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2명 중 1명 ‘사경제’로 소득 얻어…시장화 진전”

통일부, 탈북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2013년 이후 北 주민 80% 하루 세끼 먹어"

양강도 혜산 인근 노점에서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과일이 눈에 띄고 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내 시장화 진전에 따라 ‘사(私)경제’의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일부는 13일 북한연구학회와 ㈜현대리서치연구소가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입국한 탈북민 6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최근 몇 년간 같은 방식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합 정리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연구’의 일부를 공개했다.

통일부 의뢰로 진행된 그간의 설문조사를 통합·정리한 결과, 2001년 이후 협동농장을 포함한 공식 직장에서의 경제활동만을 통해 소득을 얻은 ‘국영경제 종사자’의 비중이 하락하고, 공식 직장 외의 사적인 경제활동만을 통해 소득을 얻는 ‘사경제 전업 종사자’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통일부는 ‘북한 경제·사회상 변화 실태’라는 제하의 설문조사 참고자료에서 “북한 주민의 경제활동 및 소득획득의 원천은 국영경제/사경제로 이원화돼있으며, 지속적으로 국영경제의 비중이 하락하고 사경제의 비중이 상승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실제 조사진은 설문조사의 주요 응답 결과를 5년 단위로 분석했는데, 이에 따르면 2006~2010년 ‘사경제 종사자’ 비중은 34.1%로 처음으로 ‘국영경제 종사자’ 비중(28.5%)을 앞질렀고, 2016~2019년에는 ‘사경제종사자’ 비중이 48%로 확대돼 ‘국영경제 종사자’ 비중(24%)의 두 배에 달했다.

특히 조사진은 장마당에서의 장사행위 등 사적 경제활동을 통해 전적으로 소득을 얻는 ‘사경제 전업 종사자’에 더해 공식 직장에서도 소득을 얻고 다른 사적인 경제활동으로도 소득을 얻는 ‘국영경제·사경제 겸업 종사자’까지도 ‘사경제 종사자’에 포함시켜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아울러 장마당 매대도 거래 대상이라는 인식이 2000년 이전에는 48.7%였으나, 2016~2019년에는 67.6%로 상승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장마당 매대를 개인이 사고 팔 수 있는 사유재산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1일 식사횟수 조사에서 2013년 이후 북한 주민의 10명 중 8명이 1일 세끼 식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5년 단위로 분석했을 때, 1일 세끼 식사를 한다는 응답이 2000년 이전에는 32.1%에 불과했으나 ▲2001~2005년 52.2% ▲2006~2010년 67.1% ▲2011~2015년 87.1% ▲2016~2019년 90.7%로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입쌀과 강냉이(옥수수)의 비중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주식 구성 변화를 살펴본 결과, 2000년 이전 강냉이의 비중은 68.8%였으나 2016~2019년에는 24.9%로 줄었고, 입쌀의 비중은 2000년 이전 11%에 불과했다가 2016~2019년에 66.1%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013년 이후 북한 주민들의 주식 구성에서 입쌀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통일부는 이를 두고 ‘북한 주민의 식생활 향상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조사를 주도한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전 북한연구학회장)는 “전반적으로 보면 김정은 시대 들어서 시장화가 진전되고 있고, 주민 평균 생활수준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북한 주민들의 정보기기 이용 실태와 관련한 설문 결과, 휴대전화 이용률은 2000년 이전 0.5%로 매우 미미했다가 ▲2001~2005년 2.9% ▲2006~2010년 8.3% ▲2011~2015년 27.4% ▲2016~2019년 41%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휴대전화 통화 목적은 주로 개인장사(41.5%)와 안부(32.6%)로 나타났고, 정보교환(8.6%)과 공식업무(3.8%) 목적은 낮은 편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설문조사에 대해 “북한경제사회 심층정보수집 사업으로 연도마다 용역을 주고 그 조사를 기준에 맞게 받아 (정부가) 계속 분석을 한다”면서도 “조사 대상자들을 성별로 보면 여성이 80%에 가깝고 지역도 접경지역이 많아 북한 사회 전체의 특성으로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