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천하지대본(天下地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북한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조부 김보현이 나라 정사를 보는 손자 김일성에게 항상 당부한 말로 알려져 있다. 농업이 국가경제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조선시대의 낡은 명언이지만 북한에서 농업문제를 이야기할 때 현재에도 심심치 않게 튀어나오는 말이다.
북한이 1970년대에 사회주의 공업화를 완성했다고 선포했지만 아직도 농업은 북한경제성장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여 전체 공업총생산액 중 농업이 약 30%를 차지한다.
중요 본보기 농장들도 농사준비에 적신호
북한 경제에서 이처럼 중요한 올해 농사에 차질이 생겨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서해곡창지역 ‘열두삼천리벌’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평안남도 문덕군의 협동농장들에서 농사준비가 전혀 안 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김일성이 자주 현지 지도한 중요 농업생산지역에도 올해 국가의 투자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맨손으로 농사를 지어야할 형편이라고 한다.
우선 농기계들의 가동준비가 대단히 불안한 상태에 있다고 한다. 농장의 기계화작업반에 전력공급이 전혀 안 되고 부속품이 없어 15대의 트랙터 중 가동할 수 있는 트랙터는 1대이며 모내는 기계, 제초기 등 모든 농기계들이 가동이 불가한 상태라고 한다.
북한 농사에서 기본 동력으로 기계를 대신하는 소가 작업반별(경지면적 100정보당)로 15마리(수소 8마리, 암소 5마리, 송아지 2마리)보유하고 있지만 동기사료 공급과 축사관리가 미약하였다. 또한 얼음판 위에서 지낸 소들이 봄이 오면서, 설사 등 영양부족으로 매일같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내부에서는 “목숨이 붙어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할 정도라고 한다.
비료와 농약, 국가공급도 없고 시장에도 없어
특히 북한 농업생산을 위한 중요 품목인 비료와 농약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평안남도 문덕군 00농장의 비료공급실태는 다음과 같다.
<표-1> 2018 시비년도 비료 소요량 및 시비량(추정)
구분 | 농장 토지면적(정보) | 비료(t) | 농약(ℓ) | ||||||
총면적 | 논 | 밭 | 소요량 | 구입량 | % | 소요량 | 실적 | % | |
협동농장 | 1,300 | 1,092 | 208 | 650 | 12(뇨소(요소) 9, 질안(질소) 3) | 1.8 | 1,000 | 50(살초제 40, 살충제 10) | 5 |
보다 심각한 것은 시장에서 비료와, 농약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따라서지 못하여 비료와 농약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에서 중국산 복합비료(1kg)는 4,400원, 중국산 요소비료는 3,200원, 살초제와 살충제는 각각 20,000원, 15,000원으로 거래되는데, 농장들에서 돈이 없어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부 돈주들에게 대출을 받는다고 하여도 시장에 현물이 부족해 전체 필요량의 비료와 농약을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한다.
최근 압록강, 두만강 국경연선에서 비료와 농약 밀수가 성행하는 것도 이러한 현실의 반영으로 분석된다.
북한지역에서 비료와 농약생산을 위한 주원료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수입되는 석유다. 최근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는 북한의 전략물자 수입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하였고 그것은 북한의 비료와 농약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대규모 비료생산기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흥남비료, 순천석회질소비료 등의 공장들에 국가적 투자를 하여 자체의 원료와 기술(석탄가스화기술 등)로 생산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재원과 기술의 부족으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질적인 농업생산의 발전을 위하여 북한 정부는 농사를 “온 나라가 짓는다”는 전통적 집단경영사고방식을 버리고 농사는 농민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지면적에서 2모작, 3모작 방식의 ‘마른 나무에서 물 짜내기’를 하지 말고 다방면적인 경제협력과 교류의 확대를 통해 토지와 농민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