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측의 수해지원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힌지 이틀 만에 돌변, 지원 품목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거부 의사를 12일 밝혔다. 북한은 10일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지원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며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가 11일 오후 북측에 밀가루 1만t과 라면 300만개, 의약품을 지원할 수 있다는 통지문을 보낸 데 대해 북측이 오늘 오후 ‘그런 지원은 필요없다’는 답변을 해왔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이어 “북한은 회신 통지문을 통해 우리 제의에 불만을 표시하며 ‘지원은 필요치 않다’고 했는데 이번 반응에 대해 정부는 안타깝게 생각하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 조건없이 수해피해에 지원하겠다고 제안했고 품목, 수량이 민감할 것을 감안해 적절한 방식으로 협의하려 했는데 한번 만에 북한이 거부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인도적 지원은 정치, 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해나가겠다는 입장으로 열린 자세로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북한의 수해지원 거부는 예견됐었다. 북한이 수해지원을 받겠다는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품목을 알려달라’고 제시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남측의 순수한 인도적 지원 품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전용(轉用) 가능성이 높은 쌀과 시멘트, 중장비 등을 요구해왔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달 수해와 폭우로 막대한 피해를 본 만큼 남측의 인도적 지원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그동안의 입장에서 한치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 재확인된 셈이다.
정부는 향후에 여건이 되면 수해지원 의사를 재차 밝힌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필요없다”는 고자세로 거부해 수해지원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는 이번 회신으로 수해지원이 끝난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단은 북한이 ‘그런 지원은 필요없다’고 하므로”라고 답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실제 원하는 품목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받지 않겠다고 한 것 같다”고 했고, 한 대북전문가 역시 “쌀, 중장비, 시멘트를 원했는데 지원품목에 안 들어갔으니 당연히 안 받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하루 아침에 받지 않겠다고 돌변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품목에 대한 불만도 있고, 지원을 받아야 할지를 결정할 담당자가 틀어쥐고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우리와 대화를 하는 채널 자체가 미진해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