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체제변화, 아래로부터의 혁명 없이 불가능”

▲ 루마니아 민주화 혁명 당시

“북한 체제 변화는 위에서부터 이뤄질까? 아래서부터 이뤄질까?”

23일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 홀에서 북한 체제 이행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대진대 통일대학원 주최로 열렸다. 북한체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음에도 그간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미비했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향후 대북정책 지표 설정과 관련 의미있는 과제를 던져준 자리였다.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 날 발표한 논문에서 “1980년대 말 구소련과 동구사회주의권 국가들의 급격한 변화와 붕괴를 목격하면서 정부와 언론 및 북한 연구자들조차도 북한도 조만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겪을 것이라 예상했다”면서 “그러나 현 시점까지도 북한의 체제이행이나 붕괴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내구력의 실체를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은 여타의 동구권 국가들과 달리 전체주의 겸 술탄체제(세습주의 경향)적 특징을 띄고 있다”며 “간부나 국가기구 자체가 최고 지도자나 술탄의 뜻에 따라 끊임없이 재조직되고 통제받기 때문에 조직적 자율성은 있을 수 없으며, 비폭력적 체제이행의 경로 자체는 폐쇄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체제이행 가능

그는 전체주의 겸 술탄체제 하에서는 “위로부터의 체제이행은 불가능하며 아래로부터의 혁명, 즉 대중시위나 봉기에 의해서 (체제이행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루마니아 동독 및 체코와 같이 대중시위를 통한 밑으로부터 체제이행은 가능한 것인가?

최 교수는 현재는 이러한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밑으로부터 혁명에 의한 체제이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점차적으로 규모가 커지고 반복되는 대중시위나 봉기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그러한 현상을 볼 수 없다는 것.

그는 북한이 1990년대 최악의 경제난을 겪으면서도 대중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로 ▲주민 대다수가 자신들의 능력으로 체제이행을 유도해낼 수 있는 정치적 신념이 부재하거나 부족하며 ▲반체제 세력을 결집시키고 대중시위를 독려할 수 있는 통신 및 정보 유통수단이 없다는 것을 꼽고 있다.

최 교수는 루마니아 경우를 예로 들며 “동구 사회주의권 국가들에 비해 시민사회의 힘이 현저하게 약했던 루마니아에서 인민봉기를 통해 체제이행의 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헝가리 텔레비전이나 자유유럽 라디오 방송망과 외국 시민단체 인사들의 정보유통 작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 中 개혁개방 모방한 ‘위로부터 개혁’이 적합

그러나 한국의 대북방송은 2000년 남북정상이후 북한의 자유화를 겨냥한 방송에서 남북간의 화해와 교류, 협력을 촉진하는 방송으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북한은 자본주의를 기초로 하는 시민사회의 경험이나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반체제적 대중운동, 시위의 경험, 그러한 운동과 시위를 지도할 수 있는 조직과 인물, 특히 공산주의나 주체문화를 대체할 수 있는 대항문화가 존재하지 않다”는 점 또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국가 수립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정권이나 체제가 비교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핵심적 원인은 북한 체제 특유의 사회통제 및 감시체계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난의 행군시기(90년대 중반)를 지키며 북한의 감시 및 통제의 메커니즘이 약화되고 자본주의적 요소들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북한주민들의 불만과 저항은 정치적 차원보다는 일상 생활형의 불만과 저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

그는 결론적으로 북한에서 체제이행을 촉발시키고자 한다면 ▲북한의 최고 지도자와 지배집단이 당면한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서 본격적인 개혁, 개방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정치체제가 탈 전체주의 단계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남한이나 미국, 중국 등 한반도 유관 국가들이 북한 주민들이 독자적인 정보통신망을 구비하여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내부 변화 어렵다면, 주변국들의 압박이 현실적

한편,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명지대 이동복 교수는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로 이어지는 굳건한 개인숭배체제가 구축돼 있어 아래로부터 시민봉기에 의해 체제이행이 일어날 가능성 자체가 봉쇄돼 있다”며 최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교수는 중국식 개혁개방을 ‘위로부터’ 체제이행의 모델로 제시하고 “북한에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려면 절대적 우상화의 대상인 ‘수령’을 먼저 없애야 한다”며 선(先) 수령 제거전략을 제시했다. 즉, 위로부터의 변화가 유일한 체제이행 수단이라는 것.

대진대 통일대학원 박승식 교수는 “북한의 체제이행이 아래로부터 혁명을 통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하면서, 김정일과 지배집단이 개혁ㆍ개방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모순”이라며 “북한과 같이 철저히 통제된 사회에서 혁명 활동이 일어나도록 정보통신망을 제공하는 것도 어려운 대안”이라고도 지적했다.

박 교수는 “김정일이나 지배층에 의한 체제이행이나 대중적 체제 변화 요구가 일어나기 어렵다면, 남한이나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대북 압박이 현실적 방안이 될 것”이라며 “한국과 주변국들이 북한의 개혁ㆍ개방과 인권개선을 위해 압박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대북정책도 북한 체제의 붕괴를 유도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와 같이 대북 지원을 계속해 체제 유지를 도와주는 것이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 다음은 발제문 및 토론문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