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력난으로 북부지방 일부 구간은 철도 운행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북한 철도 노선의 85% 이상은 전력을 이용해 운행하는 전철인데, 여기에 소요되는 전력은 대부분 수력발전을 이용해 생산한다. 겨울철은 갈수기(하천 유량 감수기)인데다 희천발전소 등 최근 완공된 발전시설이 부실공사로 인해 전력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1일 “최근 평양에서 혜산까지 왕복 운행하는 1, 2열차가 길주역까지만 운행하고 혜산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력공급량이 부족해 백암령을 넘어가는 힘을 내지 못하고 있고, 이를 뒤에서 받치는 견인기(뒤에서 밀어주는 기관차)도 동원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평양-혜산 선은 평양을 출발해 동해선(동해안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든 노선)을 타고 함경북도 길주에 도착한 뒤, 기차 열량의 절반만 백두청년선을 타고 혜산으로 보낸 뒤 돌아오는 노선이다. 그동안 혜산역으로 가는 도중에 백암역으로 향하는 가파른 고개에서 열차가 궤도를 이탈 사고가 빈발했다. 지난 10년간 백암역 인근 대형 철도사고도 해를 걸러 한 건씩 발생했다.
소식통은 “길주역에서 목적지인 혜산까지는 정상적으로는 약 6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인데 전력부족과 사고발생 위험 때문에 길주역에서 멈추고 있다”면서 “승객들은 길주역 주변에서 벌이버스나 화물차를 이용해 혜산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백암령 같은 경사가 급한 노선의 철도 운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명 ‘대기관차’를 운행해왔다. 대표적으로 길주역에서 혜산방향으로는 가는 백암령, 청진방향에서는 명천고개로 가는 열차를 밀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대기관차도 잦은 고장과 노후화로 사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동해선을 가로지르는 평나선 7, 8열차와 청진-무산을 오가는 9, 10열차도 전력 부족과 견인기 부재로 길주역에서 회송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길주역 등에서 하차한 여행객들은 길주에서 혜산까지 1인당 25,000~30,000원 정도의 차비를 따로 지불하고 있다. 무산은 4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면서 “기차에서 여비를 다 써버린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 꽃제비 신세가 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일부 구간의 철도 운행 중단에 대해 주민들은 “60년대에도 증기기관차로 쌩쌩 넘던 백암령을 전기기관차가 넘지 못하는가”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여객열차 하나 제대로 운행 못하는 철도상은 도대체 뭘 하는가. 기차도 오지 않는 우주강국이 무슨 소용”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편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도 이달 초 “지난달 30일 동해안의 기본노선인 평양~혜산행 열차가 전기 부족으로 운행이 어려워지면서 종착역인 양강도 혜산시가 아닌 함경북도 길주군까지로 조정운행하기 시작했다”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