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싸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넣은 한 골은 16강 진출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베일을 벗은 ‘꼴찌’ 북한 축구대표팀이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예상외의 선전을 펼쳤으나 아깝게 2 : 1 패배를 기록했다.
북한은 16일 새벽에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조별 예선전에서 특유의 밀집수비를 선보이며 브라질을 당황하게 했다.
북한은 ‘인민루니’ 정대세를 제외한 모든 인원을 수비에 집중시키는 전략을 펼치며 브라질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전반 종료 후 브라질과 북한의 볼 점유율은 66 : 34, 유효슈팅 수는 3 : 2로 기록상에서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브라질도 북한의 수비집중 전략에 당황한 듯 전반전에는 롱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위협적인 슛팅을 선보이지 못했다.
브라질의 2선을 통해 중앙으로 투입되는 유기적인 패스는 북한수비수들에게 번번이 막혔고 세계최고의 개인기 또한 북한의 밀착수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은 전반 내내 중거리 슛을 중심으로 공격을 펼쳤으나 위협적이진 못했다.
북한은 밀집수비와 함께 역습도 활발히 전개했다.
정대세는 전반 10분경 브라질 수비수 3명 사이를 뚫고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홍영조도 브라질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면서 활발히 공격에 가담했다.
그러나 후반에 들어서자 경기의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브라질의 파상공세는 더욱 거세져 공격템포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10분 오른쪽 측면에서 빠른 패스를 받은 브라질의 마이콘이 오른발 아웃사이드 킥으로 선제골을 넣으면서 브라질은 공격의 실마리를 풀었다. 이후 브라질의 공격도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이어 후반 27분, 북한 수비진의 가운데를 가르는 송곳 같은 호비뉴의 패스를 엘라누가 받아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북한은 연이은 실점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안정적인 경기진행을 선보이다가 후반 43분, 2선에서 침투해 들어온 지윤남이 정대세의 헤딩 패스를 받고 브라질의 수비진을 순간적으로 허물면서 골을 성공시켰다.
북한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경기에 집중하며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나 안타깝게 브라질에 2 : 1로 석패했다. 그러나 경기 결과에 대해 선수들과 코치진은 별로 실망한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브라질을 상대로 만회골을 넣었다는 것 자체가 큰 수확이라는 표정을 보였다. 여기에는 1점차 패배가 향후 16강 진출 과정에서 나쁘게 작용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있어 보였다.
북한의 수비일변도의 전략과 역습을 통한 공격루트가 브라질에게 통했다는 것은 앞으로 경기에서 타팀이 북한을 경계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듯하다.
한편 경기 시작 전 북한 국가를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던 ‘인민루니’ 정대세는 경기종료 후에도 쉽게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