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천안함·연평도 문턱 넘기 위해 타협안 제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 일행을 통한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이 향후 남북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외교가에서는 최근 한·미·중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방안에 협의를 이룬 상황에서 이러한 제안이 남북대화 재개 모멘텀에 일정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물론 한미는 제3자를 통한 방식의 대화제의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조성된 대화 분위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반응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9일 “현재 대화 재개를 위한 접촉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터를 통한 남북정상회담 제안이 현 정세에 주목할 만한 영향을 주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이뤄지고 있는 대화재개 관련 움직임에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대화제의는 괜찮다고 생각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재 그와 같은 흐름이 있고 재개를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는 만큼 향후 북한의 구체적인 반응 내지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터 방북을 계기로 북한의 대화재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확인되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핵화 남북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당국자는 “현재 공은 북한에 있다. 북한이 한미중이 협의한 3단계 방안의 첫 단계인 비핵화 남북 회담에 대한 우리측의 제안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면 대화재개 모멘텀은 가속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 뿐 아니라 남한 정부와도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카터 대통령은 28일 서울에서 가진 방북 결과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그동안 미국하고만 핵문제를 논의했으나 향후에는 남한과 비핵화 관련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김정일이 카터라는 3자를 통해 가장 편한 방식으로 대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의 대화 의지가 확인된 만큼 후속조치를 위한 남북 접촉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 교수는 이와 관련 “비핵화 회담뿐 아니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접촉 움직임이 통일부 장관 교체 등 개각을 기점으로 활발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화를 원하고 있는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남한에 일종의 타협책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대화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넘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변화가 없는 한 대화재개 물꼬를 트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미일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비핵화 사전조치(pre-steps)를 북한이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비핵화 대화에 앞서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른 남북대화가 있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미중 뿐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들이 지지하고 있다. 정부가 현재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9일 한 토론회에서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구체적 조치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회담을 위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해 오면, 우리는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진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장관은 “북한은 무엇보다도 결자해지 차원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한미와 북중 간의 대화 재개라는 큰 흐름이 조성된 상황에서 제3자인 카터를 통한 북한의 대화제의가 이러한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행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외교 소식통은 “이미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간 일정한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에서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식통은 “카터 방북과 별개로 원칙파인 통일부 장관이 교체되면서 남북대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결과가 긍정적이면 남북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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