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논의하기 위한 마지막 회담 제안문을 29일 북한에 전달했다. 지난 6차 실무회담에서 사실상 ‘결렬’을 선언하며 남측 대표를 “백수건달”에 비유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에 전통문을 보낸 이날 오후 4시에 진행한 판문점 연락 채널에서 북측은 특별한 답변이나 언급을 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4시) 마감통화 결과 연락관 연장근무 요청이나 우리 측이 제안한 회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답변 마감 시한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하루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성명을 발표한 조건에서 북한의 즉각적인 반응이 없는 것은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우리 측 요구를 즉시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시간끌기 용으로 회담 급을 조정하는 등 역 제안을 해올 가능성도 있다.
이번 전통문은 북한이 우리 측의 재발 방지책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중대결단을 내리겠다는 조건을 달고 있어 최후통첩으로 부를 만하다. 정부는 마지막 회담제의라는 표현까지 곁들였다.
류 장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북한은 지금이라도 재발방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해 주기 바란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더 큰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전통문이 공단 재가동을 위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지만 북한이 공단 중단의 책임을 표명하고 정치, 군사적 조건을 철회할지는 불확실하다. 아직은 가능성이 낮다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에 “북한 나름대로 개성공단에서 챙길 수 있는 실리가 있다”면서 “제의를 받지 않을 경우 폐쇄인데 (북한이) 폐쇄를 각오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회담에는 응할 것 같지만 회담에 나와도 100% 만족스러운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서로가 절충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정부가 최종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치군사적 이유로 다시는 중단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이 없으면 (개성공단의) 문을 닫겠다는 것”이라며 “북한도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이어 “개성공단 중단이후 처음 대화를 제의한 것도 북한이고, 처음 회담이 중단되고 다시 대화제의를 한 것도 북한”이라면서 “일단 경제적 실리가 있다고 본 것이고, 실리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이번 제의를 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 경제협력은 엄청나게 후퇴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당장 공단폐쇄를 각오하고 정부의 회담 제안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남북 간 절충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공단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개성공단의 정치적 인질효과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공단은 경제논리로 가야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 개성공단이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갈 경우 통제할 수단을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북한은 정치군사적인 이유로 중단해선 안 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정부 역시 재발방지를 빼놓고서는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개성공단 폐쇄 흐름에서 유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