 1.4%를 달성했다. 이것은 높은 성장률이라고 할 수 없지만 경제규모와 일인당 소득이 증가하는 성장률이다.


북한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경제위기보다 세월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이다. 남한과 미국이 지원을 하지 않는 조건하에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서 필요로 하는 물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세력은 중국뿐이다. 결국 최근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전례없이 높아졌다.


북한 지배계층의 입장에서 보면 이만큼 높은 의존도는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물론 북한 지배계층은 중국을 이용하여 북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 한다면 남한과의 통일보다 친중국 위성정권 설립을 덜 큰 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체제가 흔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북한 극소수 정치 엘리트는 친중국 입장이 결코 아니고 중국이 북한 국내정치에 간섭할 수 있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북한 역사를 보면 1950년대 말 부터 북한 정부는 항상 서로를 믿지 않고 경쟁하는 후원자들이 있다는 것을 제일 바람직한 외교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지원자들의 다툼과 상호불신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북한 외교는 어떤 양보도 하지 않고 많은 후원을 얻을 수 있었다. 원래 북한의 후원자들은 중국과 소련이었고 지난 20년 동안 그들은 남-미-중 대립과 다툼을 성공적으로 이용하였다.


바로 이 때문에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대북 지원 재개를 원한다. 북한 정권의 목적은 남한과 미국의 영향을 이용하여 중국 영향을 억제, 통제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중국영향을 통해서 미국과 남한의 영향을 억제할 희망도 갖고 기회가 나면 남-미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확실히 이용할 것이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 것은 냉정한 생존외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2008년부터 북한은 미국과 한국 지원 재개를 위한 대규모 정치 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먼저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개성관광 폐지, 개성공단에 대한 12.1 조치 등을 이용하여 남한에 압력을 가하면서 제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용하여 미국에 압력을 가하였다.


그러나 뜻밖에 미국과 한국은 지난번과 달리 북한 협박에 굴복하지도 않고 기대하는 양보를 하지 않았다. 이 도전에 직면한 북한 정권은 위기를 더 높은 단계로 고조하기로 했다.


사실상 북한 정권은 동시에 두개의 협박 작전을 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작전의 하나는 한국을 중심으로 하고 또 하나는 미국을 작전상대로 겨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제일 위험한 약점은 핵확산에 대한 공포라고 말 할 수 있다. 바로 그 때문에 2010년 11월에 북한은 미국 대표단에게 규모가 큰 새로운 농축우라늄 생산 시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견학으로 북한 정권이 알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미국이 북한을 무시하고 지원을 제공하지 않고, 회담을 하지 않는 동안 북한이 핵 확산 잠재력을 확대하고 새로운 핵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남한의 경우 제일 중요한 것은 경제적 안정이다. 북한 결정권자들은 남한 주민들이 북한을 관리할 줄 모르고 남한이 경제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국내외 안정을 유지할 수 없는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해서 반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의 희망은 무장 도발로 남한 사회에서 대북 지원을 하지 않은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조성시키고 민주국가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정치 압력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남한 경제는 국제경제와 관계가 긴밀해서 세계적으로 한반도 정치안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면 남한 경제도 어느 정도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세계 언론이 연평도 사건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을 경우 이 보도를 읽은 외국 사업가들은 남한과 협력에 대해서 일정한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로 남한 정부는 그대로 북한 압력을 무시하고 지금과 같이 강경노선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 직면한 북한의 제일 합리주의적인 선택이 무엇일까? 북한의 역사적인 경험을 보면, 북한 정권은 남한 정부의 입장을 바꾸거나 내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도발을 해야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남한이 북한에 대해 위험한 착각을 하고 있다


연평도 사건 이후 국군과 청와대는 북한 도발이 다시 생기면 ‘강경대응’을 하겠다고 반복한다. 그들은 남한에 대한 공격이 진행되면 규모가 훨씬 큰 반격으로 대답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경고를 수 없이 반복해온 남한 행정부는 이제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북한이 다시 한 번 도발을 한다면 남한이 강경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이명박 행정부와 한나라당은 심한 정치적인 손실을 받을 것이다. 강경대응 문제는 체면과 연관된 정치적 문제가 돼가고 있다.


