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천연기념물 1호는?…”김일성이 심은 나무”

“북한 강원도 이천군 이천읍에 자라는 은행나무는 14세기에 심어졌다는 노거수(老巨樹)인데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8월, 북한군을 공격하기 위해 저공비행을 하던 미군 비행기가 이 나무의 가지에 걸려 추락했다. 이에 북한은 이 나무를 ‘이천 영웅 은행나무’로 칭송하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천연기념물이 역사·학술·관상적 가치를 기준으로 선정되는 것이 아니라 체제선전과 김일성 일가 우상화 조작을 위해 지정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 31일 제기됐다.


이날 이선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조경학과 교수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주관한 ‘통일시대를 위한 민족문화자산 남북협력’ 학술심포지엄에서 “북한의 천연기념물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자연물을 김일성과 김정일의 우상화·사회주의 교육에 필요한 대상물로 여긴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은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교육하는데 필요한 사회 전체의 공동 유산으로서 가치를 우선시한다”면서 “하지만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등과 연관이 깊은 것이나 북한의 정치 체제를 선전·상징하는 자연물이나 경관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1994년 발간된 ‘북한 천연기념물 편람’에 기재돼 있는 북한의 천연기념물 1호는 능라도의 산벗나무 8그루와 전나무 7그루다. 이 나무들은 김일성이 1966년 직접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나무들은 수명이 50년도 안 되고, 역사·학술·관상적 가치도 떨어지지만 김일성이 직접 심었다는 이유로 북한 당국이 정성껏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자산 잣나무(천연기념물 제410호)는 8세였던 김정일이 6.25전쟁 상황에서 직접 심었다고 하고 평양 모란봉 전나무(천연기념물 제395호)도 김정일이 17세 때 심은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또한 ‘성간 뽀뿌라나무'(천연기념물 제118호)는 1950년 11월 미군의 폭격으로 부러졌다가 곁가지가 다시 자라났는데, 북한 당국에선 이 나무를 “성간 뽀뿌라나무는 애국주의 교양에 큰 의의가 있으므로 적극 보호해야 한다”면서 정치적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다.


특히 북한에서는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를 위해 천연기념물의 역사적 배경이 왜곡돼 선전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함흥 반송(천연기념물 제252호)의 경우, 조선 태조 이성계가 개국전 옛 처소인 함흥본궁에 직접 심은 세 그루의 소나무중 한 그루인데, 북한 당국은 ‘조선 천연기념물 도감1′(2005년)을 통해 “수령님이 귀중한 나무이니 잘 보호 관리하라고 하셨다”는 말 외에는 별다른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지 않다.


이 교수는 “역사와 내력이 분명한 천연기념물일지라도 그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정확히 설명하기 보다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주체로 삼아 설명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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