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이 한 달 넘게 결방되자 북한 주민들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왜 갑자기 ‘1박2일’이 방송을 안 하는지 궁금해 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준영 성관계 영상’이나 ‘골프내기’ 사건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이 갑자기 방송이 중단되자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평안남도 평성, 남포, 평양 등 지역의 경우 KBS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주민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의 텔레비전 전파는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북한으로 송출하는 전파는 기존의 아날로그 송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국과 인접한 지역의 경우 한국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평양 일부 지역에서도 KBS 방송 시청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박 2일의 경우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으로, 최근엔 USB와 같은 저장매체를 통해 유통되기도 한다. 2010년대 초반부터 DVD로 제작돼 국경지역 및 내륙 지방까지 확산됐었다. 한국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하는 주민들의 욕구가 높아지자 장사꾼들이 한국 예능프로그램이 담긴 DVD를 직접 판매했던 것이다.
북한에서 1박 2일이 인기가 많은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한국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명소를 보여주니까 관심이 간다”며 “여기선 이동을 제한 받으니까 막 다닐 수 없는데 자유롭게 여행 다니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지역 간 이동을 통제받는 삶에 익숙한 주민들이 여행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북한 주민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과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드라마처럼 완전하게 발전된 한국의 모습만을 비추기보다 지역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아한다”며 “한국적인 정서와 함께 우리(북한) 문화와의 공통적인 부분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은 프로그램도 리얼리티 예능 방송으로 한국 농촌 및 산골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南예능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 北주민 사이서 인기”)
이어 그는 “가위바위보나 코끼리코 돌고 뛰기 같은 놀이는 여기서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면서 “친숙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또 “명소들이 자연 그대로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을 잘 꾸려 놓은 것이 부럽기도 했다”면서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희망을 품는 주민들도 많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소식통은 “오래된 프로그램이고, 프로그램 내에서 하는 게임 같은 게 우리(북한)하고 비슷한 게 많아 좋았는데 아쉽다”면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1박2일의 결방이 길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기자가 설명하자, 소식통은 “거기도 성 문제가 생기면 처벌을 받냐”며 “자유로운 곳이라 그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