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초등학교 운동회에 ‘미국놈 때려잡기’ 종목

2.13 베이징 합의후 미북관계 정상화 논의가 한창이다. 북한은 미국의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을 뛰어넘어 바로 수교에 들어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철저히 반미교육을 받고 자란 탈북자 입장에서 최근의 미북수교 논의는 어리둥절한 느낌이다.

수교라는 어려운 과정을 단번에 해결하자는 북한의 입장은 아직은 연락사무소가 북한에 들어오는 것이 꺼림칙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공관이 평양에 개설돼 성조기가 펄럭이는 장면은 북한 주민에게 큰 충격을 던져줄 수 있다.

그만큼 북한 주민들에게 미국은 철천지 원수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은 어린시절부터 반복 강조된 반미교육 때문이다.

북한 어린이들은 인민학교에 입학하는 7세부터 반미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반미 교육은 ‘미국은 무조건 나쁜 나라’라는 아주 단순한 내용이다.

필자도 어린시절부터 이러한 반미교육을 받아 ‘미국놈’이란 말만 들으면 언제나 털북숭이 가슴을 가지고 코가 뾰족한 채 우리 민족을 위협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당시에 외국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미국인에 대해 이러한 의식을 갖게된 것은 인민학교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광적인 반미교육 때문이다. 그 내용도 하나같이 잔인하고 몸서리쳐지는 행위를 미국인들이 자행했다는 내용이다.

내가 배운 미국인은 악마

필자가 미국은 정말 나쁜 국가, 미국놈은 우리의 원수라는 의식을 갖게 된 것은 인민학교 3학년 국어시간이었다.

당시 국어 교과서에는 해방 전 함경도 북청이라는 곳에서 미국 선교사가 저지른 만행이 기록돼 있었다.

교과서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한 조선 소년이 미국 선교사가 관리하는 과수원 옆을 지나고 있는데, 담 바깥에 떨어져 있는 사과 한 알을 발견하고 배가 고파 일단 주워들었다. 이를 본 미국 선교사가 소년을 잡아서 이마에 청강수(염산)로 다시는 지워지지 않게 ‘도적’이라고 써버렸다는 것이다.

미국 선교사가 헐벗고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몰래 납치해 눈을 도려내고 장기를 떼어내 팔아먹었다는 내용도 교과서에 수록돼 있었다. 6.25전쟁 때에는 미군이 황해남도 신천에서 3만 5천명의 무고한 북한주민들에 대한 대규모 학살을 감행했다고 교육하고 있다.

특히 학교 소년단위원장을 하던 12세 소년을 각을 떠서(살갗을 벗겨서) 죽였다는 대목은 많은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북한은 한술 더 떠서 미국이 남조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세균실험까지 했다고 선전했다. 미국이 60년대 배고파 거리를 헤매는 남조선 어린이들을 빵 몇개로 유인해 배에 태워서 공해 상에 데리고 간 뒤, 세균실험을 했으며 죽은 시체는 바다에 버렸다는 것이다.

당시 북한 아이들이 남조선 어린이들을 얼마나 불쌍하게 생각했는지는 몇몇 탈북자들만 만나봐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 모든 것들이 필자가 7~11살까지 4년제 인민학교에 다니면서 교육받은 내용이다. 물론 이같은 내용은 필자뿐만 아니라 모든 북한 어린이들이 공통적으로 교육받는다.

오죽했으면 7~10살의 어린아이들이 영화를 보다가도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 편을 가를 때면 미국이냐, 조선이냐로 표현했을까. 아이들끼리 노는 놀음도 미국 놈 잡는 병정놀이를 즐겨했다.

결국 북한 어린아이들은 미국은 무조건 나쁜놈이고, 조선은 무조건 선량하며 북한 지도자는 미제에 맞서 우리를 지켜주는 장군님이라는 내용으로 세뇌된다.

‘반미놀이’가 학교 운동회 종목

북한은 학교에서 진행되는 체육대회(운동회) 때에도 ‘미국놈 때려잡기’ 경기를 한다.

필자도 7살 인민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진행한 체육대회에서 미국놈 때려잡기 경기에 참가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7살인 내가 막대기로 미국 놈을 때려잡는 데 열을 낸 것이다.

학교에서는 30~50m 떨어진 곳에 녹색군복을 입고 코가 뾰족한 모자를 쓴 미국인 모형을 만들어 놓는다. 여기에 어린이들이 미리 준비한 막대기로 한차례씩 때리고 돌아오는 경기다.

인민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에서도 비슷한 미국놈 때려잡기 운동을 한다. 북한 어린이들은 이러한 운동을 인민학교에서 중학교 졸업 때까지 봄과 가을 운동회 때면 하게 된다. 학년이 높아갈수록 미국인을 형상화 하는 모습이 더 극단적으로 흘러간다.

인민학교 때는 막대기로 때리지만 중학교 4학년(15살) 때부터는 학교 운동회인데도 녹색군복에 목총을 들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경기를 진행한다. 목총을 들고 2m 높이의 장애물(담벼락)을 넘어 미국인 모형에 총검을 한방 먹이고, 외나무다리를 통과하는 경기다.

운동회 이외에도 6·25전쟁과 7·27 종전 날에는 별도로 ‘반미투쟁 월간’을 만들어 놓고 북한의 전체 인민학교, 고등중학교 학생들에게 ‘미국놈과 남조선 괴뢰도당’을 때려잡는 그림을 만들 것을 강요한다.

이같은 뿌리깊은 반미교육을 하고 있는 북한이 갑자기 미국과 수교를 하겠다고 나선 것을 탈북자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북한의 반미교육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미의식을 고취하지 않고 체제결속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의 수교협상은 매우 형식적으로 진행되거나,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의 관계개선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금도 어린 아이들에게 계속되는 반미 교육과 미북수교를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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