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방 식품 공장들이 무역회사의 자금을 끌어들여 원료와 설비를 확보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나누는 방식으로 경영난을 타개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15일 알려왔다.
북한 원산의 갈마 식료공장은 류경 무역회사가 수산물 수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공장 일부 시설을 임대하는 대신 임대료를 받아 자체 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설비를 보완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강원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방 경공업 공장들에서 무역 기관에 생산 임대를 주고 자금을 의탁하는 방식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방 공장·기업소의 원료와 자금 지원이 부족한 조건에서 일종의 기업 자력갱생 방식인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를 내세워 기업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해왔다. 스스로 기업 운영의 활로를 찾지 못하면 도태되는 방식이다.
강원도 원산시에 있는 갈마식료공장은 물고기 가공공장으로 북한 시장에서 잘 팔리는 말린 진공 명태나 젓갈류를 주로 생산한다. 류경 무역회사는 이 공장의 시설 일부를 임대해 물고기나 어패류 통조림과 가공식품을 만들어 수출하거나 북한 시장에서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지방 공장들은 생산에 필요한 자금과 원료가 부족한 편이라 그나마 돈이 있는 무역회사를 끌어들여 생산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공장 노동자를 써도 일부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도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 공장들은 개인 사업자에게 위탁 생산을 하거나 일부 시설을 임대해주고 공장을 운영하는 방식을 많이 활용해왔다. 이러한 방식이 공식 무역회사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혜산시 소식통은 “양강도 일부 공장기업소들이 무역회사에 생산임대를 주고 비생산 인력은 삼지연 건설장에 내보내고 있다”며 “무역회사와의 협력으로 어느 정도의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공장입장에서는 잘 된 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양강도 소재 백두산들쭉가공공장도 이런 기업소에 속하는데, 다른 기업소들에 비해 비생산 노력 없이 기존 노동자들도 일을 하고 있다”며 “중앙체계의 자재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때와 다르게 무역회사들은 현지에서 원료 확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술 생산량이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들쭉술은 북한이 자체 생산한 대표적인 특화주로 6.15정상회담 건배주 등으로 사용돼 왔다. 국가기관에 공급하는 들쭉술은 혜산들쭉가공공장에서 주로 생산한다. 백두산들쭉가공공장에서 생산된 들쭉술은 평양시와 함흥시(함경남도), 원산시(강원도) 등 국내 곳곳의 상업망과 시장들에 공급된다. 들쭉 채취에 필요한 임금을 지급하고 원료를 활용하는 방식이라 정상적으로 운영 되면 수익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소식통은 “혜산시 제지공장과 버섯공장 등 일부 공장들에서 생산임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무역회사와 협력이 없는 기업들은 생산보다는 약초 채취 등으로 수익을 내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