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쩐의 전쟁’ 다시 시작…”고리대 성행 중”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 고리대(高利貸)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리대는 2009년 화폐개혁을 전후해 북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잠시 위축됐었다. 그러나 화폐개혁 후유증에 따라 보유 현금이 바닥나기 시작한 주민들 사이에 장사대금 마련과 식량 확보를 위한 고리대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는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양강도 혜산 소식통은 13일 “장사를 하려고 해도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이자를 주기로 하고 돈을 꾸고 있다”며 “잘 아는 사람은 5%의 이자를 주기로 하고 빌리고, 모르는 사람은 10%의 이자를 약속한다”고 전했다.


이어 “밀수하는 사람들에겐 하룻밤 돈을 빌려주는 데도 15~20%의 이자를 받는다”며 “단속 등에 따른 위험성이 있지만 며칠 안에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밀수꾼에게 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지난 1997년 8월 5일 사회안전성(현 인민보안부) 명의의 포고문을 통해 양곡을 가지고 고리대 행위를 하면 경우에 따라 총살형까지 한다고 발표했었다. 화폐개혁 직전에는 대대적인 단속도 진행했다.(▶본지 2009년 9월 20일자 보도 참조)


이후 화폐개혁을 실시하면서 “이전에 거래된 개인들의 빚을 법적으로 일체 무효화한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생계가 급한 주민들은 높은 이자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리대에 매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보안원들까지 고리대에 손을 대는 형편이라 단속도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고리대는 도시보다 농촌에서 더 성행한다. 국가의 배급이 끊긴 이후 시장을 통해 식량을 확보하고 있는 북한에선 비교적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도시에선 하루벌이라도 가능하지만 농촌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촌의 경우엔 고리대로 식량을 빌려 먹는다. 삼지연 소식통은 “가을 내기(가을 수확기에 농작물로 갚는 것)가 불이 나게 나간다”며 “그것이 자살행위인줄을 알면서도 당장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토지 농사(개인 농사)를 담보로 당겨 먹는다”고 말했다.


고리대를 줄 때는 농사꾼들의 신용을 철저히 확인한다. 농사꾼이 보유한 소토지 규모와 곡물은 무엇을 심었는지를 따진다. 살고 있는 집도 담보가 된다.


농촌의 고리대는 보통 3월부터 5월 사이에 당겨 먹고 가을에 물어주어야 하는데 옥수수 1kg이면 가을에 2kg을 주어야 한다. 거의 모든 곡물이 2배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양강도의 경우엔 밭농사를 주로 하기 때문에 밀가루와 쌀의 경우엔 감자녹말 등으로 물어준다. 보통 1kg을 기준으로 2.5kg, 3kg을 준다. 


고난의 행군시기 물가에 따라 정해진 이자율인데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거의 모든 물가가 화폐개혁 이전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모든 물가와 식량가격이 화폐개혁 이전과 비슷하기 때문에 고난의 행군 때 정해진 가격으로 가을 내기를 먹는다”면서 “최하층 주민들의 경우는 언감자나 감자녹말을 뽑은 찌꺼기(까리)도 가을 내기로 먹는다”고 전했다.


고리대는 당장 생계가 막연한 사람들이 이용한다. 때문에 ‘빈곤의 악순환’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탈북자는 “해마다 고리대에 시달려 온 최하층 주민들은 가을이 와도 고리대로 먹은 것을 물어주면 다음해 식량이 또 모자라 걱정 속에 가을을 맞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