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첫 경락 학술대회 주목

최근 북한에서 고려의학(한의학) 과학화를 위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30일 조선과학기술총연맹 주최로 경락에 관한 첫 학술대회가 개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락은 전통 한의학에서 기가 순환하는 통로로 침을 놓거나 뜸을 뜨는 자리인 경혈(經穴)과 경혈을 연결한 선을 의미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경락이론의 과학적 근거를 규명하고 임상 과정에서 터득한 각종 연구 성과를 담은 총 50여 편의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참가자들도 고려의학과학원, 평양의학대학, 강건사리원의학대학, 평성의학대학 등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쟁쟁한 연구자 및 교수 등이 총망라됐을 만큼 비중있게 치러졌다.

무엇보다 북한에서 경락이론하면 월북 과학자 출신 김봉한 박사의 존재를 피해갈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학술대회가 김 박사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계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941년 경성제대 의학부를 졸업한 김 박사는 6.25전쟁 당시 월북, 1953년부터 평양의학대학 생물학부 부교수로 재직하면서 1961년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경락이 신경계와는 별도의 미세관(봉한관) 형태로 존재하는 해부학적 조직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논문을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의 연구는 바로 기의 순환 통로로서 당시 추상적 개념 혹은 서양에서는 미신으로까지 치부했던 경락의 해부학적 실체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과학적 통념을 뒤흔드는 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봉한학설’로 명명됐다.

실제로 김 박사의 연구 성과는 최근 남한의 과학자들에 의해서도 잇따라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김현원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는 작년 8월 열린 국제심신과학학회에서 “투과형 전자현미경(TEM)으로 토끼의 체내 피부뿐 아니라 혈관 안팎, 복막, 내부장기 표면 등에서 경락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소광섭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도 봉한학설을 지지하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북한이 ‘세계과학사에 금자탑을 이룬 업적’으로까지 선전했던 김 박사의 봉한학설은 1967년 소련 의학계에서 “경락에 대한 실체 발견은 과학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돌연 폐기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1987년 일가족을 데리고 남쪽으로 귀순한 의사 출신인 김만철씨는 김 박사를 후원했던 권력서열 4위의 박금철이 숙청되면서 봉한학설도 폐기됐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한에서 봉한학설을 인정하는 듯한 징후가 나타나 주목된다.

2002년 8월 북한에서 출판된 ‘고려의학원리’가 제15절(경락현상)에서 “의학고전에 의하면 경락은 피부의 구성 부분으로서 장기 사이의 연락(신호전달)은 모두 경수(경맥의 기혈이 흐르는 극히 작은 관모양의 통로)에 의해 운행된다고 했다”고 기술한 대목도 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의학고전’을 ‘봉한학설’로, ‘경수’를 ‘봉한관’으로만 바꾸면 공교롭게도 김 박사의 연구 결과와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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