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남한 CD ・ 테이프도 복사해 몰래 판다

▲ 드라마 ‘야인시대’의 한 장면

‘야인시대? 내가 북한에서 본 드라마인데……”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를 졸업하고 지난 16일 사회로 나온 탈북자 이창수(25세)씨의 말이다. 그는 ‘천국의 계단’ ‘야인시대’ ‘조폭마누라’ 등 북한에서 본 한국드라마 이름을 꼽았는데, 기자가 한국에서 지금까지 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았다.

북한에서 한국드라마 CD와 비디오 테이프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일을 한 이씨는 테이프 복사도 전문가 뺨칠 정도였다. 그는 북한에서 ‘몰래 비디오 가게’를 한 셈이다. 그는 “지금 북한주민들은 한국드라마에 푹 빠져있다”며 유통과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 ‘달리기’-‘비디오 가게’ 통해 전국에 유포

“CD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드라마를 찾는다. 당국의 통제품이어서 사람들이 내놓고 장사를 못한다. CD를 전문으로 나르는 ‘달리기’(장거리를 다니면서 짐을 나르는 사람)들은 신의주와 혜산, 회령에 가서 짐 속에 CD를 감추어 가지고 나온다. 주민들은 CD를 ‘닭알’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CD를 찾는 사람이 ‘알 있어요?’라고 물으면, ‘3알 있다, 좋은 알도 몇 개 있으니 가져가라’고 한다.”

여기에서 ‘좋은 알’이란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의미한다.

이씨는 “나는 CD를 복사해 팔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했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가져오는 CD들은 원판이다. 팔 때는 원판을 복사해서 판다. VCD 두 대를 놓고 한쪽에 원판 CD를 넣고, 한쪽에는 공 CD를 넣는다. 전원을 넣고 복사를 누르면 CD에 영상물이 복사된다. 이렇게 나온 CD를 한 개당 1만5천~2만원으로 판다. CD를 한번 빌려주는 값은 3,000원 선이다.”

CD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드라마는 ‘인간시장’ ‘천국의 계단’ ‘야인시대’ ‘가을동화’라고 한다. 주민들은 한국드라마를 찾을 때는 ‘앞 동네 것’, 중국드라마를 찾을 때는 ‘뒷동네 것’으로 통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북한당국도 드라마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들은 간부집 아낙네들과 학생들이다. 한번은 서흥중학교(함흥 소재) 학생들이 CD를 가지고 다닌다는 정보를 알고 보위부(정보기관)에서 검열을 한 적이 있다. 불의에 교실에 들어가 책가방을 검사한 결과 무려 200개가 나왔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대다수가 걸리자 보위원들도 입을 딱 벌렸다.”

이씨에 따르면 북한에 VCD와 비디오 기기 보급률도 훨씬 늘어났다고 한다. 대부분 한국산과 중국산이다. 한국산은 ‘진달래’ ‘저고리’가 대표적인데, 이것은 한국 VCD기를 들여갈 때 북한당국에서 이름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이씨는 덧붙였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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