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총리에게 “김일성은 6·25 일으킨 장본인” 말해

1990년 서울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청와대를 방문한 북한 연형묵 총리에게 김일성의 전쟁책임을 직접 물었던 사실이 처음 공개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9일 출간된 자신의 회고록 ‘정치자금과 나’에서 재임기간 활발했던 남북대화 와중에 발생한 비화를 일부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나는 9월 6일 오후 4시 연(延) 총리 등 북한 측 대표단 열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남북한 문제 전반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설명하고 남북 정상(頂上)회담의 조기(早期) 개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연 전 총리와 개별면담 자리를 갖게 됐는데 이 자리에서 6·25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은 김일성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밝힌 당시 대화 내용은 이렇다.


“김일성 주석은 6·25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6·25는 우리 민족을 그렇게 많이 죽이고 피를 흘리게 했으므로 그만큼 그 죄의 당사자다.”


“나는 당시 학생이었다. 나 자신 전쟁터로 나가 싸웠다. 많은 친구와 동료들이 죽었다. 나는 분명한 피해자다. 이 엄연한 비극이 앞으로 우리 역사에서 지워지겠는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잘못을 뉘우치고 무언가 죄 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양극(兩極)으로 대립하고 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비극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남북한 간에 협력관계가 이루어져 우리 민족에게 큰 희망을 안긴다면 죄를 벗는 큰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처럼 김일성이 전범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결자해지 차원에서 스스로 풀어야 하며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진심을 담아 전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김 주석이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는가. 나는 아직 젊다. 나는 앞으로 누구와도 만날 기회가 있다. 하지만 김 주석은 노령(老齡)이어서 그럴 기회가 별로 없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라기보다도 정상회담은 당신들 주석을 위해서도 백 번 좋은 일이다. 그러니 이 뜻을 솔직하게 전해달라”라고 말했다는 것.


이 말을 들은 연 전 총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예, 알겠습니다. 꼭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연 전 총리 인상에 대해 “착하고 무던하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때 나는 진실로 김일성을 위하는 마음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김일성이야말로 이 엄청난 역사적 비극을 낳은 당사자가 아니던가.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해야 하는 장본인이 바로 그였다”라고 회고록에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