이것은 정말 유감스러우면서도 위험한 변화라고 생각된다. 남북관계의 역사를 보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보다 규모가 훨씬 큰 사건이 있었다. 북한은 남한 대통령 암살 사건을 적어도 두 번 시도했고 130여 명의 무죄한 양민들이 탄 여객기를 폭발하기도 했고 작고, 큰 납지와 테러 행위를 셀 수 없이 많이 했다. 그러나 원래 남한측은 이렇게 파렴치한 양민학살과 테러를 무시했고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는 외교조치 이외에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 한 중국 학자는 남한의 이러한 태도를 “오른뺨을 치면 왼쪽 뺨도 돌리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합리주의적인 설명이 있었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남한측은 복수할 방법이 없다. 역설적으로 우세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남한측은 북한 결정권자들이 중요시하는 것을 훼손할 능력이 별로 없다.


남한의 강경대응 조치가 북한보다 남한에 더 큰 손실을 줄 수 있다. 


원래 남한 행정부는 이 유감스러운 역설을 잘 이해했고 남한 테러와 도발을 무시하면서 복수보다 경제개발에 집중했다. 이명박 행정부도 1968년에 김신조 사건을 경험한 박정희 행정부, 1987년에  KAL사건을 경험한 전두환 행정부에서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한은 왜 북한에 심각한 손실을 줄 수 없을까? 가설적으로 생각해보면 북한이 올해나 내년에 다시 한 번 규모 큰 도발을 감행한다면 한국이 할 수 있는 강경 대책이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한국은 북한 해군 기지를 공습할 수도 있고 북한 장사정포 진지 일부를 파괴할 수도 있고 사단, 군단  본부, 아니면 평양 근처에 위치한 군사, 정찰 중앙 기관까지 공습할 수 있다. 국군의 기능을 고려하면 이러한 군사 작전이 성공할 가능성이 100%는 아니지만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적인 공습으로써 얻을  정치 결과가 무엇일까?


물론 이러한 반격으로 수십 명이나 수백 명의 북한 국인들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절대 세습독재국가에서 서민들의 생명은 가치가 별로 없다. 1990년대 중국식 토지개혁을 하지 않기로 한 북한 정치 엘리트는 사실상 60~90만 명의 농민들이 굶어 죽도록 했다. 이 만큼 많은 양민들을 손쉽게 희생한 정권은 수백 명의 병사들의 죽음을 결코 문제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반격이 북한 사람들에게 인민군과 김일가정권이 무능력을 잘 보여주고 김일가정권에 정치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이러한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북한에서는 정권이 언론을 절대적으로 통제하고 이러한 군사적인 굴욕적인 패배를 국민들에게 영광스러운 승리처럼 보여줄 능력이 있다. 물론 소문이 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큰 위험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북한 선전가들은 이러한 반격을 “미제와 그 추구들의 침략 행위”처럼 보여줌으로써 주민들의 사상 동원을 위한 기구로 이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편으로 이러한 반격은 전쟁 확산을 초래할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북측은 남한이 전쟁을 결코 원하지 않지만 남한의 반격을 대규모 전쟁의 시작으로 오판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이러한 반격이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하면 반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북한 중급 사령관들은 특히 본부와의 관계가 단절될 경우 거의 자동적으로 이 충돌이 전쟁인줄 알고 자기 결정대로 대남에 대한 공습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남한의 반격이 전쟁까지 확산될 경우에도 이것이 초래할 결과는 부정적일 것이다. 사실상 이러한 강경대책은 북한정권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북한 통치 계급이 국제사회와 남한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북한의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가 위험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상 남한의 반격은 이러한 메시지를 확신할 것이다. 세계 언론은 이러한 반격에 대한 소식을 ‘제2차 한국전쟁의 시작’으로 보도할 것이다. 남한 반격이 초래할 결과는 한반도에서 긴장감이 더 고조할 뿐이다. 이것은 바로 북한 정권이 원하는 시나리오이다.


위기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위기에 빠진 한반도에서 제일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물론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제일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은 현실성이 별로 없다. 북한 정권이 유일한 목적은 체제 유지이다. 그들은 체제 유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면 다 한다.


그래서 이와 같은 조건하에 남한의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 도발을 하는 것은 북한의 정말 당연한 행동이다. 북한에게 도발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는 늑대에게 토끼를 잡아먹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이러한 조건하에서 냉정하게 해야하는 세력은 북한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한국정부이다.


역사에서 잘 볼 수 있듯이 북한의 도발의 경우 제일 중요한 것은 과잉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북한 행정부는 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파렴치한 도발을 무시하였다. 결국 그들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남한 경제성장과 사회개발을 위해서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였다.
 
필자가 보기에 강경대응에 대한 이야기는 위험한 착각이다.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남북한 사람들이 조만간 통일 국가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남측은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