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속되는 속도전으로 체제피로감 급증할 듯

북한이 올해를 ‘2012년 강성대국 달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관건적인 해”로 규정하고 지난 4월20일 시작한 돌격대식 증산운동인 ‘150일 전투’를 17일 마감하고 곧바로 ‘100일 전투’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북한 매체들은 ‘100일 전투’를 언급하지 않은 채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입장을 비공식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이 150일 전투 종료 후 100일 전투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함으로써 주민 총동원 체제가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말대로 목표는 높은데 2012년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과 체제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선까지 어떤 명목으로든 계속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여 속도전 피로감이 급속히 체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생산면에서 북한의 2012년 강성대국 목표는 공장.기업소별로 70,80년대의 최고 생산실적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대규모 자본과 기술의 투입없이 “자력갱생”을 외치는 북한으로선 이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동원형의 속도전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9일 한반도평화연구원(KPI) 홈페이지에 게재한 ‘상해 남북학술회의 참가기’에서 이 회의에 참석한 북한 조선사회과학원의 리경철 법률연구소 실장이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연다’는 의미에 대해 “북한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경제가 최고조로 달했던 수준” 즉 “1987년의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7월14일 북한 유일의 자체 자동차회사인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가 2012년까지 연산 1만대를 목표로 세웠다며 “1970년대 연간 1만대를 생산한 것이 과거의 최고 실적”인데 지난 3월 이 기업소를 현지지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시의 수준을 회복하는 데 과녁을 맞춘 원대한 구상을 피력하였다”고 보도했다.

70,80년대 생산실적의 회복을 ‘높은 목표’라고 말하는 것은 북한 경제의 현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를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지난 1월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셋째아들 정운이 아버지의 후계시절 행보를 따라하는 양상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1974년 2월 후계자로 추대된 이후 같은 해 10월말부터 경제부문 업적쌓기를 위해 ’70일전투’를 처음 발기하고 지휘했었다.

북한에선 김정운의 후계자로서 업적 쌓기 차원에서 김정운이 이 속도전을 직접 발기하고 지휘한 것으로 선전되고 있다.

예상대로 100일 전투가 진행될 경우 내년 1월8일 김정운의 생일이자 후계 내정 1주년과 종료 시점이 맞물리는 점도 눈에 띈다.

150일 전투 기간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주요 공장.기업소와 농장 등 경제부문에 대한 현지지도를 부쩍 늘리고 내각 전원회의를 열어 경제부문별 증산 대책을 논의했으며 언론은 150일 전투 목표의 조기달성 사례를 집중 보도하는 등 “성과적 마무리”에 온힘을 쏟았다.

그 결과 각 공장.기업소들이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는 보도가 지난달말부터 북한 언론매체들에서 쏟아졌으나 구체적인 수치와 기준없이 110% 수행 등 막연한 실적치만 제시돼 실질적인 성과를 가늠하기는 불가능하다.

150일 전투의 동원체제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희생과 고통은 북한 매체들에서도 읽힌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등은 주민들에게 150일전투의 성공을 위해 노동규율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고, 조선신보에 따르면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또는 아예 생산 현장에서 밤을 지새며 일을 했다.

대북 라디오방송인 열린북한방송의 온라인 소식지 ‘열린북한통신’은 150일 전투 시작 이후 보안원과 근로단체 단속원들이 거리마다 배치돼 “오전에 거리를 순찰하면서 (직장에 있지 않고) 통행하는 사람들을 잡거나 시장 개.폐장 시간을 엄수하지 않는 이들을 단속한다”고 전했다.

150일 전투, 100일 전투 식으로 경제 속도전을 벌이는 게 북한 경제를 더욱 나락에 빠뜨릴 수 있다고 북한 관측통들은 우려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과거 후계시절 주도했던 70일전투와 100일전투, 200일전투 등 다양한 대중 돌격대식 증산운동은 반짝 효과는 있었을지언정, 설비의 혹사와 원가 무시, 자재와 인력의 낭비,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 등과 같은 경제논리 무시로 인해 결과적으로 북한의 계획경제체제를 붕괴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노동신문이 지난 7일 “생산과 건설을 깜빠니야(캠페인)식으로, 임시변통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 것은 북한 당국 스스로 속도전의 이러한 위험성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깜빠니야’식으로 당장 높이 세운 목표 달성을 위해 “탄광에서 탄을 캐먹는 데만 신경을 쓰고 탄밭을 마련하는 것을 소홀히 하면 생산이 얼마 못가서 주저앉는”다는 것.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발행하는 ‘통일시대’ 8월호는 150일 전투가 경제난 극복의 기폭제가 되기보다는 주민생활에 어려움만을 가중시켜 북한 당국에 대한 원성만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주민들의 노력 동원을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은 변화된 북한의 생활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당국과 주민들 사이의 갈등만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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