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해넘길 듯

북한이 당초 지난 8월이나 늦어도 11월에는 실시할 것으로 예상됐던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 제12기 대의원 선거가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갔다.

북한은 2003년 8월3일 임기 5년인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 687명을 선출했기 때문에 지난 7, 8월에 차기 대의원을 선출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아직 선거시행 공고가 없어 올해 실시 가능성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통상 선거 두달 전쯤 선거를 공고한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과거에는 임기 5년에 관계없이 들쭉날쭉 치러왔으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1998년 김 위원장이 통치하기 시작한 이후 10기와 11기 사이에선 5년 임기에 맞춰 선거가 실시됐다.

북한은 1998년 7월26일 제10기 선거와 곧 이어 소집된 제10기 1차 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김정일체제 1기’를 출범시킨 데 이어 5년 만인 2003년 8월3일 11기 선거를 치른 후 ‘김정일체제 2기’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킨 것이다.

북한은 고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0회 생일을 맞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잡고 있고, 올해 8월 이래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김정일체제 3기’를 출범시킬 제12기 대의원 선거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주시돼 왔다.

그런 점에서 올해 12기 선거를 제때 치르지 않고 해를 넘기는 배경이 주목된다.

우선 북한 정치 일정의 불가측성이다. 북한의 선거는 그동안 제 때 실시되지 않은 사례가 많다. 북한의 헌법엔 “최고인민회의 새 선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한다”면서도 “불가피한 사정으로 선거를 하지 못할 경우에는 선거를 할 때까지 그 임기를 연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48년 8월25일 제1기 대의원 선거가 실시된 후 2기 선거(1957.8.27)까지 최장 9년을 제외하고 5기 대의원 선거(1972.12.12)까지는 대체로 5년 임기가 잘 지켜졌으나 6기부터 8기까지는 임기가 짧게는 3년6개월부터 길어야 4년7개월로 오히려 단축됐었다.

1990년 4월22일 선출된 제9기 대의원은 김 주석 사망이라는 돌발변수가 있긴 했지만 1998년 7월26일 제10기 대의원이 뽑힐 때까지 무려 8년3개월간 활동하기도 했다.

따라서 70년대 중반 이후는 5년 임기에 맞춘 제11기 대의원 선거가 도리어 이례적인 일인 셈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선거가 몇달정도 늦춰진다고 해서 특별히 이례적인 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보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북핵위기 지속과 대미관계, 내부 의견조율 미비 등 선거 연기 배경을 다양하게 추측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9일 “북한체제가 선군체제로 운영되면서 권력기구들의 정상적 운영에 큰 관심이 없다”며 “이 정도 비정상은 정상으로 볼 수 있다”고 전제하고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가 가장 큰 변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으로 선거 자체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을 것”이라며 “예산문제를 다루는 내년 4월 회의 이전에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선거가 정상 실시될 경우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알려진 8월 이전에 공고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만큼 건강이상설과의 연관성보다는 북핵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때문으로 봤다.

김 교수는 북한의 선거 자체가 형식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지연의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비핵화 2단계 진전 상황과 대미관계를 지켜보면서 차분히 내부체제를 정리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다른 북한 전문가는 “북한 내부적으로 사상검열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 뿐 아니라 후계자 문제 등에서 내부적으로 의견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은 지난 7월초 북한 소식지에서 북한 당국이 정권수립일(9월9일)을 기념하기 위해 8월3일 대의원 선거를 치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가 나중에 “9.9절 기념행사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11월로 연기했다고 주장했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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