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체제 안정 비용 감당 못해 언젠가 무너질 것”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핵 개발로 전 세계를 위협했던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 북한.

최근 북한은 에너지 및 경제 지원을 받는 대가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의 사찰을 허용했다. 그렇지만 핵 사찰의 과정은 매우 더딜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결심을 했는지에 대해 국제사회는 아직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개방사회로 나오기를 거부한 채 온 국민을 통제하며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일까?

북한과 비슷한 독재 국가들이 폐쇄를 유지하려고 하는 이유와 이들 국가가 개방과 안정의 사회로 나아갈 가망성은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정치경제 리스크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 회장 이안 브레머(Ian Bremmer)의『J커브』다.

‘J커브’는 수직축이 ‘안정성’, 수평축이 ‘개방성’을 나타내는 좌표에 각 국마다 해당되는 수치를 찍어 이은 그래프다. ‘개방성’은 한 나라가 세계화의 추세에 얼마만큼 함께 하고 있는가를 재는 척도다. ‘안정성’은 국가가 충격을 감내하는 능력과 충격을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여기서 충격이란 자연재해, 암살, 테러, 대량난민, 정부의 채무 불이행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뜻한다.

그래프를 보면 미얀마, 벨로루시, 짐바브웨이, 남아프리카, 유고슬라비아 같은 나라들은 폐쇄적이고, 터키, 이스라엘, 인도 같은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개방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아프리카, 유고슬라비아, 러시아, 이란 같이 커브의 아랫 부분에 속하는 국가들은 불안정하며, 윗부분의 국가들은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그래프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 개방성은 극히 적지만 오히려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높아 ‘J커브’ 가장 왼편에 위치해 있다. 이는 국가를 개방하기보다 닫아버리는 것이 더 빠르고 쉽게 안전성을 취할 수 있는 폐쇄국가의 특성 때문이라고 책은 말한다.

▲ 수직축을 ‘안정성’, 수평축을 ‘개방성’을 나타낸 ‘J커브’좌표 <그래프=조선일보>

北 생존 위한 유일한 수단…핵무기 포기 못해

저자는 폐쇄국가는 통제를 조금만 강화해도 큰 안정성을 얻을 수 있지만, 이런 체제는 외부로부터 작은 자극만 받아도 위험한 불안정으로 빠지기 쉽다고 설명한다.

책은 북한이 국제적 군사충돌을 통한 긴장을 자초하는 이유를 안정성 유지를 위한 방편이라 말한다. 독재자들은 해외 불안정을 만들어내, 자신들이 간절히 원하는 ‘더욱 깊은 고립’이란 국내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는 김정일을 비롯한 독재자들이 엄청난 정치적 자본(경찰, 군대, 입법, 사법 등)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도 안정성 유지를 위해서라고 덧붙인다. 개방을 시작해 정치적 자본을 사용하게 되면 반대세력들이 기존 체제에 도전하는 능력을 얻을 수 있게 되어, 그만큼 체제 안정성이 낮아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따라서, 북한은 외부세계에 대한 개방이나 정치· 경제 개혁을 결코 도입하지 않을 것이다. 독재자 김정일은 개방이 체제의 심각한 위협요소라는 것을, 북한주민을 외부와 격리하는 장벽을 유지하는 것만이 자신의 목숨을 유지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시 북한이 김일성 때부터 계속된 핵개발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핵무기는 원유와 식량 등 국가 생존의 수단을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에게 있어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자, 북한 지배층이 미국의 침공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북한이 이미 파산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체제의 불안정을 제거하는 엄청난 비용도 언제까지 부담할 수는 없기에 결국 독재체제는 스스로의 무게에 눌려 무너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강조한다.

이에 북한 주민들을 외부세계에 노출시켜 내부에서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길을 찾아보자고『J커브』는 말하고 있다. 어떤 사회든 건설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체는 그 나라 국민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중국만큼이라도 제한적이지만 의미 있는 경제·사회적 자유를 허용할때만이 개방을 향한 진정한 첫 발을 내딛었다고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