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아편재배, 이것이 진상이다

▲ 활짝 핀 양귀비 꽃

지난해 미 의회조사국(CRS)은 북한이 2004년 한해 동안 불법적인 메탐페타민(필로폰)과 헤로인 등의 거래로 2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국가가 국민을 동원해 마약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나라는 북한뿐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마약 생산은 ‘백도라지 사업’이다.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를 북한에서는 백도라지라고 부른다. 알다시피 양귀비는 아편(阿片)의 원료이며, 아편은 다시 모르핀, 코데인, 헤로인 등 마약의 원료가 된다.

김정일은 1992년 아편을 대대적으로 재배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아편을 팔아 외화를 벌어들인다고 선전한다.

백도라지 재배를 위한 영농 준비

다른 농작물과 같이 아편 생산을 위한 영농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씨앗과 경작지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초기에 양귀비 씨앗은 아편을 대대적으로 생산하라는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동남아의 어느 나라에서 수 백 킬로그램이 수입되었다. 그 이전에는 양귀비를 산발적으로 재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대적인 아편 생산에 필요한 양귀비 씨앗은 턱없이 부족했다. 수입한 씨앗으로 첫 해 재배를 시작했고 다음해부터는 자체 생산한 앵속갓(아편 열매)을 말려 이용했다.

양귀비 재배에 있어 토질을 높이는 문제는 중요하다. 북한에서는 토질을 높이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을 쓰고 있다.

하나는 산에서 부식토를 모아 거름으로 쓰는 것이다. 일반 사택들에서 모아 온 인분과 연탄재를 거름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흙구이'(흙을 불에 굽는 일)를 해서 거름으로 쓰는 방법도 있다.

부식토를 모아오는 일은 주로 양귀비재배에 동원된 종업원들의 몫이다. 인분과 연탄재는 가두인민반 주민들이 나서야 한다. 북한에서는 겨울철에 기업소 종업원들이나 가두인민반 여성들을 ‘농촌을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인분 모으기, 연탄재 모으기에 동원시킨다.

5호관리부와 외화벌이 사업소와 같은 양귀비재배 단위들에서는 그것들을 양귀비재배밭으로 모아온다. 흙구이는 겨울철 내내 종업원들이 장작불을 때가며 수 백톤 이상의 구은 흙을 생상한다. 이렇게 구운 흙이 모아지면 아편 경작지에 골고루 뿌린다. 일반작물을 재배하는 협동농장에서는 밑거름이 부족하여 쩔쩔매도 양귀비재배 단위에서는 전 주민들이 모아온 밑거름을 쓰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밭갈이도 우선적이다. 협동농장들에서는 기름이 없어 밭갈이를 할 트랙터를 움직일 수 없어도 양귀비재배 단위에는 그 기름을 우선적으로 보장해 준다.

양귀비 재배는 파종, 솎음, 김매기, 진(즙액) 채취 등 공정별로 진행한다. 파종일은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평안남도 양덕 지역을 기준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7~8일 정도 차이를 두고 늦어진다. 양덕지역에서는 4월 초순에 진행한다. 방법은 먼저 호미로 이랑 위에 줄을 파서 씨를 묻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그리고 퇴비를 줄줄이 뿌린 다음 요소비료를 치고 씨를 뿌린다.

다음 양귀비씨와 모래를 3 : 1의 비율로 섞어서 일직선으로 뿌린다. 모래를 섞어 뿌리는 이유는 양귀비가 발아됐을 때 어느 정도 포기 사이의 거리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귀비씨를 뿌린 후 가장 어려운 것은 발아율을 높이는 것이다. 발아가 시작되는 4~5월은 북한에서는 건조기이다. 게다가 바람도 강하게 분다. 따라서 토양이 메말라 발아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에는 관수를 진행하거나 학생들을 동원하여 ‘물주기’를 한다.

