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종파괴’ 위협 새정부 안보책임자들 듣고있나

북한의 일개 외교관이 유엔 공식 군축협상기구인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최종 파괴(final destruction)’라는 사실상 핵무기 공격을 암시하는 용어를 사용하며 우리를 협박했다. 이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북한 대표부 외교관 전용룡이 한 발언으로 핵실험에 대한 각국의 비판 발언이 이어지자 강력한 대응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전 외교관은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a new-born puppy knows no fear of a tiger)는 속담까지 인용하면서 “한국의 변덕스러운 행동은 최종파괴를 예고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이외에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끝까지 적대적인 접근을 하면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면 북한으로서는 계속해서 제2, 제3의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북제재가 확장되면 추가적인 핵실험을 실시하겠다고 암시한 것이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우리뿐 아니라 서방 국가 대사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과 영국 대사는 군축회의 자리에서 이러한 과격한 발언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며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 이미 북한의 핵실험이 이란과 합작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쏟아지는 상황이어서 핵무기 보유를 시도하는 일종의 핵 불량국가와 국제사회와의 대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최종 파괴’ 운운은 핵 보유 자체로의 위협에서 ‘사용 위협’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미국의 대조선반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기를 생산하게 됐으며, 북한 핵무기가 한반도 자주권을 보호한다는 ‘조선반도 비핵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이달 25일 비핵화 공동선언 무효화를 선언한 데 이어 남측에 ‘파괴위협’을 가하면서 방어적 목적의 핵보유 논리를 폐기하고 공격적 핵사용 위협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북한 입장에서는 몰래 숨어서 핵을 개발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젠 3차 핵실험에 장거리미사일 발사 시험까지 성공리에 마친 엄연한 핵보유국 지위에 올라섰는데도, 일부 국가들이 제재를 통해 이를 후퇴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비핵국가의 시비는 ‘하룻강아지’ 수준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자신감까지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우리에게는 남북 간 군사적 균형추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핵무기를 통한 위협은 북한이 과거 재래식 핵무기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발언과 차원이 다르다. 이번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급변하고 국민들의 불안도 증폭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부의 대응은 한가롭기만 하다. 유엔에서 제재 수준을 끌어올리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할만한 구체적인 수단 마련이 더욱 시급하고 절실하다. 전술 핵무기나 작전권 전환에 대해서 우리의 원칙이 존중돼야 하지만, 이러한 우려를 잠재울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는 점은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최종 파괴’ 발언은 한 외교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행태를 볼 때 앞으로 ‘핵 잿더미’, ‘완전 파괴’, ‘핵 재앙’ 등의 용어를 끊임없이 양산하면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 수 있다. 당장은 미군에 의지해 북한 핵위협에 대응한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중장기 대비책은 제시돼야 할 것이다. 북한의 치명적인 위협에 대응할 치명적인 카드가 무엇인지 새 정부 대통령과 내각, 청와대 수석 지명자들은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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