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에게도 “미국에 환상 갖지 말라”…북미 협상 결렬 염두?

소식통 "강연서 '장군님만 믿고 자력갱생, 간고분투만이 살 길' 강조"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대화하는 모습. / 사진=노동신문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비핵화 회담의 결렬을 미국의 책임이라는 내용의 강연을 진행하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들을 대상으로 강력 대미 비난 강연을 진행한 것의 연장선으로, 북한 당국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결렬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최근 당(黨) 위원회 선전부에서 각 기관, 기업소, 사회단체 선전 부문 일군(일꾼)들과 강연 강사, 선동원, 해설원들을 대상으로 한 집중 강습이 진행됐다”면서 “집중 강습의 주제는 ‘미국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며 자력갱생과 간고분투만이 살길’이라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중앙당에서 평안남도로 하달된 자료에 따르면 ‘전당적으로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 말고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자’는 선전 문구가 강조돼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 같은 내용의 주민 강연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으로, 주민들 사이에서 표출되고 있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소식통은 “일부 주민들은 조만간 조미수뇌상봉(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으며 미국의 조치에 따라 경제 상황이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위(당국)에서는 인민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사상적으로 준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과 함께 주체사상 학습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강습에서는 장군님(김 위원장)만 믿고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이 수차례 반복됐다”며 “이와 함께 주체사상 학습을 철저히 해 일심단결해야 한다는 선전도 이어졌다”고 전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결렬될 경우 주민들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실망감과 불만을 조기에 차단하고 내부 결속을 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강연에서는 주민들 사이에서 당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는 것을 차단하라는 주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당에서 강연에 파견된 강사는 “인민들이 당을 믿고 조그마한 동요나 불평불만도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불만 요소가 있다면 제 때에 제지하고 교양사업과 주체사상을 더욱 강하게 학습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당국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을 앞세워 연일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본지 취재 결과 군 내부에서도 대미 비난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북한 , 있지도 않은 핵시설 떠벌려강도적 제안에 협상 위기)

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총정치국은 지난 20일 ‘세계의 방향타를 틀어쥐신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라는 정치학습 강연자료를 출판했으며, 이 자료에는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결과 없이 무의미하게 진행되고 결렬 위기에 놓인 것은 미제가 우리 공화국의 인내심을 착각하고 시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주민 강연에는 군 강연 내용처럼 핵시설이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됐던 사실에 대한 언급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이 핵관련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인지는 부족하지만 북미 간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 같은 대내 선전 교양은 내부 결속을 꾀하는 동시에 향후 변화할 수 있는 대외 정세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대미 비난 강연은 기본적으로 대내 상황을 다잡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풀이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대내 강연 내용만으로 북미 협상에 대한 당국의 입장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북한이 스스로 연말 시한부를 설정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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