북한에서 관개관수를 할 때 가장 귀한 것은 관수용 관(호스)이다. 관개용 관은 대개 수입품이다. 예전에는 김일성이 직접 각 도마다 배정한다고 하여 ‘주석뽄트'(주석이 직접 배분하는 할당량)라고 했다. 일반 협동농장은 이러한 관이 배당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양귀비 재배단위는 무조건 보장해주고 있다. 그만큼 양귀비 재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성인에게 맡기면 양귀비 도둑질, 처녀들에게 작업

양귀비가 발아되면 솎음을 한다. 이때부터 중학교 학생들이나 어느 정도 통제가 쉬운 연약한 처녀들을 동원하여 솎음을 시작한다. 성인들에게 일을 맡기면 양귀비를 도둑질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기피한다. 포기 사이의 거리는 보통 10cm를 둔다. 솎아낸 어린 양귀비 풀은 노력 동원된 사람들의 채소반찬이 된다. 북한에서 4~5월 봄철이면 어디를 가든 채소가 귀하다. 그래서 솎아진 양귀비가 반찬으로 오른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무침을 만들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

솎음이 끝나고 5월은 김매기와 비료주기를 한다. 얼마전 남한의 한 일간지에서 “남한에서 지원한 비료가 아편생산에 사용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비료를 보내준 남한 사람들은 놀랄 수 있어도 탈북자들이나 북한 주민들은 조금도 놀라울 것이 없다. 중앙당에서 내려온 비료는 우선적으로 양귀비재배 단위에 공급한 다음 일반 협동농장에 보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남한은 지금까지 북한의 마약 생산을 도와준 것이다.

양귀비 재배 밭은 당연히 다른 농작물에 비하여 풀 한 포기도 없이 김을 맬 것을 요구한다. 김매기는 5월 중순까지 끝낸다. 북한 주민들이 밭에 김을 맬 때 간부들이 하는 말이 있다. “관리소(정치범 수용소)의 강냉이 밭만큼 풀 한 포기도 남기지 말라”고. 깨끗이 매라는 뜻이다. 정치범 수용소에서는 보위원들이 몽둥이를 들고 때리면서 정치범들을 부려먹어서 강냉이 밭에 잡초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주민 모두를 정치범수용소의 수인들처럼 다룰 수는 없다. 때리면서 일을 시킬 수는 없으니, 대신 생활총화나 사상투쟁으로 정신적 압박을 주는 것이 상투적 수법이다.

6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백도라지 진 채취

6월 초부터는 양귀비의 꽃이 피고 6월 중순부터는 아편 진 채취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진 채취는 앵속갓(양귀비열매)에 상처를 내서 나오는 진을 채취한다. 앵속갓을 째는(상처 내는)방식에는 가로 째는 방법과 세로 째는 방법이 있다. 북한에서는 주로 가로 째기를 한다. 도구로는 째기 편리하게 만든 칼을 이용하는데 상처의 깊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어있다.

앵속갓에서 나오는 진은 손가락으로 씻어내 아편용 채집컵에 모은다. 한 포기의 앵속갓에서는 평균 8~10g의 진을 채취 할 수 있다.진 채취 작업은 6월 중순부터 7월초까지 마무리된다. 채취한 진은 따로 한 곳에 모아 방안에 넣어 불을 때면서 60도 정도의 온도로 건조시킨다. 송진이나 고약(膏藥)과 비슷한 형태로 굳어지면 해당기관을 통해 중앙당 39호실로 올라간다.

진 채취를 끝낸 양귀비 줄기는 모두 베어내어 뜨거운 물에 넣어 졸여서 아편팅크(tincture)를 만든다. 팅크는 검은색에 씁쓸한 맛이 난다. 이것을 제약공장에 판매한다. 지사제(止瀉劑)로 이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진을 짜낸 것이므로 별로 약효가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말이다.

양귀비 재배는 7월 초순경이면 모든 생산과정이 완료된다. 이때부터 양귀비를 재배하던 경작지에 가을배추를 심어 양귀비 재배자들에게 공급한다. 평안남도 지역에서는 옥수수를 심어 10월에 풋옥수수를 수확하기도 한다. 협동농장에서 할 수 없는 2모작 농사를 한다고 하여 양귀비재배단위에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식’이라고 자찬한다.

남한 사람을 비롯한 외부인들은 북한에서 양귀비를 대대적으로 생산한다고 이야기하면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에게 양귀비 재배와 아편의 생산, 수출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북한사람들은 오히려 “새삼스럽게 뭘 그런 걸 갖고 그러느냐”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마약 생산 판매가 세계적인 범죄 행이라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김정일이 강압적인 국가 정책으로 내려먹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주민들은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생산에 참여해야 하는 기구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주일 기자(평남출신, 2000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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