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 진실 목말라 목숨걸고 대북방송 듣는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일 것이다. 그러나 그 궁금증을 풀려고 자기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면 그 답을 얻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분명한 것은 목숨까지도 내놓을 위험한 일인지 뻔이 알면서도 외부의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곳은 바로 북한이다. 구체적으로 몇 명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북 주민 중 수천, 수만 명이 외부에서 보내오는 대북방송을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이어폰을 낀 채로 웅크리고 앉아서 새벽과 늦은 밤 시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수시로 변하는 주파수를 맞추는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수많은 잡음 속에서 간신히, 때로는 잘 알아듣지 못하는 외래어까지 섞여진 방송 내용들을 제 나름대로 해석해 가며 듣는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지겨운 거짓말이 아닌 진실을 알기 위해서다. 목숨보다도 진실에 목마름이 더 간절해서이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하여도 호기심에, 혹은 우연히 들을 기회가 있던 것이 아마 남한의 대북방송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70년대 대학시절, 호기심에 들어 본 것이 남한의 KBS 국제방송이었다.

딱딱하면서도 혁명적인 말투의 북한의 아나운서 목소리만 들어오던 나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음 속까지 울려주는 남한의 아나운서의 방송은 매우 매력적으로 들렸다. 아마 사춘기를 갓 지난, 그리고 우상화교육에 푹 젖어있었던 때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러나 사회에 진출한 이후 90대 이후의 대북방송의 내용들은 내가 70년대에 듣던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제일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북한의 현실과 같은 동족이 사는 남한의 생활에 대한 비교에서 오는 차이였다.

93년이라고 생각된다. 대전엑스포가 열린다며 요란하게 선전하는 것이다. 또 자기부상열차라는 소리도 나왔다. 무슨 얘기인지는 잘 몰랐지만 하여간 우리보다 훨씬 잘 살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충격적인 것은 북한에서 잡은 동태가 남한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팔리고 있다며 현장 리포터가 직접 전하는 목소리였다. 에이, 말도 안 돼. 93년도면 북한의 인민들도 잘 사는 사람 아니고서는 동태 같은 물고기는 사 먹기 힘든 시절이었다.

그렇게 귀한 것을 어떻게 철전지 원수처럼 여기는 남한에 보낸단 말인가. 또 이 사실을 왜 우리 언론에서는 한 마디도 없는데 남한방송에서 보도를 하는가. 남한 방송에서도 이런 사실을 그대로 내 보내도 되는가라는 교차되는 착잡한 생각 속에 내가 사는 세상과는 달리 제 생각을 마음대로 표현하고 들을 수 있는 자유로운 정보교환의 세계라는 점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 뿐이 아니다. 오히려 늘 듣는 중앙방송이나 강연회 소식보다 “인민의 소리”라는 대북방송을 통하여 북한 내의 소식들을 더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당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 사람들을 노랑물이 들게 해서 우리 식 사회주의를 허물려는 남한의 적대방송이니 그런 나쁜 소식이나 거짓말을 퍼트리는 방송으로 이해했지만 내용이나 말이 재미도 있고 하여 계속 듣고 있었다.

그러나 방송에서 들은 내용이 한참 후에야 사람들이 입소문을 통하여 내 귀로 들어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하면서 방송의 내용을 신뢰하게 되었다.

90년대 초에 있었던 청진-신의주 열차가 신양에서 신성천역으로 들어오던 철다리 위에서 강물로 처박혀 수많은 사상자가 난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내가 탄 열차가 그 뒤를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에 사고 난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돌아 와 라디오를 켜 들어보니 그 상황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방송에서 나오고 있지 않는가. 그것도 아주 상세하게 말이다. 물론 불리한 사고소식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북한의 현실에서 이것이 방송이나 신문에 날리는 없었다.

내가 들은 내용은 그 뿐이 아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통치방식으로부터 시작하여 출생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천출명장이며 하늘이 낸 인물이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너무나도 뻔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이 대북방송을 통하여 알 수 있었다.

지금껏 왜 이런 말 갖지 않은 거짓말이 통했을까 생각해 보니 눈, 코, 입 다 막아놓고 저들만의 선전 선동성 있는 내용만이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세뇌되어 있지 않았는가 생각해 보았다.

이 세뇌된 머리를 정상적인 사고로 돌려놓는 방법은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대북방송이 아닐까 싶다. 내가 직접 경험했고 또 혼자 스스로 그 세뇌 속에서 빠져나온 사람으로서 대북방송의 필요성이 지금이야말로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이 3대째 정권을 이어가려는 속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지금,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 찬 김정일의 검은 속심을 북한의 인민들에게 사실 그대로 전해줘야 할 사명이 남북한 두 곳에서 직접 체험한 우리 탈북자들에게 지워져 있지는 않을까.

물론 민간 대북 라디오 방송들은 모든 장비와 내용이 아직까지 부족한 면은 없지 않지만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 방송의 모든 내용들을 정치적으로 이해타산을 앞세우는 북한의 어용나팔인 조선중앙방송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가슴 아픈 소식들을 하나하나 들을 때마다 그리고 김정일의 허위와 기만에 가득 찬 오물통 같은 사건을 들추어내는 내용의 대북 라디오 방송을 들을 때마다 가슴 졸이며 대북방송을 듣던 당시의 상황을 그려보며 하루 빨리 북한에 진실이 전해 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더구나 식량난을 거치면서 바깥 세상에도 눈을 뜬 내 고향의 사람들이 대북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희망을 가지고 꿋꿋이 살아간다면 더 이상 좋은 일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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