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원식량 분배, 어떻게 진행되나?

▲대북지원 식량이 장마당에서 거래되고 있는 모습

얼마 전 일본의 N-TV가 방영한 북한 꽃제비들과 굶주린 북한 주민들의 실상에 관한 소식은 우리들의 마음을 너무도 아프게 하고 있다. 남한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사상최대의 대북식량지원을 하고 있지만 북한의 주민들은 도저히 굶주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많은 식량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몇년 전 공개된 북한 청년 안 철씨의 비디오 영상물을 보면, 북한에 제공된 인도적 지원식량이 장마당으로 빼돌려져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도 얼마 후, 정세현 당시 통일부 장관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북한지역 3곳에서 대북 지원 식량의 분배현장을 확인한 결과 식량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주민들에게 차질 없이 전달되고 있었다’며 ‘일부에서 제기된 대북 지원 쌀의 군량미 전용 우려도 북측 관계자의 해명 등을 통해 불식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런 공식적인 보도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북한 주민들을 통해 전해진 소식이야말로 믿을 수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 무엇보다 우선되는 것은 자국 인민들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볼모로 김정일 독재체제를 유지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은 뻔하다.

그렇다 할지라도 북한의 본질을 직접체험하지 못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그 속사정을 잘 모른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탈북자들에게는 북한에 있지 않아도 대북지원식량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뻔히 보인다. 북한 당국의 본질과 그 실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식량 공급원천

북한의 식량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얻어진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식량’과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들여오는 식량, 협동농장과 개인 텃밭 등 북한 내에서 자체 생산한 식량이다. 여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지원식량이다.

중국과의 무역거래를 통하여 들여오는 식량은 통나무를 비롯한 북한의 특산품을 주고 사오기 때문에 공짜가 아니다. 또 그 양이 그다지 많지도 않고 교역을 통해 얻은 것이기에 처음부터 상업적 성격을 띠고 있다. 또 국내에서 생산된 식량은 수확되는 즉시 전량 정부에 납부되거나 인근 군부대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장마당이나 배급소로 들어가지도 못한다. 공짜로 얻어진 다량의 지원식량만이 비리에 비리를 낳으며 장마당을 떠돈다.

북한정권이 선군정치의 체제유지를 위해 지원식량을 군대와 권력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배급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북한당국은 국제지원식량 분배 투명성 여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판여론을 의식하고 굶고 있는 주민들에게 지원식량을 공급하자 해도 군대와 권력기관이 북한의 사회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지원식량은 그들이 가로채게 된다.

지원식량이 권력기관에 들어 갈 수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

남한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지원하는 수백 만 톤의 식량은 서해안으로는 남포, 동해안으로는 원산, 청진항에 하역된다. 그러나 노동당 기관에서 각 시, 군당위원회들에 식량을 실어다 주민들에게 나눠주라고 해도 실어 나를 수 없는 형편이다. 자동차와 같은 운수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래 두면 썩는 식량을 항구에 오랜 기간 쌓아둘 수도 없다.

결국 운수수단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당, 군부대, 보위부, 안전부, 군수공장들에서 우선적으로 식량을 가져가게 된다. 지방공장 같은 경우 장거리운행조차 힘든 목탄차에다가 그나마 연료와 부속이 없어 식량을 가져가기 힘들다. 연료와 부속을 마련해 식량을 실어와도 연료와 부속 값을 치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또 군대나 권력기관의 자동차를 빌려 쓰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자동차를 빌린 대가로 실어온 절반가량의 식량을 고스란히 내놓아야 한다. 10톤의 식량을 실어왔다면 그 대가로 4톤을 주고 6톤이 남는 식이다. 남은 6톤의 식량조차도 그대로 기업소 종업원들에게 분배되는 것이 아니다. 먼 거리를 운행하는데 필요한 ‘먼 거리 운행증’을 발급받은 대가로 실어온 식량의 일부를 바쳐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기업소에 식량을 실어와 봤자 간부들이 자기 몫을 다 챙기고 나면 실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1~2kg 정도밖에 안 된다. 그나마 1kg의 지원식량이라도 받아보았다면 좀 나은 편이다. 아예 받지도 못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학교, 병원을 비롯한 비생산단위 근로자들과 연료보장을 받은 노인들(퇴직자), 어린이들은 자동차도 없고 또 소속된 기관도 없이 소외된 주민들이기 때문에 지원식량은 ‘그림에 떡’과 같다. 결국 주민들에게 골고루 배분되어야 할 식량이 군대와 권력자들에게만 몰리게 된다.

장마당에 떠도는 식량들

북한 장마당에 떠도는 식량 가운데 80%이상은 국외에서 들어온 식량이다. 그 가운데서 대부분이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원한 지원식량이다. 군대와 권력자들에게 집중된 식량이 장마당에 흘러들기 때문이다.

군대를 보면, 북한에서 인민군은 대부분 중대가 하나의 생활단위다. 중대에는 양식서기(창고장)가 중대의 식량관리를 한다. 여기서 착복이 발생한다. 착복된 식량은 고급 군관(장교)들에게 뇌물로 바쳐지거나 사관들의 술값을 대는데 쓰인다. 또 인민군대에 생활필수품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쌀을 장마당에 내다 팔아서 필수품을 구입한다. 결국 하전사들은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리고 생존을 위해서 주민들을 노략질 하게 된다. 한마디로 인민군대의 생활은 북한사회의 축소판이라 생각하면 된다.

권력자들인 경우를 보자. 지원식량 배급의 결정적 권한을 쥐고 있는 권력자들은 식량을 분배하거나 실어오는 과정에 자기 앞에 차려진 식량을 다 받아먹고도 남아서 장마당에 내다 팔아 목돈벌이를 한다. 권력자들이 직접 내가 팔수는 없으므로 장마당의 ‘대거래 장사꾼’들을 이용한다.

예컨대 쌀 20Kg을 팔아주면 10%에 해당하는 2Kg을 떼어 주는 식이다. 대거래 장사꾼들도 남는 이익이 있고 쌀만큼은 잘 팔려나가므로 서로서로 권력자들에게 빌붙어 많은 양의 식량을 넘겨받으려고 경쟁을 한다. 따라서 장마당에는 권력자들에게서 통째로 넘겨받은 “대한민국”이나 ‘WFP(세계식량계획)’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쌀이 포대 채로 나돌게 된다.

실제 굶주림에 허덕이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굶어죽지 않으려면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군대와 권력자들이 내다 파는 지원식량을 비싼 값에 사먹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것조차 사먹을 돈이 없다면 죽는 수밖에 없다. 결국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은 김정일의 측근자들을 비롯한 당, 군, 보위부, 안전부와 같은 권력자들만 살찌우고 있다. 절대 다수의 주민들은 방바닥에 흩어진 밥알을 주어먹듯, 군대와 권력자들이 흘린 쌀을 주어먹으며 비참한 생활을 연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남한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대북지원 식량 분배의 투명성을 보장할 것을 더 강도 높게 요구하는 것이 북한주민들을 한사람이라도 구원하는 길임을 강조하고 싶다. 북한 당국의 유인전술에 속는 것은 북한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는 것을 재삼 되새겨 본다. 그렇다고 쌀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지원을 하되 실제로 굶어 죽어 가는 주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되도록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을 재삼 강조하고 싶다.

이주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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