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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한의 양강도, 함경도, 황해도 일대에 파라티푸스, 백일해, 괴질(주민 지칭 ‘문둥병’) 등 급성전염병이 돌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확산추세에 있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데일리NK 국경 특파원 2명의 3개월간 추적 취재와 17명의 북한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교차확인 됐다.
“고난의 행군 시절과 똑같아요. 먹지 못해 영양이 부족하니까 온갖 잡병들이 다 돌고 있습니다. 인민반 별로 2~3세대는 전염병 환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결핵환자는 환자 취급도 못 받을 정도입니다. 파라티푸스로 여자들과 노인들이 집에서 앓고 있고, 백일해에 걸려 유치원이나 탁아소에 격리된 아이들도 많습니다.” – 최길녀씨(가명. 59세. 황해남도 해주)
“10년 전 고난의 행군시절과 유사”
전염병은 지난 봄부터 황해도, 양강도, 함경북도 등 국경지역에서 시작되어 현재 내륙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양강도 일대에서는 병에 걸려 강제 도축된 소나 돼지를 먹은 주민들 사이에서 피부에 진물이 나고 살점이 떨어지는 ‘괴질’ 환자가 등장해 북한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압록강∙두만강 국경지역에서 만난 북한주민들(탈북자 11명, 여행자 6명)은 모두 “지금 여러 전염병이 나돌고 있다”고 지적하며 “고난의 행군 시절(90년대 중반 대아사 기간)에 전염병이 나돌았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최근 중국에 입국한 여행자들은 동네 인민반(30세대) 교양이나 장마당 약장사들을 통해 전염병의 명칭과 증세, 발병이유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알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이같은 전염병은 ‘전국적 상황’으로 파악된다.
고열, 설사를 동반하며 비교적 높은 치사율을 보이고 있는 소화기 계통 급성 전염병인 ‘파라티푸스’는 황해도 일대에서 발생, 평안남도와 함경남도 일부 지역까지 확산되고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7월 12일 친척방문 차 단둥(丹東)에 온 최길녀씨는 “5월 말부터 해주시와 청단군, 신원군 등지에 파라티푸스 환자가 늘어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최소 10세대당 1세대는 파라티푸스 환자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제대로 먹으면 예방되는 ‘후진국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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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주로 10세 미만의 어린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급성호흡기 전염병 ‘백일해’는 황해북도 일부와 함경도, 평안도 지역에 퍼지고 있는 상황이며 함흥에서는 영아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연변자치주 투먼(圖們)해관을 통해 중국에 입국한 여행자 박철만(가명. 62세. 함남 함흥)씨는 “4월 중순부터 함흥 시내의 탁아소, 유치원 아이들 사이에서 백일해가 번지기 시작했고 6월에는 1살도 안된 영아 수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는 “함흥과 청진에서는 갓난아이부터 소학교 아이들까지 여행이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강도 혜산과 김형직군 일대에는 괴질이 번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탈북자 이성희(가명, 25세)씨는 “병들어 강제도축된 소나 돼지를 장마당에서 몰래 파는데, 그 고기를 사먹은 사람들 중에 피부에 진물이 나면서 살점이 맥없이 떨어지는 증상을 보였다”며 “확실한 병명을 알 수 없는데, 사람들은 ‘문둥병’으로 부른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당국은 양강도 일대를 봉쇄했다”며 “지역 보안서(경찰)가 장마당 규찰대들을 동원해 고기를 팔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는데, 혜산과 김형직군, 김정숙군, 보천군 일대에서 소고기가 외부로 유출되지 못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살아 있는 소를 도살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죽은 소를 장마당에서 판매하는 것은 막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소고기를 판매하는 것도 단속하고, 장사꾼들이 다른 시, 군의 소고기를 내다 파는 것도 모두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한거주 탈북자 박정화(가명. 36세)씨는 “최근 북한에 있는 가족과의 전화통화에서 ‘살 썩는 병이 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인민위원회 2부(보안서 관할)에서 여행증명서를 승인할 때 위생방역소에서 발급한 ‘위생통과증’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 당국, 원조 약품 조직적 착복
북한주민들은 각종 질병이 만연하고 있는 이유를 ‘먹는 문제’에 찾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시달리고 있는 질병들은 대부분 영양결핍 상태에서 찾아오는 ‘후진국형 질병’들이다. 주목할 부분은 90년대 후반 대량아사 시기 유행했던 질병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변자치주 옌지(延吉)에서 만난 여행자 강순미(가명. 59세. 사리원)씨는 “결핵,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백일해 등은 고난의 행군시기에 나돌던 병인데 요즘 다시 번지고 있다”며 “식량사정도 바쁜데(어려운데) 전염병까지 유행하니 사람들 사이에서 이러다가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변자치주 룽징(龍井)에 거주하는 탈북의사 김모씨는 “지금 북한의 병원에는 약이나 의료기구도 없고 의사들에게 배급이 안되니까 보건일꾼들도 모두 장마당에 나가 장사해서 먹고살거나, 당국의 외화벌이 단위에 출근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국가 기관 간부들이 외국원조 의약품들을 독식해 장마당에 팔고 있기 때문에 형편이 안 되는 백성들이 필요할 때 치료약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의약품은 무게나 부피가 작고, 현금으로 바꾸기 쉽기 때문에 외화벌이 단위나 국가기관들은 오히려 식량보다 원조 의약품에 욕심을 더 많이 낸다”며 “외국에서 의약품 원조를 하려면 대도시의 큰 병원보다 1차 진료단위인 시∙군 진료소에 직접 의약품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7월 5일 이후 만난 여행객 등 북한주민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주민들이 듣는 유일한 방송인 동네 유선방송(조선중앙방송 제공)을 통해 들었다고 말하면서 “으레 있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계속)
중국 옌지(延吉) = 김영진 특파원kyj@dailynk.com
중국 단둥(丹東) = 권정현 특파원kjh@dailynk.com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