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원식량 때문에 감옥간 사람많다”

기자는 북한의 수해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원한 원조물자가 주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9월 초순 중국 요녕성 선양시에서 북한주민 이모 씨(남·50)를 만났다.

함경남도 고원군에 사는 그는 8월 중순 경부터 중국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놀랄 만한 사실을 증언했다.

이씨는 국제사회가 북한에 지원하는 원조물자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거나 ‘국가물자 횡령죄’로 처형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에 들어오는 국제적 지원품이 권력 없고, 능력 없는 일반 백성들에게는 도리어 정신적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①-北민심 돌아섰다]

지금 북한, 성인 유랑자도 늘고 있다

[기획취재②-北민심 돌아섰다]

철길레일 비에 쓸려 강둑에 덩그러니

다음은 이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주민들이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물자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나?

물론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알고 있다한들 뭐하나?. 국제사회가 무상으로 원조물자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우리 인민들에게도 골고루 나눠 달라고 당국에 말할 수 없다. 이 말을 했다가는 다친다.

– 다친다는 게 무슨 말이냐?

각 지역마다 원조물자 분배 때문에 감옥살이를 한 행정일꾼들이 많다. 예를 들어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이 원산항에 들어 왔다고 치자. 그러면 일정분량이 군부대로 가고, 일부는 국가대상 건설(국가가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진행하는 국책건설) 단위들에 간다. 나머지가 각 기업소 등 주민들의 몫으로 배정된다.

배정된 단위(각 도, 시, 군)에서 자체로 식량을 실어가라는 지시가 상급기관으로부터 하달된다. 이때부터 농간(비리)이 발생한다. 우리는 자동차, 휘발유, 디젤유에 이르기까지 운송수단이 절대 모자란다. 이 때문에 일반 기업소들은 식량을 실어오기 위해 자동차, 기름을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확보’하는 게 웃긴다. 군부대, 당 외화벌이 기관과 같이 힘있는 데는 휘발유와 디젤유가 어느 정도 공급된다. 문제는 이 물자를 다루는 관계자들이 자기들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주민들에게 비싸게 판다.

지금 고원 지역의 쌀 1kg에 750~800원이다. 휘발유 1리터도 그와 비슷하다. 그러나 휘발유를 대량으로 빼돌려 팔 때는 쌀 절반 값이다. 기업소는 배정받은 식량을 실어오기 위해 근로자(주민)에게 돈을 거둬 휘발유를 산다.

실어온 식량을 배급하는 것은 각 시, 군의 행정위원회 양정과에서 관할한다. 양정과는 각 기업소가 실어온 식량을 시, 군 양정사업소에 넣었다가 관할 배급소를 통해 주민(근로자)들에게 배급한다. 각 배급소는 식량을 실어 온 해당 기업소에서 자동차, 휘발유를 사는 데 돈을 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식량을 나눠준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주민들의 돈을 모아 식량은 실어왔지만 배급소와 기업소측은 당 간부, 보위부, 안전원(경찰)들로부터 시달림을 받게 된다. 이들은 자기들 몫을 떼달라고 요구한다. 요구를 안들어 주면 나중에 더 큰 손해를 본다. 돈을 낸 근로자들은 돈을 낸 만큼 식량을 요구하고, 간부들은 자기가 가진 권력만큼 식량을 요구한다. 행정일꾼들은 여기서 일처리를 잘못하면 다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근로자들의 원성을 사도 죄인이 되고, 권력있는 사람들에게 잘못 걸려도 처벌을 면하기는 어렵다. 감옥간 행정일꾼들 70~80% 이상이 식량배급 때문에 ‘국가물자 횡령죄’ 누명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원물품 때문에 사람이 죽는 경우도 있다는 게 무슨 말이냐?

감옥 가는 사람들이 많고 ‘횡령죄’로 잡혀가 처형당한 사람들도 있다. 수용소에 가서 죽는 경우도 있고… 실제 각 시, 도 군마다 그런 사람이 꼭 나온다. 권력 있는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되고, 백성도 먹고 살아야 된다. 모두들 목숨을 부지하려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돈을 낸 근로자들만 식량을 배급받나?

그렇다. 돈 없는 사람들은 못받는다. 국제사회는 인도적으로 지원하지만 일단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일반 백성들은 사먹어야 한다. 돈 없으면 못 먹는다.

– 식량을 배급받은 사람들은 그 식량을 그대로 먹고사나?

그것도 아니다. 먹고 남을 식량을 받은 사람들이나, 그냥 배급받은 사람들이나 장마당에 다시 내다 팔기는 마찬가지다. 지원식량을 다시 사들일 차값, 기름값을 마련해야 한다. 또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생활 필수품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 결국 국제사회의 지원식량이 힘센 사람들 이익 챙겨주기 위한 악순환이 아닌가

그렇다. 지금 우리나라는 권력 가진 사람들의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들은 각종 지원물품을 헐값에 사고 장마당에 내다 판다. 장마당에 내다판 식량은 그날그날 끼니를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이 사먹게 된다.

– 군대나 권력기관 간부들이 장마당에 내놓는 지원물품이 어느 정도나 되나?

대략 전체 지원품의 50%는 군대가, 30%는 권력자들이, 나머지 20%는 장마당으로 나온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군대가 먹고, 권력자들이 먹고 나머지 20%가 장마당을 돌아 다시 지원식량을 사들여 파는 식이다.

– 지금 북한에 WFP(세계식량계획)와 국제기구 감시요원들이 나와 있다고 아는데…

10여 명이 있다고 들었다. 그래도 소용이 없다. 배급소 현장에서 지원식량을 받아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배급소에서 식량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휘발유값을 어떻게 냈는지, 그냥 무상으로 받아 가는지 그들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주민들이 감시요원에게 가서 고자질 하다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 그럼, 진짜로 굶고 있는 주민들에게 식량을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실정을 알고 대책을 똑똑히 세워야 한다. 그게 안되면 차라리 지원을 안 해주는 것이 낫다. 그러면 식량 분배문제로 감옥 가거나 처형 당하는 일이야 없지 않겠는가.

식량이 많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하면 진짜로 필요한 사람들은 못먹고 돈을 구해야 먹을 수 있으니, 돈 없는 사람은 그 과정이 괴로운 것이다.(계속)

중국 선양(瀋陽)= 최전호 기자(평북출신 2003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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