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국경연선(沿線) 지역에서의 탈북과 밀수를 차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검열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불법녹화물을 밀수하는 국경 경비대원과 주민들에 대한 엄벌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우리 사회를 비방, 중상하려는 자들의 불법 녹화물들이 공화국에 들어오고 있다’며 ‘불법녹화물을 대상(취급)하는 이들은 엄벌에 처할 것’이라는 내용의 강연회가 있었다”면서 “최근 국경지역에 대대적인 검열이 진행되는데다 이제는 불법녹화물에 대해 엄포를 놓고 있어 생계형 밀수를 하는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강연회는 ‘우리식 사회주의를 좀먹으려는 자들은 화려한 물건과 검은돈(南 국정원 돈)에 현혹된 나머지 사상적으로 변질되어 안기부(국정원)가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빠져들고 있다. 사상적으로 무장되지 못하면 매수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최근 들어 직장장이나 인민반장의 불법녹화물을 대상하지 말라는 포치(지시)가 자주 있고 남한 드라마 등을 본 경험이 있는 주민들은 이번에 적발되면 시범겜(본보기)으로 엄벌을 받을 것을 우려해 잔뜩 움츠려 있다”면서 “주민들은 강에서 물을 긷다가도 경비대가 오면 황급히 몸을 숨겨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일부 여성들은 빨래하러 압록강에 나갔다가 중국 쪽에서 사람이 움직이기만 하면 불법녹화물을 밀수한다는 의심을 받지 않을까 바로 그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면서 “검열이 장군님(김정일) 생일까지 지속된다는 소문도 있어 일부 주민들은 ‘2월 16일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은 그동안 외부 정보 유입이 많은 국경지역 주민들에게 강연제강 등을 통해 자본주의 황색물에 빠지지 말 것을 종용해왔다. 특히 북한 당국은 불법녹화물 밀수뿐 아니라 나라의 재부(자원)가 빠져나가는 것, 월경(탈북자)자를 돕는 것, 국경군인들이 밀수나 탈북을 돕는 것에 대해 신고할 것 등을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최근 먹고 살기 위한 밀수도 못하는 주민들은 ‘일한 대가(배급·월급)를 주면 추운 날씨에 감시까지 받아가며 밀수를 하겠냐’며 ‘뭘 하지 말라고 말하기 전에 생활안정만 해결해주면 밀수하라고 해도 안한다’는 불만을 보인다”고 전했다.
끝으로 소식통은 “장성택 숙청을 강행한 당국이 주민들의 사상동요를 막기 위해 외부와의 정보유입을 막는 한편 내부 주민들에게 체제옹호를 위한 사상무장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결국 주민들의 통제가 강화되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불만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