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에게 ‘반기문 유엔총장’은 없다?

‘유엔사무총장 반기문’을 주민들에게 가능한 알리지 않으려는 북한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박길연 유엔주재 대사가 일본 당국의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중앙회관 사건에 항의해 반 총장에게 서한을 보낸 사실과 서한의 내용을 내부 언론매체를 통해선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 대사가 반 총장에게 “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억압을 비롯해 일본이 보이고 있는 외국인 혐오증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문제를 유엔 총회에서 다뤄달라고 요청한 서한에 대해,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11일 인터넷판에서 내용 전문을 공개하긴 했으나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북한 언론매체들은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당국의 조총련 압박에 맞서 평양과 원산에서 잇따른 군중대회 개최, 6자회담에서 ‘일본 왕따 시키기’ 시도, 해외 친북단체들을 통한 ‘조총련 힘 실어주기’ 등 대내외적으로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상적이라면, 박 대사가 유엔사무총장 앞으로 항의 편지를 보내 국제여론을 환기시킨 데 대해 공개하고도 남았을 사안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박 대사가 역시 반 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 정부의 조총련 지부 사무실 압수수색을 비난한 사실도 북한은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역대 유엔사무총장의 발언과 활동에 대해 북한이 취했던 태도와 비교하면, 대조적인 면이 더욱 두드러진다.

북한은 반 총장 이전 유엔 사무총장의 언행에 대해선 북한에 아주 불리한 것을 제외하고는 꼬박꼬박 이름을 밝혀가며 매달 수차례 다뤘다.

북한은 작년 12월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의 임기가 종료되기 직전이었음에도, 그가 일본 정부에 핵무장 시도를 비난하는 서한을 보낸 사실, 미국의 일방주의적 정책을 비난하고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반대한 말 등을 언론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알렸다.

반 총장이 취임한 후 지금까지 딱 한번 유엔사무총장 관련 보도를 한 적이 있기는 하다.

6월23일 유엔주재 이란대사가 유엔사무총장에게 각서를 보내 자국에 대한 이스라엘의 ‘위협 책동’을 규탄한 사실을 간략하게 전한 것이다. 그러나 ‘반기문’이라는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북한은 반 총장 취임 7개월이 되도록 반 총장의 취임 사실 자체를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유엔사무총장’과 관련된 북한의 긴 침묵은 북한을 포함해 세계 모든 나라를 망라하고, 북한이 자주 의지하는 최대 국제기구인 유엔의 수장이 남한 인사라는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은 여전히 내부적으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남 적대감을 주입하는 한편 남한 주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높이 칭송하고 있다며 우상화에 주력하고 있는 마당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가뜩이나 커지고 있는 잘사는 남한에 대한 ‘환상’을 확산시킬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그러나 백남순 외무상이 작년 12월 말 반 총장에게 취임 축하 서한을 보내는 등 대외적으론 외교적 예의를 지켰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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