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체제단속 전력투구

▲북한 공개재판의 한장면<일본 N-TV 제공>

북한당국은 지난해 12월 25일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경계하자’는 내용의 포고문을 배포, 최근 주민들 사이에 급속히 유포되고 있는 외국영화와 녹화물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에 나서는 등 지난 연말부터 내부단속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북한은 외국 비디오 바람이 전국을 휩쓸고 어린이 노인, 노동자 농민은 물론이고 당간부에 이르기까지 외국영화와 비디오 열풍에 휩싸여 있다. 중국거주 복수의 탈북자에 따르면 이같은 외국영화, 비디오 유행으로 인해 북한당국은 국가안전보위부뿐 아니라 별도의 ‘비사회주의검열그루빠’(검열대)를 조직, 일반주민뿐만 아니라 당일꾼들과 군부대까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는 것.

탈북자의 전언에 의하면 함경북도 국경지역에서 확인된 포고문의 기본내용은 ‘이색적인 외국 녹화물을 보거나 유포시키거나 묵인, 조장시키는 자들에 대하여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언도한다’이며 ‘포고의 집행은 발표된 날부터 효력을 발생하고 엄격히 지킨다’로 되어 있다.

‘비사회주의검열대’(약칭 ‘비사’)는 당기관, 보위부, 인민보안성, 행정, 근로단체 일꾼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가택수색과 TV, 녹화기, 녹화테입과 CD를 임의로 처리할 수 있는 ‘몰수권한’을 갖고 있다. 검열대상도 일반주민들뿐 아니라 당기관, 기업소, 심지어 군부대까지 선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사’는 몇 십명씩 몰려다니며 불시에 가택을 수색하며 가구 검색은 물론 벽지를 뜯어내고 이불속까지 점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경지역의 도시들을 상대로 야간순찰대를 조직,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까지 몸수색과 가택수색을 하고 있다고 한다.

비디오를 시청하다 적발되면 최소 노동단련대 6개월형에서부터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적용받고 있으며 ‘공개군중 심판대회’ ‘공개재판’ 등 처벌이 거의 매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보안서와 보위부 요원들은 거의 매일같이 주민 정치선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인민학교(초등학교)의 어린이들에게까지 ‘집에서 비디오를 본적 있는가?’ ‘비디오를 보았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가?’ 등을 적어내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단속만큼 ‘저항의식’도 높아져

중국거주 탈북자들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외국 비디오를 통해 주민들이 외부사회의 생활방식, 생활형편에 대해 눈을 뜨게 됨으로써 북한당국에 대한 반감과 저항의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북한당국은 미∙일∙남한의 반공화국 모략 선전 및 책동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주민들에 대한 정치사상 교양 강도와 단속 및 처벌의 수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일반주민들은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나 비디오를 보지 않고 외국비디오를 은밀히 찾는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또한 말과 행동, 옷차림과 가정생활에서도 외국을 모방하고 외국 상품과 식료품 등에 대한 관심은 점점 증폭되고 있다.

2004년 12월 말 현재, 북한의 국경도시들은 전기, 원료, 연료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 공장 기업소는 제대로 생산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청진지구의 김책제철소를 비롯한 제강소는 대외무역을 위한 일부 주철과 선철제조 외에 생산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전기공급의 경우 여름철 일일 평균 5-6시간 정도였으나 겨울철에 와서 일일 2-3시간 정도로 줄어들었으며 상수도 공급도 거의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이러한 빈곤이 10여년째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외부사회에 대한 ‘비교의식’이 높아감에 따라 북한당국에 대한 ‘저항의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중국 단둥(丹東) = 권정현 특파원kjh@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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