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10가구당 1가구 전염병 앓아”

▲ 장마당에서 떨어진 음식을 주워먹고 있는 어린이 ⓒRENK

해주시를 비롯한 황해남도 일대에는 소화기 계통의 급성전염병인 파라티푸스가 극심하다.

파라티푸스는 90년대 후반 대량아사 기간 동안 함경도, 자강도, 양강도 지역을 휩쓸었던 전염병이다.

“교양사업뿐, 예방접종도 못해”

7월 12일 중국 단둥(丹東)을 방문한 북한주민 최길녀씨(가명. 59세. 황해남도 해주)는 “5월 말부터 해주시와 청단군, 신원군 등지에 파라티푸스 환자가 늘어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소 10세대당 1세대는 환자가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행정당국과 의료당국은 그저 ‘물을 끓여 먹으라’ ‘집에서 환자들을 격리해라’는 교양사업만 진행할 뿐, 예방접종이나 방역사업에 전혀 손을 쓰지 않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신의주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 무역업자 김모씨는 1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의주에서는 지금 황해남도 파라티푸스 소문이 파다하며, 해주, 사리원, 남포 등에서 올라온 도매상들이 항생제, 해열제, 포도당과 주사기 등을 구입해가는 일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최씨와의 인터뷰

파라티푸스가 어느 정도 퍼졌나? 사망자가 있나?

앓다가 죽은 사람들도 있다. 해주에서만 서해동, 용당동, 광석동, 연하동, 석미동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인민반 회의에서 들었다. 청단군과 신원군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고 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10세대 당 1집은 환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파트에서만 두 집에 환자가 있다”

오염된 식수와 영양결핍이 이유

북한주민들은 발병 원인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나?

“해주와 황해남도는 원래 식수(食水)가 좋지 않다. 수돗물에 늘 염분이나 녹 가루가 섞여있고 수돗물에서 지렁이나 벌레도 나왔다. 2~3년 전부터는 그런 수돗물도 제대로 안 나온다. 동(洞)별로, 인민반 별로 우물을 파서 식수문제를 해결해 왔다. 주민들은 식수가 오염돼서 전염병이 돌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원인은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이다”

파라티푸스에 걸린 환자들은 어떤 증상을 보이나?

“우리 아랫집에 사는 아주머니가 6월 중순부터 앓아 눕기 시작했는데 체온이 41℃까지 올라가더라. 열이 오르면 하루 이틀 동안 정신을 잃다가 다시 잠시 정신을 차리다 또 정신을 잃는다. 계속 땀을 흘리면서도 춥다고 호소한다. 설사를 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가망이 없다. 용케 목숨을 건진다 하더라도 머저리(뇌 장애)가 된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치료 받고 있나?

“병원? 지금 해주에서 제대로 운영되는 병원이 없다. 약도 없고 의사도 없고, 병원을 찾는 사람이 없다. 외과 수술이나 해야 병원을 찾지, 이런 전염병은 병원에 가도 대책이 없다. 앓는 사람들은 모두 집에서 치료한다. 해주 1병원이나 해주의학대학병원도 모두 한심한 상태다”

“국가는 ‘나 몰라’, 모든 것 장마당에서 해결”

집에서는 어떻게 치료하나?

“집에 돈이 조금 여유 있는 사람들은 장마당에 나가 약을 사서 쓰지만 그 형편도 안 되는 사람은 그냥 집에서 물수건이나 올리고 죽이나 먹는 형편이다. 죽으면 죽는 것이고 살면 사는 것이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의사를 부르는 것도 다 돈을 줘야 한다. 의사들은 왕진 한번에 5천원에서 1만원까지 부른다. 그 돈이면 약을 몇 번 더 쓸 수 있으니까 장마당에서 약을 사다가 가족들이 주사를 놔준다”

장마당에서 어떤 약을 사다 쓰나?

“장마당에서 ‘레보’라고 불리는 중국 약을 사서 쓴다. ‘레보’는 먹는 알약과 주사액에 풀어 쓰는 가루약이 있는데 포도당에 섞어서 주사한다. 유엔에서 보내준 해열제도 사다 먹는다”

장마당 약값은 어느 정도 하나?

“주사기 하나에 200원씩 하는데 그건 계속 소독해서 쓰는 것이고, 중국산 포도당 40%짜리 25mg 암뿔(편집자 주- 밀봉캡슐을 말함) 1개에 250원이다. 주사용 ‘레보’는 1개 1,500원이다. 유엔에서 보냈다는 해열제는 1알에 300원이다. ‘레보’ 가루약을 포도당을 타서 주사하는데 아침 저녁으로 한대씩 놔줘야 약효가 있다. 이렇게 따지면 매일 주사 2대에 해열제 하나 먹는데 3,000원이 든다는 계산이다. 환자가 한달 동안 앓는다면 10만원 돈이 소모된다”

장마당에서 약 구하는 일은 쉽나?

“해주 연하동에 있는 ‘서시장’에 약이 제일 많다. 약은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데 파라티푸스 치료제나 해열제는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서시장에는 약 장사들만 수 십 개 매대(좌판)가 있는데 신의주에서 도매를 하는 사람들로부터 약을 받는다. 약만 전문으로 팔던 국영약방은 약이 없으니 잡화점으로 바뀌었다. 장마당에는 유엔약, 중국약이 대부분이고 조선(북한)에서 만든 약은 거의 없다. 그것도 대부분 개인들이 만든 조잡한 것들이다”

파라티푸스는 못 먹고 가난해서 걸리는 병

환자 가족들은 전염에 대비하고 있나?

“파라티푸스는 돌림병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못 먹어서 허약한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병이다. 그러니 가난한 사람들이 잘 걸린다. 월 수입이 한 달에 2,000원이나 될까 말까 하는데 월급을 받는 노동자들이 그런 병에 걸리면 그냥 드러누워 죽는 수밖에 없다. 가난하니까 병이 생기고 가난하니까 못 고치고… 그렇다”

식수 상황은 어떤가?

해주에서는 광석동, 해운동 등 시내 중심가에만 수돗물이 나온다. 그것도 집집마다 다 나오는 것이 아니고 공동수도만 나온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우물물에 의존하고 있으나 고급 당간부들이나 부자들은 산에 관을 설치해서 샘물을 받아 먹는다.

의료당국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

“국가가 하는 일은 언제나 ‘교양’뿐이다. ‘물을 끓여 먹어라, 밥그릇과 숟가락을 소독해라, 환자를 격리하라’는 말로 하는 교양만 있다. 굶어 죽어도 교양, 앓아 죽어도 교양, 주민들이 병에 걸려 죽어나가도 국가가 나서는 일이 없다”

UN이나 한국에서 보내준 의약품을 받아 본 적 있나?

“유엔이나 한국에서 의약품이 들어온다는 것은 모든 주민들이 안다. 하지만 병원이나 진료소에도 약이 안 들어 오고, 국영 약국에도 약이 없다. 모두 장마당에서만 팔리고 있을 뿐이다”

중국 단둥(丹東) = 권정현 특파원kjh@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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