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에 직접 쏘는 대북방송 신청자 많이 늘었네

“가을이면 넓은 호수에 기러기, 두루미, 고니 날아들고 앞에 펼쳐진 넓은 들녘은 매년 풍년이 들어 누렇게 익은 벼들이 황금물결을 이루는 살기 좋은 연백평야의 중심지 연백군 용도면 발산지 보천동을 떠나 온 지도 55년째를 접어 듭니다”

읽어만 보아도 고향이 풍경이 절로 그려지는 듯한 이 편지는 9일 자정 주파수 5880KHz 단파라디오로 북한주민에게 전해졌다.

북한 주민들에게 신년 메시지를 무료로 방송해주는 특별이벤트를 진행 중인 <열린북한방송>은 지난 2일 첫 신년 방송에 이어, 9일 0시부터 1시까지 2차 방송을 송출했다.

1차 방송 때는 불특정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새해 메시지가 주를 이룬 반면, 2차 방송 때는 북한에 있는 친척, 친구들에게 그리움을 전하는 사연들이 전파를 탔다.

55년 전 고향인 황해도 보천을 등지고 떠나야 했던 보천향우회 회원들은 “풍년을 기약하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한가롭게 바둑, 장기 두시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지척에 두고도 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하남에 거주하는 김의한 씨는 1985년 리비아 건설 현장에서 만나 동포의 정을 나눴던 이름 모를 두 친구에게 그리움의 글을 띄었다.

“통일이 되면 서울 명동에서 술잔을 나누자던 향옥이 아버지. 경부 고속도로를 달려보고 싶다던 친구. 나의 조부님께서 독립신문을 배포하며 군자금을 모으던 강동과 평원지방을 가보고 싶다던 우리들이 꿈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살자”는 안부의 말을 전했다.

반 세기간 가족과 생이별을 했던 6.25 전쟁 납북자 가족들의 눈물 젖은 사연도 북녁 땅에 전해졌다.

두 살 나던 해 한국전쟁이 발발, 아버지 이성환씨가 납북됐던 이미일씨는 “어머니와 저는 반 세기가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아버지가 마련하시고 가정을 꾸미셨던 그 터전을 지키며 아버지의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며 다시 만나는 날까지 부디 살아만 계시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 씨는 “앉으면 바닥에 닿으리만큼 긴 생머리를 땋아서 머리 둘레에 갖다 붙이시고 너무 길어지면 잘라서 달래를 만들어 고이 간직하시며 ‘너희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보여 드릴 것’이라고 말씀하시던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남아있는 가족들의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긴 생머리를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던 곱디 고운 어머니는 어느덧 아흔을 바라보는 노모가 되었다. 이 씨의 어머니인 김복남 여사가 노르웨이 베르겐 해변에서 납북된 남편을 그리며 지었다는 시 한편도 방송을 통해 북한에 전해졌다.

일본인 나이스키(菱木)씨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을 위해 직접 만들었다는 ‘조국’이란 노래를 사연으로 보냈다. 그는 “제가 비록 가수는 아니지만 여러분의 상황을 잊지 않도록 여러분 마음 속의 무정함과 절규를 주제로 노래를 만들어 길가에서 외치고 있으니 여러분들도 힘내시고 부디 오래 살아주시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열린북한방송>은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에도 ‘김정일 생일 메시지 이벤트’를 열어 특별 방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열린북한방송>은 현재 단파 5880KHz로 매일 밤 12시부터 한 시간동안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